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액톤 엠스쿠터 무게 32kg 최대하중 100kg 최고속도 시속 20km 주행거리 40km 충전 3시간 모터 출력 350W 가격 245만원 2 세그웨이 X2 SE 무게 54.4kg 최대하중 117kg 최고속도 시속 19km 주행거리 20km 충전 4~6시간 모터 출력 1500W 가격 1226만원

 

 

액톤 엠스쿠터
난 자전거를 못 탄다. 자전거뿐 아니라 스케이트처럼 균형을 잡아야 하는 탈것에는 전혀 재주가 없다. 자전거를 타보고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어렸을 때도 아빠와 연습을 했다. 몇 시간 동안 연습해도 10미터도 못 달리는 날 보며 아빠는 포기했고, 결국 보조바퀴가 달린 네발자전거를 사줬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네발자전거를 타는 게 부끄러워지자 자전거는 내가 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나에게 엠스쿠터는 “딱 이거다!” 싶은 개인용 이동수단이다. 일단 바퀴가 세 개라 가만히 세워놔도 넘어지지 않는다. 안장을 뒤로 젖히면 앉아서 탈 수 있고, 앞으로 밀면 서서 탈 수도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20킬로미터라지만 제법 속도감이 있다. 버튼으로 속도는 2단계로 조절된다. 출력이 나오는 구간도 약간 달라 상황에 따라 출력을 달리할 수 있다.

사무실 주변 골목을 이리저리 누비는데 바람을 맞는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좋은 건 자전거를 못 타는 내가 이런 기분을 낼 수 있다는 거다. 그것도 부끄럽지 않게. 3시간 동안 충전하면 최대 4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는데 핸들 오른쪽에 있는 네모난 표시등으로 배터리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 수 있어 편하다. 후진도 가능하다. 사실 핸들이 좌우로 90도 이상 돌아가서 전진만으로 후진 같은 효과도 낼 수 있다. 사무실같이 좁은 곳에선 뒷바퀴를 안쪽으로 접고 핸들을 내려 부피를 줄일 수도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무겁다는 거다. 무게가 32킬로그램이다. 10킬로그램짜리 쌀도 못 드는 내겐 절대로 들 수 없는 자전거다. 그래도 접어서 밀기는 쉽다. 서인수

 

 

세그웨이 X2 SE
전기로 작동하는 개인 이동수단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세그웨이다. 당당하게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제품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세그웨이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두 바퀴에 불쑥 올라온 핸들바가 달린 탈것. 그게 세그웨이 i2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타본 것은 i2의 오프로드 버전인 X2로 오프로드에 적합한 구조를 가졌다.

본체 전원은 인포키가 있어야 들어온다. 인포키는 시동을 걸어주는 역할부터 주행가능거리, 총 주행거리, 배터리 잔량 등 정보를 보여준다. 타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아마 전기로 움직이는 개인용 이동수단 중 가장 쉽고 안전할 거다. 그저 양손으로 핸들을 잡고 올라서면 끝. 넘어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단 3분 만에 완전히 사라진다. 5개의 똑똑한 자이로 센서가 스스로 균형을 잡는다. 운전자는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 가속 레버는 필요 없다. 2개의 가속계가 탑승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감속도 마찬가지. 멈춘다는 느낌으로 몸을 뒤쪽으로 기울이면 감속한다. 조향은 양손으로 잡은 핸들을 좌우로 움직이면 된다. 머리로 생각하는 대로 제대로 구현된다. 똑똑하다.

