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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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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혼저옵서예

제주도에 다녀왔다. 제주도의 3월에는 활기가 있다. 샛노란 유채꽃이 봄을 깨운다. 여기에 작년부터 또 다른 움직임이 생겼다. 전기차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열렸다. 전기차를 팔려는 사람들, 타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전기차를 타고 제주도 여기저기를 누볐다

2015.04.21

 

1 BMW i3를 타고 애월 해안도로를 달렸다. 이런 곳에서 배기가스를 내뿜는다는 것은 자연에게 꽤 미안한 일이다. 

 

 

전기차들의 파티가 열렸다. 3월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다. 전기차를 비롯해 배터리, 충전기, 인프라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이 모였다. 신제품을 전시하고 발전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동시에 제주도에서만 1515대의 전기차 판매가 시작됐다. 올해 환경부가 전국에 지원하는 전기차 수의 반이다. 보조금만 대당 2200만원으로 총 330억원이고 충전기 설치 비용만 90억원이다. 차값을 합치면 600억~700억원에 이르는 시장이다. 기업들은 각자의 파이를 조금이라도 더 키우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제주도민들은 전기차에 대해 아직 새롭고 궁금한 것이 많았다. 올해는 중국 기업들이 작정하고 나섰다. 1회 엑스포가 열렸던 작년보다 확실히 규모와 움직임이 커졌다.

엑스포가 열리기 5일 전, 전기차 100대가 한꺼번에 제주시 도로 위를 달렸다.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의 성공을 기원하고 홍보를 위한 퍼레이드였다. 제주도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100대였지만 어떠한 소음도 배기가스도 없이 유유히 해안도로를 지나갔다. 이 모습이 바로 제주도가 꿈꾸는 미래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도내의 모든 차를 전기차로 바꾸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른바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라는 비전이다. 제주도에서는 앞으로 자동차 선택의 자유보다 환경이 우선이다. 더불어 에너지 독립도 꿈꾸고 있다. 제주도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풍력발전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을 통틀어 총 2.35GW 규모의 풍력 발전기를 세워 전기 생산을 100퍼센트 청정에너지로만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도내 전역을 지능형 전력망으로 묶겠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2030년 이후 제주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은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과 동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미래는 2030년보다 더 멀어 보인다. 도청 관계자는 2030년까지 37만대 이상, 당장 2017년까지 2만9000대의 전기차 보급을 목표한다고 했다. 하지만 2014년까지 집계된 제주도의 전기차는 852대다. 풍력발전기는 효율을 이유로 대부분 해상에 설치한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어민들과의 마찰로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충전기는 올해 3월 기준으로 완속 229개, 급속 49개로 아직 목마르다.

탄소를 없애기 위한 제주도의 의지는 엑스포에서 폭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국회 신재생에너지정책연구포럼이 지원사격에 나셨다. 행사 기간은 일주일에서 열흘로 늘었다. 전시 규모도 2배 커졌다. 73개 업체가 참여해 279개 부스가 마련됐다. 르노삼성이 전기 택시 보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내년에 선보일 전기차라며 익숙한 해치백 하나를 베일로 가려 전시했다. 기아, 닛산, 르노삼성, BMW, 한국지엠은 이미 지난해에 신차를 출시했다. 새로운 것은 없었다. 대신 중국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행사장 밖에는 중국에서 온 거대한 전기 버스 4대가 상륙해 관람객을 먼저 맞이했다. BYD, 상하이자동차, 중통자동차, 위나가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특히 BYD에 대한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BYD는 워런 버핏이 투자한 중국 전기차 회사다. 주로 전기 버스와 택시를 제작한다. 이미 29개 나라 90개 도시에 전기 버스를 공급했다. BYD의 전기 버스 K9은 1회 충전으로 250킬로미터를, 택시로도 사용하는 크로스오버 모델 e6는 300킬로미터를 간다. 국내에 출시한 일반 전기차 주행거리의 2배다.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총괄사장은 “늦어도 내년 안에 한국에서 자사의 차들이 도로를 돌아다닐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 올해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는 중국 기업의 참여가 돋보였다. 특히 BYD의 전기 버스와 e6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BYD도 SM3  Z. E.와 같은 AC 교류 급속충전 방식을 사용한다. 3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기아 쏘울 EV의 속내가 공개됐다. 4 전기차와 말은 친환경적인 탈것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5 꽃샘추위로 바람은 매서웠지만 유채꽃은 아랑곳하지 않고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렸다. 6 기아 쏘울 EV는 2014년 하반기 제주도 전기차 공모에서 1000여 명의 도민이 선택한 최고 인기 모델이다. 올해도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또 다른 자신감은 미국에서도 드러났다. 새롭게 부활한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이 슈퍼전기차 SP:01을 선보였다. SP:01의 공차중량은 1125킬로그램밖에 되지 않고 1회 충전으로 최대 288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다. 전기모터의 최고출력은 281마력이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3.7초 만에 도달한다.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은 1907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미국의 전기차 회사다. 1939년 대공황의 여파로 문을 닫았다가 지난 2008년 로터스 그룹이 74년 만에 부활시켰다. 엑스포를 찾은 디트로이트 일렉트릭 관계자는 SP:01이 국내에 연말께 출시될 예정이라고 했다. 한 달 뒤 서울 모터쇼에서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나눴다. LG화학과 비긴스, 파워큐브 등 전기차 관련 기업들도 부스를 차리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경제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전기 모터사이클 회사도 눈에 띄었다. 관람객은 소비자에 가까웠다. 부스를 찾은 사람들의 대다수 질문이 가격과 주행거리였다. 엑스포를 시작으로 공모 경쟁이 시작됐다. 이미 신차를 내놓은 업체들은 영업에, 신참 기업들은 홍보에 집중했다. 그렇게 제주도의 전기차 시대가 한 단계 진화하는 듯했다.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타면 어떤 느낌일까? 먼저 최초의 전기차 설계를 자처하는 닛산 리프가 궁금했다. 엑스포가 열리기 열흘 전 닛산에 전화를 걸어 엑스포 기간에 리프를 시승해볼 수 있을지 문의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내일이나 모레 뭐하세요?”라고 되물었다. 안 그래도 제주도에서 도민을 대상으로 리프 시승 이벤트를 하고 있다며 시간만 괜찮으면 당장 내려오라고 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주저할 것 없이 바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행사 당일 간략한 상품 소개를 듣고 리프에 올라탔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전원을 켰다. 차에 전류가 흘렀다.

