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면적의 매장이라는 이케아 광명점을 다녀왔다. 매장을 오픈한 지 꽤 시간이 지난 만큼 단순 호기심에 찾는 사람들이 빠져 한산할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사실 한국의 이케아 매장에 큰 기대는 없었다. 10년 전인가 들렀던 미국 동부의 이케아 매장에서도 그다지 매력적인 기억을 남기지 못했다. 또 내가 본 대부분의 이케아 가구도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것들이라 특별히 새로움이나 기대감이 없었다. 그저 요즘 유행하는 북유럽 디자인의 괜찮은 제품을 싸게 파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매장에 가보니 달랐다. 이케아에서 소개하는 수많은 가구, 조명, 소품 등은 사용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보여지고 있었다. 한정된 집 안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수납 효율성을 극대화한 제품들도 다르게 느껴졌다. 개별 아이템별로 브랜딩이 돼 있었고, 주요 제품의 디자인을 담당한 디자이너 사진도 이케아 가구의 디자인에 특별함을 더했다. 매장 내 레스토랑에서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저렴한 스웨덴 전통 미트볼을 먹다가 ‘가구업계의 거인’ 이케아가 자동차를 만들면 어떨지 생각해봤다.

스웨덴 국기를 연상시키는 이케아 로고가 박힌 이케아 오토모빌스(IKEA Automobiles)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핑카 전용 브랜드를 표방한다. ‘우리 집에 필요한 모든 것’을 판다는 이케아 매장처럼 이케아 오토모빌스에는 ‘캠핑 나아가 여행과 이동, 휴식, 모험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첫 번째 자동차의 이름은 ‘릴라보(Lillabo)’가 좋겠다. 릴라보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 라인으로 이미 많은 사람이 장난감 자동차와 차고, 매트 등의 제품을 통해 이 브랜드를 알고 있다. 릴라보 자동차는 그동안 캠핑카가 제시할 수 없었던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다. 여기에 이케아의 핵심 경쟁력이자 차별화 요소인 뛰어난 디자인과 북유럽 특유의 감성이 인테리어를 수놓는다. 집 안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수납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이케아 특유의 효율성은 제한적인 공간에서 먹고 자고 놀고 이동해야 하는 캠핑카에서 더욱 빛난다. 이케아는 고객들의 이용 행태나 라이프스타일을 집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조사하고 연구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이런 시장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케아 캠핑카와 관련 제품은 캠핑을 포함한 다양한 아웃도어 생활에 편리함은 물론 재미와 세련미까지 제공할 수 있다.

이케아 성공의 핵심이라 일컬어지는 대량생산 방식은 자동차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전 세계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대량생산해 제조원가와 판매가격을 낮추는 방식이다. 라인업은 최대한 심플하고 일관성 있게 구성한다. 물론 지역별, 국가별 특성에 맞춘 사양은 적극 반영한다. 이케아가 한국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김치냉장고를 고려한 부엌 디자인과 가구 콘셉트를 제공한 것처럼 한국에서 팔릴 이케아 자동차는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개발된다. 나아가 이케아 캠핑카 오너들에겐 시즌마다 이케아 매장을 통해 소개되는 아웃도어 전용 스페셜 에디션 제품을 특별한 가격으로 제공한다. 북유럽 감성이 담긴 디자인, 가족, 자연주의 등을 기반으로 한 스페셜 에디션 제품이 산과 계곡, 바닷가, 도심 야영지 등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 맞춰 출시된다. 이 같은 이케아 식기나 의자, 텐트, 조명, 패브릭 등은 이케아 자동차뿐만 아니라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의 자동차, 캠핑과 거리가 먼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제품은 이케아 가구처럼 누구나 쉽게 조립하고 운반할 수 있게 만들어진다.

이케아 오토모빌스는 ‘더 좋은 생활을 만듭니다’라고 말하는 이케아의 브랜드 철학을 따른다. 물론 이케아는 자동차라고는 장난감 자동차밖에 만든 경험이 없다. 하지만 우리 생활은 대부분 특정한 공간에서 이뤄지고, 이케아는 집과 사무실 등 공간과 관련해 탁월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자동차가 우리 삶의 일부이며 이동을 위한 ‘공간’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케아의 매력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충분히 넓다. 에디터•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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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는 연간 40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가구업계의 공룡’이지만 이케아 오토모빌스만을 위한 자동차 공장을 짓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 가구업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한 채 자동차업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파트너를 찾는 게 낫다. 아니면 ‘놀고 있는’ 자동차 공장을 구입하거나. 마침 이케아 입맛에 딱 맞는 공장이 시장에 나와 있다. 스웨덴에 있는 트롤헤탄 공장이다. 1947년 처음 문 연 이곳은 지난 반세기 동안 사브(Saab)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현재 사브는 공중에 붕 떠 있다. 사브의 마지막 인수주체였던 NEVS(National Electric Vehicle Sweden)가 지난해 현금 부족으로 파산을 신청하면서 명맥이 끊겼고, 유서 깊은 트롤헤탄 공장도 함께 문을 닫았다. 이케아의 트롤헤탄 공장 매입은 여러모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우선 이케아에겐 자동차업계 진출의 길이 열린다. 스웨덴 정부도 사브 회생이라는 오랜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 이케아로서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자국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그럴싸한 명분도 있다. 사브 브랜드의 부활은 다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