직접 타보니 X2가 왜 오프로드 버전인지 알 수 있다. i2보다 바퀴가 커진 만큼 무게가 늘었다. 건물 입구를 통과하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의 이동에 제약이 따른다. 대신 비포장도로나 기타 레저 활동에 사용하면 진가를 발휘한다. 흙길이나 자갈밭 같은 비포장도로에서의 이동성이 매우 뛰어나다. 주행에 거침이 없다. 타이어 면적이 늘어나 i2보다 승차감도 더 편안하다. X2는 누구에게 어울릴까? 차를 타고 야외로 자주 나가는 사람, 레저 활동을 편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 그리고 부자. 경차와 맞먹는 가격만 감당할 수 있다면 레저 활동의 질이 분명 더 좋아질 것이다. 곽봉석

 

 

 

1 이노킴 퀵2 무게 14.6kg 최대하중 120kg 최고속도 시속 30km 주행거리 30km 충전 4시간 모터 출력 300W 가격 154만원 2 미니쿠 플러스 무게 32kg 최대하중 100kg 최고속도 시속 35km 주행거리 30km 충전 4~5시간 모터 출력 500W 가격 209만원

 

이노킴 퀵2
생긴 것이 영락없는 킥보드다. 차이점이라면 플레이트 보드에 배터리팩이 내장된다는 것과 앞뒤 독립 제어 브레이크, 가속 레버가 달렸다는 점이다. 크기는 길이 1100밀리미터, 핸들바를 모두 높였을 때 높이는 1070밀리미터다. 접어서 한 손으로 들 수 있고(본체에 손잡이가 있다), 접고 펴는 과정도 단순해 기동성도 확보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타는 법을 바로 알게 된다. 전원을 켜고, 몸체에 올라타서 엄지손가락으로 가속 레버를 지그시 누르면 된다. “윙~” 아주 작은 모터 소리와 함께 속도가 붙는다. 시속 30킬로미터라는 속도가 절대 느리지 않다. 코너링은 민첩하다. 핸들을 돌려서 코너를 도는 것이 아니라 모터사이클처럼 몸을 기울여서(차체를 눕혀서) 회전한다. 실제로 움직임이 작은 모터사이클 같다. 핸들을 손으로 꽉 쥐면 차체가 불안하다는 것도 비슷하다. 몸의 힘을 빼고 ‘빨래가 널리듯이’ 몸을 회전 방향으로 맡겨야 한다. 가려는 방향에 시선을 둔다. 그러면 대단히 안정적인 모습으로 차체가 궤도를 그린다.

앞뒤 타이어는 10인치로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평지에서는 문제 없지만 요철에서 다소 통통 튄다. 그래도 충격은 무릎으로 완충하면 된다. 라이더의 안전을 위해 브레이크 압력은 앞이 약하고 뒤가 강하다(앞 V 브레이크, 뒤 디스크). 그래서 급하게 속도를 줄일 때 뒤 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때 엉덩이를 뒤로 빼서 뒷바퀴에 하중을 실어주는 게 좋다. 안 그러면 ‘끼익~’ 하는 스키드음와 함께 ‘나이키’를 하게 된다(1990년대 동네에서는 뒷바퀴를 스포츠 상표 모양으로 멋지게 미끄러뜨리는 행위를 그렇게 불렀다). 자전거 전용도로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할 때 실제로 10~15킬로미터 거리의 출퇴근에 쓰기에 어렵지 않다. 장거리를 편하게 달리기 위해 크루즈컨트롤도 달았다.

사실 생김새 때문에 잘못된 편견으로 리뷰를 시작했다. 멋지고 잘 달리는 개인용 이동수단으로 다소 부족해 보였다. 그런데 한참 잘못 짚었다. 3일간 이 전동 킥보드를 타면서 미래로 한 걸음 나아간 느낌을 받았다. 이 정도로 효율적이라면 가까운 미래에 많은 사람이 개인용 이동수단으로 쓰기에도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김태영

 