 

 

 

7 비 오는 날의 조용한 전기차 드라이빙은 멜랑콜리한 감성을 자극했다. 8 절물 자연휴양림 입구에는 키 큰 삼나무들이 반겨주었다. 9 닛산 리프의 이름은 공기를 정화하는 나뭇잎에서 따왔다. 10 공용 충전기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카드 인식 후 충전구에 충전기를 꼽기만 하면 된다. 11 BMW i3의 운전석은 우주선 조종석 같다.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기존 차들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기반과 각종 버튼에 푸른 불이 들어왔다. 마우스 모양의 커다란 기어 시프트가 눈길을 끌었다. 순간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전기차라 기어박스가 필요 없을 텐데 굳이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크게 자리 잡은 이유가 궁금했다. 칼럼이나 버튼식으로 바꾼다면 실내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을 텐데. 궁금증을 뒤로하고 천천히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차는 조용히 흐르기 시작했다. 행렬 앞에서 전문 인스트럭터가 안내를 맡았다. 60킬로미터 정도의 루트는 차의 주요 특성을 체험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리프의 전기모터는 109마력, 25.9kg·m의 힘을 자연스럽게 뿜어낸다. 배터리 용량만 여유롭다면 언제든지 스포티한 박력을 즐길 수 있다. 스티어링휠은 나의 생각을 따라 정확히 움직였다. 서스펜션은 배터리로 무거워진 차체를 지탱하느라 단단하게 세팅했다. 하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출렁임이나 코너링의 기울기에서도 거부감이 없었다. 에너지 회생제동 시스템인 B 모드는 전기차에 아주 매력적인 기능이다.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모터가 다시 배터리에 전기를 공급한다. 제주도에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1100 도로가 있다. 한라산 1100미터 고지를 지나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와 서귀포를 오갈 때 1100 고지 내리막길부터 B 모드를 사용한다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에너지 회생제동 기능이 있는 차라면 모두 마찬가지다. 시승을 마치고 왜 리프의 기어 시프트를 중간에 두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리프는 동력원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그것에 맞게 설계됐다. 하지만 운전에서 이질감은 없었다. 기존 휘발유 엔진차와 비슷했다. 일본 특유의 전통과 고집이 보였다. 한국에선 지난해 1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공모를 통해 선정된 제주도민 15명이 리프의 주인이 됐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는 15만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전 세계 전기차의 반이 리프다.
 

 

12 우도의 하늘은 바로 밑에 맞닿은 바다와 닮았다. 13 충전소를 찾았을 때 마침 쏘울 EV가 먼저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14 제주도의 모든 올레길에는 표식이 붙어 있다. 15 초원에서 소가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은 꽤 이국적이다. 16 닛산 리프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에는 속도와 충전 상태, 남은 거리 등이 표시된다. 17 검은 현무암과 에메랄드빛 바다의 대비는 제주도 바다만의 매력이다. 

