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회가 맛있는 포항으로 가요
지난달 ‘밀레밀리아’ 취재 때문에 포항을 찾았다. 사실 포항이 처음은 아니었다. 10년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무작정 차를 몰아 포항으로 내려간 적이 있다. 그때 호미곶까지 달려가 커다란 손 조형물을 보며 한 시간 동안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전화를 걸지 못했고 그대로 차를 돌렸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동을 먹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 허리가 욱신거리고, 어깨도 결렸다. 문득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포항은 그렇게 나에게 여러모로 아픈 추억을 지닌 곳이었다.

하지만 다시 찾은 포항은 생각보다 훨씬 근사했다. 파란 하늘과 투명한 공기 때문일까? 영일대해수욕장은 너무 예뻤다. 짙푸른 바다 너머로 포스코 건물이 보이는 게 신기하면서도 이국적이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한 바닷가가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곳곳에 놓인 조각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모래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는데 발가락이 간질거렸다. 레이스 중이라는 사실도 잊을 만큼 해변은 한가롭고 고요했다. 영일대해수욕장 뒤에는 끝내주는 물회를 파는 환여횟집이 있다. 그곳에서 맛본 물회는 가히 최고였다. 지금까지 먹어본 물회는 진짜 물회가 아니었다. 새콤하면서도 달큼한 게 입맛을 제대로 돋웠다. 야들야들한 회는 입에서 살살 녹았다. 물회를 시키면 함께 나오는 매운탕도 기가 막혔다. 뜨거운 매운탕과 차가운 물회가 어울릴까 싶었는데 의외로 궁합이 잘 맞았다. 밥 한 그릇이 뚝딱 사라졌다. 한여름의 영일대해수욕장은 그때 본 한적한 모습이 아닐 거다. 파라솔이 빼곡하고, 곳곳에는 돗자리를 깔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들겠지? 주차할 곳을 찾느라 차들이 좁은 골목을 ‘빵빵’거리며 다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이곳은 피서객이 한차례 떠난 늦여름에 가는 게 좋다. 호젓하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실컷 느낄 수 있다.

포항국제불빛축제
왁자지껄 신나는 축제가 좋다면 포항에도 그런 축제가 있다. 7월 30일~8월 2일까지 형산강체육공원과 영일대해수욕장에서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불빛 퍼레이드와 뮤직 불꽃쇼, 불빛 장터, 버스킹 페스티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는데 하이라이트는 역시 8월 1일에 펼쳐지는 국제 불꽃쇼다. 저녁 8시 20분부터 11시까지 3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영일대해수욕장을 배경으로 10만발의 불꽃이 팡팡 터진다. 서늘한 여름밤을 화려하게 달구는 불꽃을 보고 있으면 오래된 연인과 함께라도 로맨스가 새록새록 살아날 거다. 참, 서울역에서 포항으로 가는 KTX가 개통돼 2시간 30분이면 포항역에 도착할 수 있다. 아침 일찍 서두르면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단 얘기다.

기간 7월 30일~8월 2일 장소 영일대해수욕장, 형산강체육공원 문의 http://piff.ipoha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