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르소 델레간차는 빈티지카 경연대회다. 잘 관리된 희귀한 모델에게 상도 주고 현장에서 경매도 열린다. 메이커는 새차나 콘셉트카를 선보이기도 한다.

매년 봄이면 이탈리아의 모터스포츠와 자동차광들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두 개의 자동차 행사가 5월에 열리기 때문이다. 바로 밀레밀리아(Mille Miglia)와 권위 있는 클래식카 경연대회인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Concorso d'Eleganza Villa d'Este)다.

밀레밀리아는 1927년에 처음 열린 공도 내구레이스다. 이 당시만 해도 자동차의 내구성이 메이커들의 가장 큰 이슈였고, 내구성 경합의 장이 된 것이 밀레밀리아다. 1600킬로미터(1000마일)를 가장 먼저 달린 차가 우승하는 경주다. 하지만 당시는 도로 상태가 엉망이었고 차체도 지금처럼 단단하지 않아 완주율이 낮았다. 1953~1957년에는 세계 스포츠카 챔피언십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후 1977년부터는 클래식 및 빈티지카 레이스로 탈바꿈했다. 자동차 내구성이 워낙 좋아져 내구레이스의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1957년 이전에 생산된 차들만 참가할 수 있다는 것. 올해 밀레밀리아는 5월 14~17일에 열렸다. 438대의 차와 2000여 명의 인원이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에서 중부 로마까지 다녀오는 1600킬로미터의 머나먼 여정을 마쳤다. 올해는 밀레밀리아가 처음 생긴 연도에 나온 1927년형 부가티 T 40이 우승컵을 안았다. 그런데 무엇보다 관람객들의 마음을 흔든 것은 밀레밀리아의 전설적인 영웅 스털링 모스 경이 직접 메르세데스 300 SLR을 타고 현장에 나타난 것. 올해는 그가 우승한 지 60주년 되는 해다. 모스 경은 “우승 당시 코드라이버였던 데니스 젠킨슨이 이 자리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시 현직 모터스포츠 기자로 모스의 코드라이버 역할을 하면서 우승까지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리포트했던 젠킨슨은 몇 년 전 세상을 떠났다.

밀레밀리아는 클래식카 경주다. 옷차림도 그당시를 회상시키는 옷을 입는다. 오른쪽이 밀레밀리아의 살아있는 전설 스털링 모스 경이다.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는 밀레밀리아가 생기고 2년 뒤인 1929년에 시작됐다. 애초 의도는 차를 매개로 한 부자들의 커뮤니티였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희귀 자동차 전시회 형태가 됐다. 1949년까지 열리다 2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됐는데, 1995년 BMW의 후원으로 부활했다. 지금은 클래식 및 빈티지카 전시와 더불어 자동차 메이커들의 콘셉트카를 비롯해 프로토타입, 특별 모델까지 소개되고 현장에서 경매도 열리는 복합 자동차 문화 행사가 됐다. 지난 5월 23~24일 열린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는 퍼레이드와 전시가 끝나고 전시물에 대한 수여식이 있었다. 여기서 1932년형 알파로메오 8C 2300이 대상과 같은 ‘트로페오 BMW 그룹 상’을 받았다. 호스트 격인 BMW 그룹은 BMW 3.0 CSL 오마주를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1970년대 BMW의 아이코닉한 3.0 CSL 경주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셉트카다. BMW 그룹의 디자인 수장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는 “BMW는 우리의 헤리티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과거가 미래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한 뜻과 의미를 지닌 모델이 3.0 CSL 오마주 콘셉트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이탈리아의 5월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중첩되는 두 개의 독특한 자동차 이벤트가 열린다. 이탈리아인들의 레이싱 열정과 그 열정이 빚어낸 감동적인 드라마가 있고, 유럽인들의 자동차에 대한 들끓는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속도와 치열하게 싸운 레이서와 레이서 뒤에서 뛰어난 경주차를 만들었던 엔지니어들에 대한 헌정과 존경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