 

 

다음 날에는 BMW i3를 타고 제주도 여기저기를 다녔다. i3 역시 리프처럼 순수 전기차로 설계됐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달랐다. 리프가 추구하는 것이 동질감이라면 i3는 혁신이었다. 운전석에 앉아 실내 구석구석을 살폈다. 미래에서 온 차라는 느낌을 거부할 수 없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유럽산 유칼립투스 나무로 만들었다. 시트 가죽은 올리브 잎에서 추출한 타닌으로 마감했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상쾌했다. 기어 시프트는 오른쪽 스티어링 칼럼으로 옮겼다. 센터콘솔과 센터페시아는 분리했다. 이로써 넓은 공간을 얻었다. 실내에서 운전석과 조수석을 오가도 무리가 없었다. 전원을 켰다. 컴퓨터처럼 여기저기에서 불빛이 들어왔다. 천천히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작은 ‘위이잉’ 소리가 들렸다. i3의 액셀러레이터에는 재미있는 장치가 있다. 발을 떼면 바로 회생제동이 걸린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주행 중에 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전혀 없다. BMW에서는 이를 싱글 페달 콘셉트라고 한다. 나는 평상시에도 운전할 때 브레이크를 잘 쓰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겐 아주 편리한 기능이다. 이날 제주도에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라디오를 껐다. 고요히 애월의 해안도로를 달렸다. 차창 밖으로 이국적인 제주의 풍경이 펼쳐졌다. 마치 음소거된 파노라마 TV를 보는 듯했다. 애월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한 카페에 들렀다. 주차를 하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당연했다. 미래에서 왔으니까. 커피를 마시고 오일장을 찾았다. 제주도에는 백화점이 없다. 상인들이 지역을 돌며 여는 오일장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주차된 차들을 보니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대다수였다. 원산지는 국내산과 제주산으로 구분돼 있었다. 실컷 눈요기하고 반건조된 옥돔을 샀다. 다시 i3에 몸을 싣고 절물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이곳엔 절이 하나 있는데 그 옆으로 물이 흐른다. 그래서 절물이다. 예로부터 신경통을 낫게 하는 약수로 사용하고 있다. 휴양림 입구에서 삼나무들이 피톤치드로 소독해 주었다. 무균실로 들어가기 위한 절차 같았다. 해발 650미터의 절물오름을 올랐다. 올라갈수록 까마귀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알 수 없는 나무와 식물들 사이를 계속 지났다. 난 이곳의 이방인이었다. 정상에 올랐지만 날씨가 흐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공기가 달랐다. 공기를 허파꽈리 하나하나에 가득 담았다. 다시 i3에 앉아 전원을 켰다. 주행거리가 꽤 남아 있었다. 이번엔 마음껏 달렸다. 어차피 배기가스가 안 나오니 자연에 미안하지 않았다. i3는 차체를 모두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공차중량이 1300킬로그램밖에 되지 않는다. 최고출력은 170마력이다. 동력원만 다를 뿐 여전히 운전할 때 즐겁다. BMW의 혁신은 본질의 범주 안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만화 <드래곤볼>을 보면 사이어인들이 타고 다니는 동그란 우주선이 나온다. 그 우주선을 타보진 않았지만 i3를 타면 탈수록 왠지 그 안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충전소에서 기아 쏘울 EV를 타는 제주도민을 만났다. 타보니 어떠냐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전기차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차피 충전할 동안 서로 할 일도 없었다. 그가 전기차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었다. “일 때문에 항상 제주와 성산을 오갑니다. 충전 시간대와 동선만 잘 고려하면 월 4만원대에서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죠. 처음엔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많았지만 충전소의 위치와 동선만 익숙해지면 괜찮아요. 그런데 가끔 전날 충전하는 걸 깜빡해서 버스를 탈 때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처럼 항상 충전에 신경을 써야 해요.” 그는 제주도의 괸당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괸당이란 원래 친족을 뜻한다. 아직도 제주도의 어르신들은 육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면 성부터 묻는다. 배타적이고 정치발전을 저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금은 이웃사촌까지 그 의미가 넓어져 제주도민만의 끈끈한 공동체 문화를 말한다. “제주도는 괸당끼리 영향력이 큽니다. 내 괸당 누가 전기차를 타면 관심이 생겨요. 전 제주도의 자연도 제 괸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곳은 없어요. 전기차를 타면서 자연보호에 한몫을 한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육지와 대륙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조금 걱정은 됩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비행기 안에서 제주도의 2030년을 상상했다. 정말 모든 차가 전기차로 될까? 제주도에서 컨버터블을 타고 싶은데 그때까지 컨버터블 전기차가 안 나오면 어떡하지? 눈이 오면 AWD가 필요할 텐데? 괸당보다 중국 재력가들의 영향력이 더 커져 있을까? 제주도의 전기차 시대는 이제 막 전원을 켰다. 2030년에도 제주도는 여전히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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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제주도,BMW i3,우도,바다,닛산 리프,전기차 드라이빙,기아 쏘울 EV,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배기가스,애월 해안도로

CREDIT Editor 조두현 Photo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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