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ar&Tech

  • 기사
  • 이미지

팽팽한 긴장감이 차체를 감싸다

알파로메오 줄리아는 단순히 판매량 증대와 영역 확장을 위한 모델이 아니다. 알파로메오 부활의 포문이며, 새로운 시대를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모델이다

2015.08.19

 

“알파로메오 브랜드에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합니다. 그런데 차 이름뿐만 아니라 어떠한 정보도 말씀드릴 수 없어요. 본사의 지시 사항이기도 하고 저희도 아는 게 없어요.” 이런 출장은 처음이다. 기자를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부르면서 자동차 이름도 안 가르쳐주다니. 그 차는 탈 수도 없고 알파로메오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올지도 미지수란다. 하지만 가고 싶었다. 난 이미 그 차가 어떤 차인지 알고 있었고, 한 번도 타보지 못한 알파로메오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도 컸다.

이탈리아 밀라노 알파로메오 박물관에 수많은 기자가 운집했다. 모터쇼를 제외하면 이렇게 많은 기자가 모인 걸 본 적이 없었다. 기자가 300명이 넘고 VIP가 150명 정도였다고 한다. FCA가 이렇게나 많은 기자를 불러들인 건 그만큼 중요한 모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행사 당일인 6월 24일은 알파로메오 105주년 기념일이고 행사장인 알파로메오 박물관은 2011년부터 레노베이션 작업이 시작돼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이윽고 행사가 시작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알파로메오의 새로운 로고다. 이전과 비교해 라인이 간결하고 또렷하며 금속 느낌이 짙어졌다. 로고까지 바꿀 정도니 뭔가 마음가짐이 남다른 것 같다. 성적이 좋지 않은 운동선수들이 삭발하는 느낌이랄까. 사실 알파로메오는 지난 몇 년간 판매량이 미진했다. 2001년 21만대 이후로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4년에는 6만8000대가 됐다. 현재는 작은 해치백 미토, 줄리에타와 미드십 스포츠카 4C가 그들 라인업의 전부다. 판매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105주년 기념, 박물관 첫 오픈, 새로운 로고 발표까지 세 가지 큰 이슈가 하나의 목적을 위한 기획과 조율됐다. 그건 바로 새로운 모델의 발표다. 하지만 알파로메오는 프레스 콘퍼런스가 시작되고서도 그들의 새 차 이름을 밝히는 데 뜸을 들였다. 이 자리에 참가한 대부분의 기자가 그 이름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많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 똑같아 보이고 똑같은 성능을 내는 유용한 물건일 뿐이죠. 모든 브랜드의 제품이 서로 대체될 수 있을 만큼 비슷한 성능과 성향을 지녔습니다. 다른 거라고는 조금 더 우아하거나 약간 스포티한 정도죠.” 나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알파로메오의 CEO 하랄드 J 베스터의 첫 마디는 내게 또렷한 울림이 있었다. 

“다르다는 지각의 파장이 너무나 좁습니다. 모두 좋은 제품이지만 너무 기술에 치우쳤어요. 제품으로서의 가치는 높을지 몰라도 지루합니다. 무감각하지요. 그런 차들은 목적지로 빠르게 움직이는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엄이라는 것은 기술 이상의 실체적인 다름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소비자들이 다시 운전하고 싶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운전에 몰입하기 위해 물리적이면서 감성적인 차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와 도로를 느끼며 같이 호흡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페라리, 피아트, 마세라티, 아바스를 거쳐 2010년부터 알파로메오 CEO 자리에 있는 베스터는 알파로메오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인 진보도 중요하지만 감성적인 만족도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인간과 기계의 완벽한 결합’ ‘새로운 차는 몸과 영혼의 확장’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이 난무할 정도였으니 새로운 알파로메오가 감성에 얼마큼 집중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베스터 다음으로 연단에 올라선 필립 크리프(제품 개발 담당)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또렷하고 실체적인 이야기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알파로메오 느낌을 만드는 것입니다. 독특하고 타협하지 않는 운전의 기쁨, 비교할 수 없는 성능,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의 느낌이 알파로메오의 뿌리입니다. 그래서 뒷바퀴와 네바퀴굴림이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함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다섯 가지 요소를 소개했다. 혁신적인 엔진, 50:50의 무게 배분, 무게당 마력비, 최신 기술, 이탤리언 디자인이 그것이다. 


