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RAY TURBO

경차라고 놀리지 말아요~
레이를 탄다. 그것도 터보다. 이런저런 옵션을 더해 약 1650만원이 들었다. 경차치고는 ‘으리으리’한 몸값이다. 2013년 10월에 뽑았다. 유지한 지는 이제 1년 6개월 정도다. 그동안 별다른 사고나 고장은 없었다. 나는 이 차에 만족한다. 나와 내 아내, 우리 부모님 모두 안전하고 편안하게 잘 타고 다니기 때문이다. 레이 터보를 타면 몇 가지 유형의 질문을 듣게 된다. 첫째는 “차가 옆으로 안 넘어가느냐”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조금 더 보태서 아반떼를 사지 그랬냐”는 것이다. 솔직히 이런 질문들은 서운하다. 생각해보면 차가 전복될 정도로 몰아붙이는 건 차를 잘 모르거나, 겁을 잃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차를 크기나 배기량으로 가늠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차의 가치는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내게 레이는 용도와 쓰임에 잘 맞는 차다. 작아서 골목 다니기 좋다. 주차도 편하다. 

실내공간도 생각보다 넓다. 뒷자리에 부모님 모시는 게 그리 민망하지 않다. 구석구석 수납공간도 많다. 특히 비상금 숨길 곳이 많아 좋다. 외모도 마음에 든다. 귀엽다. 터보라 다른 경차보다 상대적으로 잘 달리기까지 한다. 움직임에 크게 답답한 게 없다. 물론 속도를 붙이면 기름을 들이마시긴 한다. 가끔은 ‘페라리’처럼 기름을 먹는다. 그래서일까? 레이 터보를 탈 땐 괜히 차분해진다. 기름값이 많이 내렸지만, 가장의 어깨는 전혀 가벼워지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최대한 나긋나긋 밟는다. 급출발과 급제동, 급가속이란 없다. 무단변속기의 특성을 잘 활용해 뭉근히 속도를 올린다. 마음 같아선 ‘수동식’ 스타트 앤 스톱 기능(차가 설 때마다 시동을 꺼서 연료를 아끼는 행위다)을 활용하고 싶지만 스타트 모터의 내구성을 고려해 참는다. 자주 시동을 켜면 쉽게 고장 난다고 한다. 수리하려면 돈이 꽤 든다. 가속이 필요 없을 때 기어를 중립에 두는 ‘수동식’ 코스팅 모드만 종종 활용한다. 사실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수 있으니까, 이런 조작도 좋은 결정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신호가 노랗게 바뀌어 곧 정지할 때만 가끔 사용한다. 빠르게 내리막을 달릴 땐 사용하지 않는다. 조금 아끼려다 크게 위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