미니쿠 플러스
미니쿠를 타면 자꾸 웃음이 난다. 이 조그만 게 날 태우고 달릴 수 있다니 신기하다. 생긴 것은 초등학교 때 그렸던 자전거나 오토바이처럼 단순하다. 바퀴 2개와 안장, 핸들을 작대기로 연결한 딱 그런 구조다(2단으로 접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구석구석 꽤 신경 쓰고 다듬은 흔적이 보인다. 헤드라이트와 혼도 달린다. 생긴 것만큼 조작법도 간단하다. 키를 돌려 전원을 켜고 오른손으로 스로틀을 감으면 된다. 자전거처럼 앞뒤 별도로 브레이크를 조절한다. 이 중 뒤 브레이크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미니쿠를 타면 자세 때문에도 웃음이 난다. 키 180센티미터, 몸무게 100킬로그램이 넘는 내가 앉으니 자세가 겸연쩍다. 미니쿠를 타는 나를 본 동료 기자들에게서 웃음이 빵빵 터졌다. 하지만 그 밖에 날 보고 웃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 많은 압구정동과 명동, 남대문 등지를 다녔지만 모두가 신기한 눈으로 쳐다볼 뿐이다. 최대 허용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이라니 혼자 타도 정원 초과다. 하지만 법률 위반은 아니다. 심지어 잘 달리기까지 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35킬로미터라고 하는데 계기반상으로는 이보다 살짝 낮다. 체중 때문이지 싶다. 그러나 이 정도만 돼도 속도감이 꽤 느껴진다. 작달막한 게 씩씩하게 달려 더 그렇다. 내리막에선 시속 40킬로미터까지 달렸다. 겁만 상실했다면 분명 더 빠르게 달렸을 거다. 반면 급한 경사를 오를 땐 꽤 버거워했다. 종종 걷는 정도까지 속도가 떨어져 발로 굴러줘야 했다. 체중이 가볍다면 훨씬 수월할 거다. 다만 경사에 따른 한계는 분명 있다.

상쾌한 탑승 느낌도 미니쿠가 선물하는 웃음거리다. 바람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정말 상쾌하다. 퇴근길 한강을 넘어가는 구간은 진정 최고였다. 줄줄이 늘어선 차들보다 빨리 달리는 쾌감도 좋다. 반면 단점도 명확하다. 앞바퀴 서스펜션은 낮은 요철에서도 진동과 소음이 심하다. 속도계는 주행 자세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 안장 높이 조절도 안 된다. 차도를 달리면 느려서 위험하고 인도를 달리면 빨라서 위험하다. 200만원이라는 가격도 부담이다. 그러나 솔직히 사고 싶었다. 탈것에 대한 본능적인 이끌림도 있었지만, 이 매력쟁이가 주는 웃음을 놓치기 아쉬웠다. 하지만 주변 사람 모두가 반대했다. “그거 사면 더 살찐다.” 고정식

 

 

 

1 나인봇 원 E+ 무게 14.2kg 최대하중 120kg 최고속도 시속 22km 주행거리 35~40km 충전 3시간 모터 출력 1500W 가격 125만원 2 이고 크루저 무게 6.3kg 최대하중 120kg 최고속도 시속 18km 주행거리 20km 충전 3~4시간 모터 출력 400W 가격 98만원

 

나인봇 원 E+
외발자전거를 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익숙해지는 데 분명 시간이 필요하다. 바퀴가 1개인 전동식 이동수단도 마찬가지. 나인봇 원 E+는 자이로드론이나 세그웨이처럼 자이로스코프 기술을 사용한다. 차이점이라면 바퀴가 한 개라는 것이다. 외발이 달린 몸체에 날개(발판)를 펼친 간단한 구조다. 자이로 센서를 이용하는 방식이니까 이론적으로 타는 법은 간단하다. 양발로 올라서서 앞으로 몸을 기울이면 전진하고 몸을 원하는 방향으로 기울이면 회전한다. 그런데 주행은 두 번째 문제다. 가장 기초인 두 발로 오르기부터가 쉽지 않다. 한 발을 올리고 다른 발로 점프하듯 타라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보통 하루에서 최대 3일 정도 연습하면 탈 수 있단다.

타는 법을 익히고 보니 타고 내리는 데도 요령이 있다. 오른발로 본체 페달을 살짝 밟아 균형을 맞춘 상태에서 점프하듯 왼발을 올리고, 곧바로 앞으로 몸을 기울여 속도를 붙여야 한다. 멈추면 넘어진다. 자전거처럼 움직일 때만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속도가 붙으면 정강이 안쪽으로 차체를 단단히 조여야 불안하지 않다.

