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SCHE DRIVING EXPERIENCE 2015
포르쉐 카이맨 GTS를 몰고 인제스피디움 서킷의 헤어핀 코너로 뛰어들었다. 타이어가 이미 접지력에 한계를 보였지만, 카이맨은 코너링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엉덩이를 아슬아슬 흔들며 마지막까지 운전자의 제어 권한을 뺏지 않는다.
서킷에서 온종일 포르쉐를 타고 달리는 경험은 흔하지 않다. 인생의 다양한 경험에 비춰봐도 분명 특별하다. 지난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개최된 ‘포르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PDE)’도 그런 성격의 행사다. 포르쉐는 거의 매년 서킷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작년까지는 ‘포르쉐 월드 로드쇼(PWRS)’가 열렸다. PWRS는 독일 포르쉐 본사에서 인증한 전문 강사와 20여 대의 포르쉐가 전 세계를 순회하며 벌이는 대규모 드라이빙 프로그램이다. 반면 올해는 포르쉐 코리아가 자체적으로 꾸민 ‘PDE’ 프로그램이 개최됐다.

당연한 말이지만 포르쉐와 서킷은 언제, 어디서도 어색하지 않은 조합이다. 그들은 누구보다 모터스포츠에 열정적이다. 포르쉐는 전 세계 모터스포츠에서 약 3만 번 이상 우승한 경험이 있다. 올해 주목할 이슈로는 2015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919 하이브리드 경주차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포르쉐를 서킷에서 체험하는 것은 어쩌면 시내의 전시장을 방문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PDE는 고객 대상 프로그램이다. 포르쉐 예비 오너나 스포츠 드라이빙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다. 매년 행사에 참가 신청할 정도로 마니아층까지 확보했다. 행사의 핵심 내용은 ‘포르쉐 바이러스’의 전파다. 모든 세그먼트에서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기업의 철학처럼, 포르쉐가 가진 주행 성능을 실제로 경험해야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행사는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됐다. 핸들링 섹션은 인제스피디움 서킷에서 주요 라인업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룹은 크게 3개. 스포츠카 그룹은 911과 박스터 카이맨으로 조합되고 세단은 파나메라, SUV는 마칸으로 구성된다. 각기 다른 엔진의 총 5대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어서 모델 간의 차이점도 쉽게 피부로 와 닿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코스를 파나메라 터보로 달릴 때와 911 타르가 4 GTS로 달릴 때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공통점은 뛰어난 기본기를 이용한 달리기 성능으로 운전 재미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타이어가 조금 미끄러지는 것도 괜찮다. 엉덩이에 엔진 무게가 실린 911이라도 그런 상황에 아주 부드럽게 대응하니까. 각 모델마다 2.5바퀴씩, 총 35바퀴가 넘게 서킷을 달렸다. 온종일 집중해 서킷을 달리며 정신적으로는 흥분이 최고조에 이르는데, 반대로 몸은 피곤해 죽겠다(저질 체력!).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체험은 슬라럼 코스다. 슬라럼은 넓은 주차장에 콘으로 설계한 좁은 코스를 따라 카이맨 S를 운전해 신나게 달리면 된다. 가장 빨리 랩타임을 기록한 사람에게 시상도 하기에 모두가 열심히 콘을 피해 달린다. 콘을 피해 빠르게 앞머리를 돌리고, 동시에 움찔거리며 따라오는 뒤타이어를 다독이는 리듬이 재밌다.

오전 10시에 차를 타기 시작해 눈 깜짝할 새 오후 4시가 됐다. 행사가 끝났음에도 모두가 포르쉐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여전히 실실 웃고 있었다. 포르쉐는 머리로 이해하기 어려운 물리를 몸으로 느끼게 한다. 기계 덩어리를 감성으로 표현하는 힘이 있다. 그 짜릿한 경험을 위해 기꺼이 ‘PDE’의 표를 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