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RARI CALIFORNIA T
14SEC TIME TO OPEN

 

사부랑삽작
페라리 캘리포니아 T의 톱이 열리는 순간은 정적이 흐른다. 이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바람도 태양도 아니다. 누군가의 시선. 처음부터 끝까지 14초, 눈빛이 머무르는 단위다. 복잡한 구조와 상관없다는 듯 이 리트랙터블 하드톱은 움직이는 모든 과정이 우아하다. 무엇보다 고막을 간질이는 모터의 소음이 없다. 그저 ‘스르륵’하고 하늘이 갈라지고 ‘찰칵’하고는 마무리된다. 명품 서류 가방을 힘주어 닫듯이 기분 좋은 소리. 모든 과정이 지나고 누리는 보상은 더 달콤하다. 더 크고 박력 있는 배기음이 2막을 알리는 신호다.

 

 

 

 

JAGUAR F-TYPE
12SEC TIME TO OPEN

 

새근발딱 새근발딱
‘파닥파닥.’ 재규어 F 타입의 톱은 그렇게 열린다. 그 모습이 마치 날개를 폈다가 접는 듯하다. 먼저 이빨을 드러낸다. 윈드실드 상단과 연결된 날카로운 후크가 밀려난다. 그러곤 롤 바 뒤에 달린 날개형 커버를 펼쳐 톱을 맞이한다. 즐겁게 달리는 순간의 흐름은 끊지 않는다. 톱을 열고 싶은 그 순간, 정지해서 12초를 낭비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리며 곧바로 하늘과 마주하게 진화했다. 순식간에 운전자가 기억하는 장면이 바뀐다. 장면을 연상케 하는 정보가 추가된다. 눈과 귀, 코로 달리기를 느낀다.

 

 

 

 

 

PORSCHE 911 TARGA 4 GTS
19SEC TIME TO OPEN

 

왁다그르르
텅! 위잉! 철컥! 타르가 톱이 움직이는 소리다. 이 전동식 루프는 ‘과하다’고 느낄 만큼 웅장하다. 마치 커다란 바위가 차에서 굴러떨어지듯 요란한 소리와 몸짓으로 하늘을 맞이한다. 기다림에 익숙해야 한다. 작동시간은 19초지만, 차는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도 산책 나온 강아지처럼 기분이 들뜬다. 루프가 변신하는 과정 자체가 충분히 즐길 거리다. 호기심 어린 그 시선은 안에서든, 밖에서든 마찬가지. 이 차는 루프를 중심으로 디자인됐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노력이 톱에 스며들었겠나. 속도를 높일 때 머리 위를 가볍게 지나는 바람이 좋다. 빛나는 롤오버 바 뒤로 커다란 유리벽이 외부의 스트레스 요소를 막아준다. 짜릿할 만큼 속도도 높일 수 있다. 그래도 여느 컨버터블보다 덜 시끄럽고, 덜 피곤하다.

 

 

 

 

FIAT 500C
15SEC TIME TO OPEN

 

스르륵
시속 80킬로미터에서 하늘이 열린다. 차가운 공기가 빠르게 실내로 스며든다. 곧바로 귀를 때리는 바람 소리, 거칠다. 펄럭이는 깃발을 마주한 기분. 당연히 바람 소리에 가려서 톱의 모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15초면 된다. 달리면서 그 정도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500C의 캔버스톱은 구조가 간단하다. 커튼처럼 총 3단계로 레일을 따라 루프가 밀린다. 단계마다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의 양도, 소리도 다르다. 톱이 물러날수록 어두운 실내가 밝아진다. 촛불을 차례대로 켜는 기분이랄까. 스며드는 햇빛에 맞춰 기분도 바뀐다.

 

 

 

AUDI A5 CABRIOLET
15SEC TIME TO OPEN

 

와당탕퉁탕
위잉! 익숙한 모터 소리를 시작으로 모든 창문이 줄 맞춰 내려간다. 덜컹! 곧 커다란 덮개가 룸미러를 가득 채우며 트렁크 위로 활짝 열린다. 마치 거대한 돛처럼,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차를 잡아당긴다. 다시 위잉! 톱이 바람에 날리듯 열리며 젖혀진다. A5의 변신은 15초. 시속 30킬로미터 이하로 달리면서 가능하기에, 톱이 움직이는 모든 과정은 바람과의 싸움이다. 옆에서, 뒤에서, 다시 옆에서 바람이 들이치는 과정이 끝나고 하늘이 다시 잠잠해진다. 귀를 막았던 손을 내려놓은 느낌. 밖에서 안으로 울렸던 모든 소리가 청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