앞모습
1 충격을 먼저 받아야 할 범퍼가 어디에 있나? 이 차는 범퍼보다 그릴이 더 앞으로 나와 있다.
2 그릴은 바닥을 기준으로 앞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공기역학과는 아무 상관 없는 디자인이다. 대신 후드가 길어 오프로더에 어울리는 터프한 모습이 됐다.
3 지금까지 내가 본 것들 중 가장 멋지고 우아한 모습의 LED 헤드램프다. 교차하는 3개의 면이 멋진 펜더 라인을 만들어낸다.
4 작은 크롬 벤트는 도어를 열었을 때 날카로운 표면이 닿지 않는다. 더불어 도어 손잡이를 표 나지 않게 설치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5 보디 사이드 볼륨이 리어 휠아치와 만나면서 급격히 아래로 떨어지는 라인도 시선을 끈다.
6 번쩍이는 A필러 트림이 리어까지 이어지는데 점점 넓어지면서 C필러를 덮는다. 아주 과감한 터치다. 다행히 윈도를 덮지는 않았다.
7 앞에서 보면 차체 뒤가 둥그스름해 보인다. 하지만 볼륨을 넣은 게 아니라 차체 표면을 가로지르는 선들이 모여 만든 면이다.
8 이 부분이 뒤로 갈수록 부풀어 오르면서 휠아치와 연결된다. 위쪽 도어 볼륨과 비슷한데, 이런 디자인 터치의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9 도어 밑이 움푹 들어가면서 도어를 위아래 둘로 나눴다.
10 도어 밑으로 크롬 장식을 길게 이어 붙였다. 끝은 갈고리 모양으로 멋을 부렸다.
11 휠과 타이어가 차체 크기에 비해 엄청 크다. 9개의 스포크 디자인은 단순하며 가운데 움푹 들어간 부분은 마치 보석처럼 잘 다듬었다.
12 노즈 가장 바깥쪽에 있는 주행등은 애스턴마틴 브랜드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터치다.

 

 

 

 

나는 고급스러우면서 실용적이라고 주장하는 차의 지향점을 정말로 모르겠다. 오프로드를 마음껏 달리고 싶다면서 왜 특이하면서도 복잡한 전기 구동계와 손으로 만져 아름답게 마감한 차를 원하는가? 나는 사우스 캘리포니아 사막 경주용 차들이 더 이성적인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 차들은 이미 만들어졌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한 부품을 사용하며 겉치장도 없다. DBX의 낮은 지상고 같은 건 실제로 아무런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콘셉트카란 무엇인가? 결국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 아닌가. 그리고 포르쉐 카이엔처럼 어쩌면 애스턴마틴 DBX나 그 변형 모델들도 애스턴마틴의 스포츠카 사업이 더 잘 되도록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지금의 생산라인으로는 안전성과 배출가스 그리고 연비에 대한 새로운 규정들을 제대로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전기로 움직이는 DBX는 애스턴마틴이 소형차 시그넷의 실패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정말로 고출력 내연기관을 대신할 진지한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뒷모습
13 언젠가 우리는 거대한 사이드미러 대신 이런 작은 카메라의 성능을 누리게 될 것이다. 물론 아직은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콘셉트카가 할 일이다.
14 A필러부터 이어져 C필러를 덮고 있는 이 넓은 패널을 보면 로마 병사의 투구가 생각난다.
15 전통적인 애스턴마틴의 그릴 모양을 여기에서 아주 잘 되살렸다.
16 내가 보기에 테일게이트가 전체적인 디자인 구성에서 가장 실패한 곳으로 보인다. 마치 크라이슬러의 구식 중형차를 보는 것 같다
17 또다시 크롬. 뒤 트렁크 전체를 가로지르는 이 크롬라인은 옆에 있는 라인처럼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이런 라인은 자칫 잘못 쓰면 중국차처럼 촌스러울 수 있는데 애스턴마틴에서는 아주 고급스럽게 마무리됐다.
18 다운포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가 하나 없다. 그래도 아주 세심하게 잘 다듬었다. 그러면서 뒷모습의 전체적인 조화가 훌륭하다.
19 이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열기 같은 것을 빼내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장식에 불과한 걸까? 도무지 모르겠다.
20 이렇게 꺾어지는 선과 면은 펜더 옆, 노즈에서 테일까지 가로지르는 선, 그릴 윗부분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통일된 선과 면의 조화를 추구했다.
21 사진으로는 사이드 가니시와 휠하우스가 만나는 면이 끊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볼륨을 유지하면서 이어진다. 이런 터치가 유연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외관을 살펴보면 애스턴마틴 DBX는 정말 훌륭한 디자인이다. 인테리어도 매혹적이다. 나는 디자이너 마렉 레크먼이 이런 차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어쨌거나 마렉은 대단한 작업을 해냈고 사람들은 그 결과를 흡족해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애스턴마틴이 21세기에도 계속 존속하려면 현재 12만5000~30만 달러에 이르는 차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판매량이 필요하다. 포르쉐 박스터와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포르쉐와 애스턴마틴은 오래전부터 그 시장이 겹쳐왔다. 고품질의 비싼 차부터 르망 경주 우승과 일반도로 지배를 함께 해낼 수 있는 2.0리터 이하의 작은 차까지 말이다.