 


1 양쪽 뒷바퀴에 전달되는 동력을 별도로 제어하는 토크 벡터링이 들어갔다. 2 세상 모든 차들의 디자인과 성향이 천편일률적으로 같아진다며 보여준 모델이 티포 33 스트라달레다. 레이싱용으로 개발된 로드카로 1960년대 알파로메오의 전성기에 출시됐다. 

 

 

 

페라리 기술과 노하우가 들어간 V6 바이터보 엔진은 최고출력이 510마력이다. 풍부하고 넉넉한 토크와 어느 rpm 영역에서든 터보래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더불어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해 가변 실린더를 채용했다. 그러고는 엔진 사운드를 들려줬다. 깊고 풍부한 저음이 듣기 좋다. 그리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알파로메오의 수석 엔지니어는 이를 ‘알파로메오 심포니’라 표현했다.  

크리프는 “비율은 운전의 즐거움을 위한 결정적인 요소”라며 “정확한 움직임과 핸들링을 위해 철저히 50:50의 무게 배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스펜션 설명이 이어졌다.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타입은 특별할 것이 없으나 뒤는 마찰 진동 필터링이 더해졌고 앞은 조향축 간섭이 없어 빠른 조향이 가능합니다. 접지력이 좋아 높은 횡가속을 만들 수 있고 고속에서도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정교하면서 안정적이지요. 또 노면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무게 대비 출력은 알루미늄과 탄소섬유로 대응했다. 엔진, 브레이크, 서스펜션, 도어, 윙 등 많은 부분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고 보닛, 루프 등에는 탄소섬유, 뒤쪽 크로스 멤버는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마력당 2.99킬로그램의 무게 비율이 됐다. 출력이 510마력이니 차체 무게가 1525킬로그램이라는 말이다. 

최첨단 기술 부분에서는 전자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토크벡터링으로 조종성과 안정성을 올렸고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ABS의 떨림과 충격을 잡아내는 한편 제동거리를 줄였다고 한다. 이외에 동급에서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와 레이스·D·N·A 네 가지 드라이빙 모드, 직관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F1 타입의 스티어링휠 등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그룹 디자인 총괄 로렌초 라마조티가 엄청난 추상어를 쏟아냈다. “알파로메오는 항상 감성과 감각을 담아내는 브랜드입니다. 형태와 기능의 밀접으로 시각과 촉각의 만족감이 크지요.”

1시간 가까이 흘렀음에도 그들은 아직 차의 이름뿐만 아니라 차의 형태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질이 없었다.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는 재미란 게 이런 걸까. 마치 ‘복면가왕’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는데, 서로 모르는 척하는 꼴과 같다. 

 

 


3 알파로메오 줄리아는 페라리 기술이 들어간 엔진을 마세라티 섀시에 얹은 모델이다.

 

 


라마조티가 내려가자 장엄한 음악이 울리면서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공연이 이어졌다. 딱딱한 분위기의 프레스 콘퍼런스가 일순간 감동적인 공연장이 됐다. 앞이 보이지 않는 성악가의 노래가 클라이맥스로 치닫자 갑자기 그의 뒤로 강렬한 레드 컬러의 멋진 세단이 한 대 등장했다. 그 순간이 너무나 극적이어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박수치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차의 이름이 공개돼서야 비로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바로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알고 있는 줄리아(Giulia)다. 

