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2.2? 2.2를 허(許)하라는 뜻인가 했는데 Low End Torque의 머리글자였다. 가만 보니 LET가 낯익다. 맞다. 올 2월부터 넉 달 정도 판매됐던 코란도 C에서 봤다. 여기 들어간 2리터 디젤 엔진을 LET 엔진이라고 했었다. 신형 엔진은 아니었다.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로 교체하며 수동변속기 모델에만 들어갔던 엔진을 자동변속기 모델로 옮긴 것뿐이었다.

사실 코란도 C의 엔진 조합은 애초부터 수상했다. 자동변속기 모델엔 181마력, 36.7kg·m를 내뿜는 엔진을, 수동변속기 모델엔 149마력, 36.7kg·m를 발휘하는 엔진을 넣었었다. 최대토크는 같았지만 그 힘이 작렬하는 구간인 토크밴드(Torque Band)가 다른 엔진이었다. 181마력짜리는 2000~3000rpm , 149마력짜리는 1500~2800rpm에서 최대토크가 터져 나왔다. 그래서 쌍용은 낮은 구간에서 최대토크를 뿜어낸다는 의미로 엔진 이름에 Low End Torque를 갖다 붙였던 거다. 어쨌든 이름을 나눈 2.2리터 엔진에도 이 같은 성향이 그대로 스몄다. 2.2리터 LET 엔진은 4000rpm에서 최고출력인 178마력을 쏟아낸다. 자동변속기 모델에 들어갔던 엔진과 비교하면 오히려 4마력 낮아졌다. 반면 최대토크는 40.8kg·m로 4.1kg·m 세졌다. 토크밴드도 100rpm 낮은 1400rpm에서 시작해 2800rpm까지 유지된다. 그러니까 이 엔진의 초점은 출력이 아니라 토크란 얘기다.

0.2 리터의 여유와 함께 HID 헤드램프, 18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 티볼리에 들어간 6컬러 슈퍼비전 클러스터도 더해졌다.

토크가 세지고 토크밴드는 살짝 낮아지니 가속감부터 다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간다. 타이어 소리야 이런저런 원인이 있는 거지만 ‘토크발’마저 무시할 순 없다. 과연 코란도 C가 맞나 싶을 만큼 비교적 시원하고 꾸준하게 속도계를 밀어 올린다. 0.2리터의 여유가 기대보다 만족스럽다. 일상에서 주로 쓰는 영역에 토크밴드가 몰려 있어 만족감이 더 높다. 다만 페달 반응까지 예민해진 건 아니다. 적시에 기대만큼 힘을 뽑아내려면 한 템포 빨리, 생각보다 깊이 밟아야 한다.

아이신의 6단 변속기는 느긋하다. rpm을 대체로 토크밴드 안에서만 운용하며 부드럽게 변속한다. 답답함도 없고 연비도 괜찮게 뽑는다. 감속을 이어가다 다시 급가속할 때 살짝 멍해지기도 하지만 문제 될 건 아니다. 이 차의 전체적인 세팅과 조화롭다. 코란도 C LET 2.2는 가족들과 함께 타는 여유롭고 안락한 차다.

시트 포지션은 높다. SUV치고도 꽤 높은 편이다. 때문에 시야가 탁 트인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승용차 같은 SUV가 대부분인 요즘 정통 SUV의 개성을 찾아가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SUV의 명가’란 표어를 내세우는 쌍용이라 더 그랬다. 주행감은 부드럽다. 무게중심이 높아 굴곡진 길을 세차게 꺾어나가긴 부담스럽다. 하지만 바닥의 굴곡쯤은 무심한 듯 지나도 사뿐히 지르밟는다. 마치 전과 달라진 것 같은데 곱씹어보니 종전과 느낌이 같다. 전에는 엔진과 변속기가 모두 조급해 이 차의 본색을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0.2리터의 여유가 차를 달리 보이게 만들었다.

외형적인 변화는 크지 않다. HID 헤드램프와 18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 티볼리에 들어간 6컬러 슈퍼비전 클러스터 정도가 추가됐다. 다만 여전히 소외된 뒷좌석이 아쉽다. 송풍구는커녕 시거소켓 하나 없다. 등받이 기울기가 3단계로 조절되는 정도의 배려로는 부족하다. 가격은 트림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00만원 전후로 올랐다. 가장 싼 KX가 2185만원, 가장 비싼 DX가 2820만원이다.

SPECIFICATION  기본 가격 282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직렬 4기통 2.2ℓ DOHC 16밸브 터보 디젤, 178마력, 40.8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645kg 휠베이스 2650mm 길이×너비×높이 4410×1830×1715mm 복합연비 13.3km/ℓ CO₂ 배출량 150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