회전에도 요령이 있다. 회전하려는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면서 양발로 기울어지는 차체를 적당한 수준까지 수평이 되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 회전 방향 반대 발에 힘을 주는 것이 요령이다. 동네를 몇 바퀴 도는 동안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았다. 휘청거리지 않고 멋지게 탔다면 더 좋았겠다. 나인봇 원의 경사등판 능력은 최대 15도다. 실제로 완만한 언덕에서 무리 없이 속도를 높였다. 가파른 내리막길에서는 내려서 들어야 한다.

리뷰를 마치고 며칠 후, 출근길 횡단보도에서 나인봇을 타고 어디론가 가는 여학생을 봤다. 앳돼 보이는 외모로 미뤄볼 때 고등학생 같았다. 그녀는 한 발로 나인봇 원을 지탱하고 서서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신호가 녹색으로 변하자 자연스럽게 외발에 올라타고는 유유히 골목길로 사라졌다. 그녀에겐 나인봇 원이 단순히 재미있는 놀이감이 아니었다. 효과적인 이동수단이었다.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고, 또 쉬워 보였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이런! 더는 젊지 않다는 증거였다. 김태영

 

이고 크루저
제품 사진을 봤을 땐 일반 크루저 스케이트보드처럼 작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길이가 960밀리미터로 롱보드에 가깝다. 총 9겹의 나무가 겹쳐진 데크도 제법 단단하다. 데크의 휘어짐을 막기 위해 밑 부분은 탄소섬유로 마감했다. 데크의 아래에는 7.8Ah 리튬이온 배터리팩이 장착돼 전기모터에 힘을 공급한다. 완전 충전까지는 3~5시간이 거리며 최대 30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다. 속도 모드와 주행 스타일도 고를 수 있다.

전기모터로 구동하지만 전원이 켜진 동안 모터는 계속 작동한다. 그래서 푸시오프(한 발은 데크에 두고 다른 발로 땅을 구르는 방법)를 병행해도 저항이 생기지 않아 무리가 없다. 이고 크루저는 출력을 리모트 컨트롤러로 제어한다. 엄지손가락으로 슬라이드를 위로 올리면 가속, 아래로 내리면 브레이크를 잡으며 감속한다. 회생제동 시스템이 있어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잡으면 전기모터가 배터리를 충전한다.

타는 요령은 일반 롱보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 푸시오프로 땅을 치고 나가면서 가속력을 얻은 뒤 전기모터의 힘을 빌린다. 자동 출발을 하려면 데크 위에 11자 형태로 올라서서 컨트롤러의 레버만 위로 올리면 된다. 10퍼센트 경사도도 오를 수 있지만 오르막길에서는 모터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평지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출력이 완전히 발휘되기까지 약간 지체되는 구간이 있어 푸시오프 방법이 더 효율적이다. 방향 전환도 일반 보드와 같다. 발의 앞꿈치와 뒤꿈치를 사용해 몸의 무게중심을 좌우로 이동해 돈다. 선회 반경은 5미터 정도여서 좁은 골목길에서도 어렵지 않게 방향을 돌릴 수 있다. 방향 전환은 생각보다 안정적이다.

가속과 감속의 반응은 다소 더딘 편이다. 급가속을 시도해도 속도가 부드럽게 올라간다. 최고시속은 시속 20킬로미터다. 그러나 체감상 그 정도로 빠르지 않다. 감속도 반 박자 쉬고 이뤄진다. 브레이크를 잡는 형태가 아니라 내리막길에서 레버를 급히 내려도 예상보다 15미터 정도 제동거리가 생긴다. 약간 아쉽다고 느낄 수 있지만 당연한 설계다. 스케이트보드가 급가속과 급제동을 한다면 라이더가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앞뒤로 고꾸라질 테니까.