실제로 본 줄리아는 직선과 곡면을 적절히 혼용한 디자인이다. 팽팽한 긴장감이 차체를 감싸고 한껏 부풀린 펜더와 보닛, 도어 등에서 금세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다. 노즈는 상당히 길고 오버행은 짧다. 차체 크기는 BMW 3시리즈와 5시리즈의 중간 정도(알파로메오는 아직 정확한 제원을 발표하지 않았다). 차체 곳곳에 붙은 탄소섬유와 네 개의 배기파이프, 휠을 꽉 채운 브레이크 디스크, 사이드 벤트 등으로 그저 편하기만 한 세단은 아닐 것이란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실내도 운전대, 센터페시아, 센터스택 등에 탄소섬유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운전대에 시동버튼이 있고 각종 컨트롤러가 달렸다. 센터페시아는 에어컨 컨트롤러만 있어 아주 간결하다. 센터스택에 주행 시스템과 인포테인먼트 다이얼이 있다. 


 


4 알파로메오가 발표한 줄리아의 하드웨어는 아주 인상적이다. 50:50의 무게배분과 1525킬로그램의 무게, 510마력의 파워까지 동급의 여러 차를 충분히 잡아먹을 만하다.

 

 

줄리아는 알파로메오 역사에 또렷하게 각인된 모델이다. 1960~1970년대 후반까지 판매된 줄리아는 1000킬로그램밖에 안 되는 차체에 80~110마력의 강력한 엔진을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스포츠 세단이었다. 당시 F1에서 컨스트럭터로 경주에 직접 참가하거나 맥라렌, 브라밤 등에 엔진을 공급한 알파로메오는 고성능 이미지가 강했고, 소비자 이미지도 좋았다. 그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 줄리아다. 이후 작명법이 바뀌면서 줄리아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2015년 알파로메오가 줄리아를 부활시키건 많은 의미를 시사한다. 그들의 역사에서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제품을 되살려 브랜드 역량과 판매량을 키울 것이라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를 만방에 알리기 위해 전 세계 300여 명의 기자를 그들의 역사가 꿈틀대는 박물관(원래는 알파로메오 공장이었다)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마르키온네 회장은 그 자리에서 “2018년까지 줄리아를 포함해 총 8개의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판매량도 40만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3년간 8개의 모델을 투입해 판매량을 6배 늘리겠다는 믿기 힘든 수치가 연달아 나왔으니 그룹 차원의 집중적인 지원과 투자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오늘 알파로메오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5 마르키온네 회장이 새로운 로고 앞에서 알파로메오의 새로운 시대를 주창했다.

 

 

또 알파로메오가 기본 베이스 모델이 아닌 고성능 콰드리폴리오(Quadrifoglio) 버전을 먼저 선보인 것은 애초 알파로메오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였는지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알파로메오는 105년의 역사 동안 타르가 플로리오, 르망 24시간, 밀레밀리아, F1 등 전설적인 레이싱에서 736회의 우승을 차지한 레이싱 DNA가 꿈틀대는 브랜드였다. 더불어 콰드리폴리오 브랜드를 AMG나 M처럼 키우려는 의도는 아닐는지 예상해본다. 

줄리아에는 그룹 차원의 기술과 돈도 투입됐다. 섀시는 마세라티에서 가져왔고 엔진은 페라리의 기술이다. 즉 줄리아가 잘 팔리면 마세라티와 페라리도 동반 성장하는 구조다. 


 

 

줄리아는 알파로메오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동시에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브랜드 변화와 혁신의 시발점이 되는 모델이다. 아직 제품이 출시되지 않아 변화와 혁신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알고 원했던 감성적 매력이 충만한 알파로메오가 돌아온 건 아주 반갑다. 많은 이들이 한국에서 만나길 고대하고 있지만 FCA 코리아도 언제가 될지 모른다 했다. 

