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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야망을 그대에게

바람을 이용해 속도를 겨루는 요트 레이스는 자동차경주와는 또 다른 멋과 낭만이 있다. 자동차보다 속도는 훨씬 느리지만 자동차경주에서 볼 수 없는 장엄함과 웅장함도 있다. 그리고 인류의 오랜 숙원이 서려 있기도 하다

2015.03.09

 

아주 오래전, 그 끝을 모르는 망망대해에서 거친 파도를 이겨낸 개척자들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바다보다 더 큰 야망이 있었고 그 야망을 거대한 돛에 담아 바람에 실어 보냈다. 생명과도 맞바꿀만한 고된 도전과 탐험의 결과는 창대했다. 미지의 대륙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새로운 문명을 발전시켰다. 개척자들은 인류 문명의 발전과 전파에 바닷길을 사용했고 바람을 동력으로 했다. 

 

반대로 바닷길을 무자비한 침입과 약탈, 정복과 식민 등으로 사용한 이들도 있었다. 바이킹이다. 그들은 뛰어난 항해술로 해적질을 일삼는 해적 민족이었다. 바이킹은 누구에게나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유럽사 전역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바로 뛰어난 항해술로 각국 교역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개척자와 바이킹은 서로의 뜻과 의지, 성향이 전혀 달랐지만 분명한 물리적인 교점이 있다. 바로 바다와 바람이다. 배는 인류사 발전과 변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운송 수단이면서 전투화기였다. 그리고 바람은 그 배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왜 뜬금없이 배 이야기인가?’ 할지 모르겠다. 나도 내가 배 이야기로 글을 쓸 줄 몰랐다. 시작은 이랬다. 인터넷 어디선가 멋진 요트 사진을 보고 검색을 해보니 요트 레이싱이라는 게 있었고, 요트와 항해술에는 위처럼 재미있는 역사가 있었다. 좀 더 파고드니 자동차 메이커 볼보가 개최하는 오션 레이스라는 것이 아주 유명한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곳에는 자동차와 자동차경주 마니아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내용이 많았다. 


세계 3대 요트 레이스로 손꼽히는 볼보 오션 레이스(Volvo Ocean Race)는 무동력 요트로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하는 해양 스포츠다. 처음 열린 건 1973년이다. 당시 대회의 이름은 ‘화이트브레드 세계 일주 레이스(The Whitbread Round the World Race)’였다. 그 이후 7회 대회까지 같은 이름으로 치러지다 8회 대회인 2001~2002년 레이스부터 ‘볼보 오션 레이스’로 변경됐다. 이번에 펼쳐지는 대회는 12회로 지난해 10월 2일 스페인 알리칸테를 출발해 남아공 케이프타운, UAE 아부다비를 거쳐 지금(2월 11일)은 중국 산야를 지나 뉴질랜드로 향하고 있다. 


볼보 오션 레이스를 ‘위대한 항해’라 부르는 이유는 단순히 무동력으로 바다를 항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려 9개월 동안 바다에 있어야 하는 혹독한 대장정이기 때문이다. 9명의 크루는 9개월간 7만5000킬로미터의 거리를 항해하면서 요트에서 먹고 자기를 반복한다. 물론 하나의 레그(Leg)를 지나면 항구에 정박해 땅을 밟고 휴식을 취하는데, 레그와 레그 사이는 보통 20일 정도가 걸린다. 그러니 20일간은 땅을 밟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20일간 거친 파도와 사투를 벌이고 땅을 밟으면 대부분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그렇다고 육지에서 그냥 휴식만 취하는 건 아니다. 다음 항해를 위한 전략과 전술 훈련 등을 한다. 또 항구 내에서 단거리 속도를 겨루는 인포트 레이스를 한다. 레그와 인포트 레이스 결과를 점수로 환산해 순위를 결정한다. 


항해사들은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규정된 룰에 의해 항해 기술을 습득한 이들만이 요트에 오를 수 있다. 규정된 의료 교육을 받은 두 명의 전문 항해사가 의무적으로 있어야 하고 배를 만드는 조선공과 각종 전자장비를 다룰 수 있는 엔지니어도 필요하다. 또 한 명의 미디어 크루도 상주해야 한다. 이들이 모여 각자의 맡은 바 임무를 한다. 요트 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정하는 바우맨(bowman), 바람의 속도와 방향에 따라 돛을 바꾸는 트리머(trimmer), 목적지 거리와 위치를 가늠하는 내비게이터(navigator) 등을 맡는다. 그리고 요트의 모든 일은 스키퍼(skipper)가 총괄한다. 그런데 이런 기술적인 소양 이전에 9개월간 거친 바다와 싸울 수 있는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요건은 강한 피부라고 한다. 태양빛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바닷물이 마를 새가 없기 때문이다. 또 영하 5도에서 영상 40도를 견뎌야 한다. 


요트 총 길이는 22.14미터에 메인 마스트(돛) 높이가 30.3미터에 이른다. 무게만 1만2500킬로그램으로 추정되는 요트 가격은 대당 1000억원이다. 모든 요트는 규정에 따라 볼보 오션 레이스만을 위해 한 곳에서 제작된다. 그러니 자동차로 치면 원메이크 레이스인 셈이다. 똑같은 요트로 똑같은 루트를 거의 같은 시간대에 달린다. 주어진 요건은 모두 같다. 그러니 팀 크루들의 역량이 순위를 가를 수밖에 없다. 


2월 11일 현재, 레그에서는 중국의 둥펑 레이스가 아부다비 오션 레이싱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인포트 레이스에서는 아부다비 오션 레이싱이 다른 팀을 압도하고 있다. 현재 전체 레이스의 3분의 1을 소화했고 이제 막 인도양에서 태평양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가장 레그가 긴 여정(중국 산야-뉴질랜드 오클랜드-브라질 이타자이)에 접어들었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단지 바람만으로 속도를 겨루는 요트 레이스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 중 하나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속도를 다루는 유일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현재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무동력 에너지에 대한  갈망이 크다. 지구와 인류의 영속을 위해 탈석유 에너지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는 시점을 생각하면 볼보 오션 레이스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오래전 요트 레이스를 위해 조선술과 항해술이 발전했고 이 기술이 조선업으로 이어졌다. 모터스포츠 기술이 양산차 기술로 넘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어쩌면 무동력 에너지 레이스 기술이 가장 필요한 곳은 자동차 산업이 아닐까? 현 인류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산화탄소가 전혀 없이 차를 만들고 움직이는 것이니까.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 차를 움직이는 세상은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다. 볼보가 이렇게 해양 스포츠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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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요트 레이스,바이킹,개척자,배,요트,항해술,오션 레이스,볼보 오션 레이스,무동력 요트,위대한 항해

CREDIT Editor 이진우 Photo 볼보오션레이스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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