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중요하다. 어떤 대상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첫인상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두 번째 기회에 만회해야 한다. 만약 두 번째도 망친다면 이미지를 영영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 이것은 부활을 꿈꾸는 마이바흐의 이야기다.
 

마이바흐는 본디 최고급 자동차 회사를 목표로 태어났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2000년대에 들어서 이 브랜드를 부활시킨 이유도 ‘세계 최고’라는 수식에 어울리는 차를 만들기 위해서였다(60년간 잠자던 브랜드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1세기형 마이바흐는 실패했다. 2012년 생산을 중단할 때까지 마이바흐의 판매량은 바닥을 쳤다. 비극적인 결말이었다. 당시엔 후속 모델의 소식도 없었다. 그럼에도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고급 초대형 세단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첫 번째 실수를 교훈 삼아 두 번째 기회를 만들었다. 새로운 메르세데스 마이바흐의 등장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신형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명망을 바탕에 둔다.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이바흐 S 600은 ‘현존하는 최고의 초대형 럭셔리 세단’이라는 수식이 부끄럽지 않다. 환상적이다. S 클래스 롱 휠베이스보다 휠베이스를 206밀리미터 늘린 차체는 놀랍다. 뒷좌석 무릎공간도 눈에 띄게 넓어졌다(160밀리미터 늘어났다). S 클래스를 소유한 사람에게 마이바흐의 실내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현상이 나쁘다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S 클래스와 똑같아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층 고급스러운 나무와 가죽 소재를 사용했다. 메르세데스는 현재 자신들이 만드는 가장 럭셔리하고 조용한 세단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차를 테스트해본 나도 두 가지 주장에 모두 동의한다. 

마이바흐 뒷좌석의 늘어난 160밀리미터는 실내를 ‘대궐’같이 만들어준다. 대부분의 공간은 왕을 위한 의자가 차지한다. 좌우 독립형 시트는 최고 수준의 안락함을 보장한다. 각 부분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의 폭도 넓다. 예컨대 뒷좌석 다리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앞 동승석은 대시보드까지 밀고 접을 수 있다. 충분한 공간이 있지만 등받이를 완전히 뒤로 넘겨도 시트는 180도로 펴지지 않는다. 충돌 사고에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 밖의 기능도 만족스럽다. 독립형 온도 제어(통풍, 열선)는 기본이고 컵홀더의 온도도 조절할 수 있다. 컵홀더는 로베 앤 베르킹(독일의 유명한 은세공 브랜드) 샴페인 잔을 고정하는 기능도 가졌다. 전동으로 펼쳐지는 냉장고와 트레이 테이블도 달린다(옵션). 마이바흐의 뒷좌석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고급스럽다. 심지어 안전벨트도 호화롭다. 부드럽고 푹신하며 자동으로 늘어나는 버클은 시트를 앞뒤로 조정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 움직인다. 
 

단 한 개의 뒷좌석 컨트롤러를 제공하는 경쟁 모델과 달리 마이바흐는 차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리모컨을 두 개 제공한다. 리모컨은 뒷좌석 스크린을 작동시키거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작동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뒷좌석에 누워서 라디 오 채널부터 실내조명 색깔까지 리모컨으로 바꿀 수 있다. 그중에서도 운행정보 부분이 환상적이 다. 운전기사에게 일일이 묻지 않아도 현재 위치, 차의 속도, 고도,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 목적지까 지 가는 길의 교통 CCTV까지 보여준다. 

실내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렇다면 파워 트레인은 어떤가? 마이바흐의 엔진은 S 600과 동일한 6.0리터 V12 트윈터보 유닛을 사용한다. 523마력(84.6kg·m)을 발휘하고, 7단 자동변속 기를 거쳐 뒷바퀴로 힘을 전달한다. 파워트레인은 수치상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다양한 부분의 세팅을 조율해 마이바흐를 충분히 돋보이게 해준 다. V12 엔진은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수준의 정 숙성과 부드러움이 자랑이다. 변속기는 모든 단수 를 매끄럽게 오르고 내린다. 

운전 모드는 ‘효율’과 ‘스포트’ 두 가지다. 이 둘 은 ‘운전 당하거나’ 혹은 ‘운전하거나’로 분류할 수 있다. 운전 당하는 모드는 부드럽다고 표현하지 만 실제로는 둔감하다고도 할 수 있다. 가속페달 의 응답성은 운전자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기보 다 차를 부드럽게 가속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 뒷좌석 승객을 위 해 움직임을 최대한 부드럽게 억제하 는 것이다. 당연히 뒷좌석 냉장고에서 꺼낸 샴페인을 흘릴 일도 없다. 
 

스포트 모드에서는 차의 성격이 180도 바뀐 다.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V12 엔진이 울부짖 으며 마치 로켓처럼 차체를 밀어붙인다. 마이바흐 를 직접 운전한다면 스포트 모드를 분명 좋아하 게 될 것이다. 스티어링휠의 응답성이나 무게감도 완벽하다. 노면과 타이어의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 달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원한다면 드라이브트레 인 반응과 별도로 서스펜션만 스포트 모드에 놓 을 수 있다. 그러나 핸들링의 향상에 따른 보상이 크지 않다(승차감을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더불어 마이바흐 운전석에서 스포트 모드를 쓸 일 은 많지 않다. 이 차는 완벽하게 뒷좌석을 위한 차 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모든 세팅이 부드럽고 안 락하다. 브레이크를 예로 들어보자. 큰 차체를 멈 춰 세우기에 강력한 제동력을 가졌지만 비상시 급 제동이 아니라면 아무리 강하게 밟아도 얼굴에 피 가 쏠리지 않는다. 동승자를 안전벨트에 걸리도록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승차감과 핸들링도 마찬가지. 코너에서 차체 가 심하게 기울어지지 않도록 제어하면서도 도로 의 요철과 구덩이를 매끄럽게 지나간다. 마이바흐 스스로 부드럽게 기울어지게 부단히 힘쓴다. 굽이 치는 산길에서도 엉덩이가 절대 좌우로 빠지거나 차체가 들썩이지 않는다. 마치 차의 무게중심이 노면보다 100미 터 아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S 클래 스에서 전해진 ‘매직 보디 콘트롤’이 빛을 발 하는 순간이다. 
 

메르세데스는 새로운 마이바흐가 ‘절제된’ 럭 셔리 세단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사실이다. 목공 장인을 총동원하지도 않고, 맞춤 제작에도 제한 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19만275달러(기본)라는 가격표를 통해 경쟁 모델에서 느끼지 못하는 가치 를 제공한다. 가격 대비 가치로 평가할 때 이보다 뛰어난 차는 찾기 어렵다. 부자들이 좋아할 만한 제대로 된 논리다. 과소비를 하면 부자가 될 수 없 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