1980년대, 동생과 내가 당시 문제점이 많았던 애스턴마틴을 사려고 했을 때 생각하던 것이 바로 그런 쪽이었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동안 포드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고 이 전설적인 회사에 수백만 달러를 퍼부었다. 그렇지만 이 빈사 상태의 회사는 1947년부터 있어온 고급 GT 라인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1947년이면 데이비드 브라운이 겨우 2만500파운드로 회사 전체를 사들였던 해다. 포드의 손실은 늘어났지만 재규어와 로버, 볼보 때문에 날려버린 수십억 달러에 비하면 또 상대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 규모로 보이기도 했다.

애스턴마틴은 지금 임계점에 도달했다. 지금 하는 일도 제대로 안 되고 미래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애스턴마틴은 성능과 품질, 우아한 디자인에 모든 것을 건 회사다. 계속 그렇게 존속하려면 102년 역사에서 사라진 한 가지 요소, 즉 ‘수익성’을 찾아내야 한다. 중국 시장에만 기대를 거는 건 미련하다. DBX와 같은 새롭고 더 좋은 차가 나와야 한다. 그런 모습을 곧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애스턴마틴의 더 다양하고 많은 콘셉트카를 그리고 시장을 불타오르게 할 차를 빨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에디터/이진우

 

 

 

인테리어
22 두툼하고 멋진 운전대다. 스포크와 스위치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그 기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터치로 작동하는 부분은 신중하게 고안된 것처럼 보인다.
23 나는 이 버튼의 용도를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자주 사용하면 좋을 거 같다. 손가락이 아주 쉽게 닿을 수 있는 위치다.
24 회전식으로 변속기 P, R, N, D를 선택하는 실렉터다.
25 전체적인 틀 자체가 엄청나게 튼튼해 보인다. 고전적인 모양의 시트는 착좌감이 좋을 것이고 두툼한 가죽을 사용해 질감도 좋아 보인다.
26 페달을 가죽으로 감쌌다고? 안 될 거 없지 않은가. 패션 디자이너인 루디 건라이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집 식당 바닥 전체가 가죽이었다. 건라이야 말로 언제나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이너였다.

 

 

 

Robert Cumberford
GM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할리 얼의 눈에 띄어 GM 디자인실에 입사했다. 하지만 1세대 콜벳 스타일링 등에 관여했던 그는 이내 GM을 떠났고 1960년대부터는 프리랜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그의 디자인 영역은 레이싱카와 투어링카, 다수의 소형 항공기, 보트 심지어 생태건축까지 아울렀다.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그의 강직하고 수준 높은 비평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985년 <모터 트렌드> 자매지인 <오토모빌>의 자동차 디자인 담당 편집자로 초빙됐고 지금까지도 매달 <오토모빌> 지면을 통해 날카로운 카 디자인 비평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