전기모터가 달렸다고 편안한 이동수단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고 크루저는 분명한 레저 장비다. 전기모터 덕분에 언덕이나 평지에서 소모하는 에너지를 줄여줄 뿐 타는 방법은 영락없는 스케이트보드다. 단 30분 만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하지만 괜찮다. 곧바로 마주 오는 시원한 바람이 금세 땀방울을 가져간다. 조두현

 

 

 

1 에어휠 Q3 무게 11.7kg 최대하중 120kg 최고속도 시속 18km 주행거리 40km 충전 2시간 모터 출력 800W 가격 79만~119만원 2 자이로드론 Z1 무게 10kg 최대하중 100kg 최고속도 시속15~20km 주행거리 TBA  충전 3시간 모터 출력 TBA 가격 99만원

에어휠 Q3
나인봇 원과 개념은 같지만 에어휠 Q3는 바퀴가 두 개다. 물론 그렇다고 타기가 두 배 더 쉽거나, 두 배 더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동성이나 회전 능력은 외발과 비교해 떨어진다. 그러나 장점도 많다. 일단 속도가 붙으면 훨씬 안정적이다. 직선을 빠르게 달리거나 언덕을 오를 때 외발처럼 좌우로 휘청거리지 않는다. 미끄러운 구간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달릴 수 있고, 요철 구간을 넘을 때도 안정적이다.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스스로 서 있기 때문에 매번 거치대를 찾거나 번거롭게 눕혀놓을 필요도 없다. 손가락 2개 간격의 적당한 윤거와 12인치 휠 구조덕에 가벼운 비포장도로에서도 탈 수 있다. 배터리 용량에 따라 3개 트림으로 나뉘고, 추가로 여행용 가방 같은 손잡이를 달아 끌고 다닐 수도 있다. 김태영  

 

자이로드론 Z1
자이로스코프 기술을 이용한 대표적인 이동수단이 세그웨이라면, 그 세그웨이를 최소로 줄인 형태가 자이로드론이다. 크기는 길이가 584, 너비와 높이가 각각 185, 178밀리미터로 두 발을 어깨너비로 벌린 정도에 꼭 맞는 크기다. 이 제품을 거창하게 무언가에 탄다는 표현보다 그냥 신발에 바퀴가 달렸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가볍게 올라서서 앞으로 몸을 기울이면 전진하고, 왼발과 오른발을 서로 반대로 밟으면 회전한다(본체 중심을 기준으로 좌우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게 설계됐다). 내릴 때는 꼭 뒤로 내려야 한다. 앞으로 내리면 몸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며 갑자기 앞으로 움직일 수 있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머리로 생각한 대로 곧잘 움직일 수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10킬로미터지만 사용 환경을 생각하면 충분히 빠르다. 움직임은 민첩하다. 속도를 순간적으로 높였다가도 필요한 순간에 정확히 줄일 수 있고 급하게 회전도 가능하다. 별도로 지시하지 않아도 머리로 생각하면 움직인다. 만약 손오공이 타는 근두운이 실제로 있다면 이런 느낌이겠다. 작은 문턱이나 완만한 내리막도 문제가 없다. 제원상 최대 등판 각도는 15도다.

자이로드론은 출퇴근용보다는 근거리 이동에 어울린다. 사무실이나 스튜디오, 주차장, 집 근처 공원 등 동선이 짧고 폭이 좁은 곳에서 타기에 적합하다. 생활방수(일체형 배터리 방수 팩으로 누전 방지)와 과속 방지 기능을 더해 안전에도 신경 썼다.

리뷰를 하는 동안 사무실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탔다. 자이로드론 위에 있다가 그냥 땅을 밟고 걸으면 이상하게 불안하고 능률(?)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저 작은 두 바퀴에 몸을 싣고 생각 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렸다.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자이로드론을 장시간 타본 사람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이 작은 탈것은 은근 중독성이 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엔 ‘자이로드론 중독’ 같은 새로운 병명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김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