 

 

 

MUSEO ALFA ROMEO
이탈리아 밀라노 주 아레세(Arese)에 위치한 알파로메오 박물관은 1976년 12월 18일에 오픈했다. 원래는 알파로메오 공장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2009년 레노베이션을 위해 문을 닫았다가 2010년 100주년 기념에 잠깐 열고는 2011년에 2차 레노베이션에 들어가 지난 6월 줄리아와 발표와 함께 재개장했다. 박물관은 프로토타입, 콘셉트카, 레이싱카, 디자인 스터디 모델 등 알파로메오 역사와 중요한 시기를 관통하는 제품을 담고 있고 레이싱 역사와 문화 등에 관한 다양한 사진과 포스터도 전시된다. 특히 알파(A.L.F.A) 최초의 모델인 24HP를 비롯해 타치오 누볼라리(Tazio Nuvolari)가 운전해 밀레밀리아에서 우승한 6C 1750 그란 스포츠와 전설적인 8C 모델들, 후안 마누엘 판지오(Juan Manuel Fangio)에게 F1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안겨준 알페타 159, 1950년대 자동차의 아이콘이었던 줄리에타, 1970년대 스포츠카의 원형이었던 33 TT 12 등 알파의 역사뿐만 아니라 레이싱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모델들이 전시돼 있다. 이 외에도 알파로메오 엔지니어링 개발의 역사를 보여주는 15종의 항공기 엔진과 40종의 동력장치, 자동차 1000여 대가 전시돼 있다. 

 

 

 

 

QUICK DRIVE ALFA ROMEO 4C SPIDER
줄리아 발표 다음 날, 발로코 FCA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알파로메오 4C 스파이더를 시승했다. 이 차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감각의 폭격’이랄까. 4C 스파이더는 10년이 넘는 자동차 전문지 기자 생활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짜릿한 기억이다. 우선 이렇게 박력 넘치며 생생한 반응을 주는 4기통 엔진은 처음이다. 미드십에 얹힌 1.7리터 터보 엔진은 240마력으로 출력이 높지 않지만, 차체 무게가 895킬로그램이다. 튜블러 보디를 탄소섬유로 만든 덕분이다. 그렇게 무게를 줄여 0→시속 100킬로미터를 4.1초 만에 달린다. 하지만 빠름이 이 차의 특징은 아니다. 밸런스와 그립이 4C 스파이더의 핵심 요소다. 4C는 혀를 내두르게 하는 엄청난 뒷바퀴 그립을 지녔다. ‘이 정도면 뒤가 흐르지 않을까’ 싶어도 서킷에서 뒤가 흐르는 일이 없었다.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아 무게를 앞에 두고 방향을 전환해도 뒷바퀴가 노면에 끈끈히 붙어 있었다. ‘이거 타이어 부담이 여간 아니겠다’ 싶은데, 그래서 더 좋다. 마치 횡중력을 무시한 것처럼 코너를 내뺀다. 이때가 중요하다. 코너에 진입하면 속도에 상관없이 노즈가 스티어링에 따라 아주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움직인다. 파워스티어링이나 토크벡터링 따위의 전기 어시스트가 없는 퓨어 핸들링이다. 그래서 스티어링 조작을 빠르게 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차의 속도에 따라 운전대를 빨리 풀어야 하는데 안 되면 라인을 벗어나기 일쑤다. 차의 움직임보다 스티어링이 늦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드는 차가 4C 스파이더다. 4C와 비슷한 구조와 성향을 지닌 로터스와 비교하면, 로터스는 운전자가 치열하게 차와 싸운다면 4C는 운전자가 노면과 싸우는 형국이다. 그렇게 4C를 만나고 나니 줄리아가 더욱 기대됐다.

 

 

What do you think?
좋아요

TAGS 줄리아,알파로메오,페라리,마세라티,피아트,베스터,모터쇼

CREDIT Editor 이진우 Photo 알파로메오, 이진우 출처 MOTOR TREND

Film

film 더보기
SUBSCRIBE
  • 메인페이지
  • PlayBoy Korea
  • MOTOR TREND
  • neighbor
  • 東方流行 China

RSS KAYA SCHOOL OF MAGAZINE

Copyright Kayamedia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