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이 좋아!
바캉스 하면 물만 생각했다. 특히 바다를 좋아해 해변만 찾아다녔다. 낮엔 시원하게 물에서 놀고 밤엔 바비큐와 알싸한 소주 한 잔을 넘기면 어디든 천국이었다. “캬! 이 맛에 산다, 내가!” 그런데 매번 이런 식인 건 이제 슬슬 지겨워진다. 다른 즐거움은 없을지 궁금해졌다. 차원이 다른 시원함이랄까? 막연한 느낌이긴 했지만 뭔가 새로운 걸 찾고 싶었다. 그러다 찾게 된 곳이 충북 제천에 있는 청풍호 모노레일이다.

모노레일이 엄청 빠르게 달리기 때문에 느껴지는 시원함은 아니다. 모노레일은 오히려 완행열차보다 느리다. 비봉산 정상을 23분이나 걸려 느릿느릿 올라간다. 매력은 숲 속의 피톤치드와 정상에서 보이는 시원한 풍경이다. 청풍호 모노레일은 빼곡한 나무 사이를 가로지른다. 모노레일을 타는 23분 내내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단 얘기다. 숲 특유의 향기도 좋다. 왠지 건강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바짝 깎인 산등성이를 지날 땐 오싹한 기분도 든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장관이다. 비봉산이 그리 높진 않지만 주변에 더 높은 봉우리가 없어 시야가 뻥 뚫린다. 실제론 해발 530미터인데 느낌은 해발 1000미터도 훌쩍 넘어가 준다. 그 아래 고요히 흐르는 청풍호는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내륙의 바다라고 불린다는데 그만큼 넓고 푸르다. 전망대 바로 옆에 넓게 펼쳐진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유독 눈에 밟히는 건 그래서다. 자꾸만 하늘로 솟구치고 싶어진다. 온통 푸른 하늘과 산, 호수 속으로 흠뻑 안기고 싶어진다. 참고로 패러글라이딩도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는데 강습과 체험 모두 가능하다.

근처엔 청풍 문화재단지도 있다. 충주댐을 지으며 청풍호가 만들어졌는데 수몰 예상지역에 있던 문화재들을 모두 이전해 이곳에 모았다. 지역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민가부터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까지 있어 꽤 볼만하다. 특히 청풍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있는 한벽루는 꼭 봐야 한다. 이런 문화재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다.

청풍이라 하면 조금 낯설 수 있지만 그리 멀지 않다. 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약 170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서울에서는 하루 만에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모노레일은 최소 1~2주 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표를 구하기 어렵다. 아이돌 못잖은 인기다. 매년 떠나는 계곡과 바다가 지겹다면 청풍호로 떠나자. 시원하고 정말 좋다. 글•고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