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주목받는 축구팀에는 중심이 되는 뛰어난 드리블러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의 목표는 상대방의 수비진에 침투해 수비 조직력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빠른 돌파력과 현란한 테크닉이 필요하다. 상대가 정신 차리기 전에 치고 빠져야 한다. 현대 축구에서는 이렇게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를 가리켜 ‘크랙(Crack)’이라고 한다. 크랙의 의미는 축구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나 존재한다. 자동차 업계에도 그런 모델이 있다. 경쟁하는 그룹에서도 월등히 빼어난 경쟁력으로 돋보이는 차, 더 나아가 시장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모델이다. 최근 등장한 자동차 중에는 크라이슬러 200이 크랙의 역할을 할 만한 자질이 있어 보인다. 이제 막 등장한 신인이라는 점에서 잠재되었을 가능성에 기대를 걸 만하다.

 

 

 

진정한 패밀리 세단을 추구합니다!
 크라이슬러 200의 디자인을 총괄한 FCA US 수석 디자이너 브랜든 퍼로터(Brandon Faurote)는 세심한 인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크라이슬러 200의 디자인 콘셉트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외관 디자인은 새로운 크라이슬러의 디자인 DNA가 녹아 있어요. 전면은 부드러운 두 개의 곡선을 이용해 양쪽 헤드라이트와 보닛, 라디에이터 그릴 등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것이 특징이죠. 측면은 도어를 가로지르는 ‘A 라인’이 앞뒤 펜더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대칭을 이뤄요. 200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주요 테마입니다. 트렁크 리드와 옆 펜더, 뒤 범퍼가 매끄러운 평면으로 이어지는 것도 개성을 살리는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그는 200의 실내 디자인이 미국 패밀리 세단의 기준과 잘 연결된다고 했다. 운전자를 부드럽게 감싸는 안락한 곡선을기본으로 색상에 따라 포근한 시골의 주택과 세련된 도심 이미지를 넘나들도록 연출했다는 것이다. 다이얼 방식의 변속 스위치(E 시프트)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을 이었다. “변속레버 아래 기구들을 줄여 수납공간을 꾀했어요. 결과적으로 경쟁 모델에는 없는 실용적인 공간을 가지게 된 것이죠.” 그는 동급 최고의 편의장비, 상위 프리미엄 모델에서나 볼 수 있는 안전장비와 주행 보조 장비가 200의 가치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강조했다. 한편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크라이슬러 프로덕트 마케팅 시니어 매니저 앤디 러브(Andy Love)는 “크라이슬러 200은 세그먼트를 뛰어넘는 기술력과 동급 최고의 안전성에 목표를 뒀다”며 “이미 시장에서 강자로 불리는 일본 및 한국 경쟁 모델들과 경쟁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글•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특정 그룹에서 돋보이기 위해서는 남보다 ‘조금’ 잘해서는 부족하다. 한눈에 차별화될 만큼의 경쟁력이 필요하다. 200의 경쟁력은 완전히 새롭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차는 구석구석 모든 부분이 새롭다.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과 디테일이 돋보인다. 이런 결과 뒤에는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합병이라는 움직임이 있었다. 두 회사의 합작(FCA 그룹)으로 내놓는 첫 번째 완전 신형이라는 것이 이 차가 누리는 가장 큰 시너지 효과다. 

 

 200은 FCA 그룹 내에 있는 알파로메오에서 플랫폼을 가져왔다. ‘CUS 와이드’ 모듈러 플랫폼이 그 역할을 했다. 새 플랫폼만이 아니다. 변화는 새로운 품질 레벨로도 이어졌다. FCA는 200을 위해 스털링 하이츠 조립 공장에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재투자했다. 이 돈은 전적으로 200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쓰였다. 레이저와 카메라 장비를 조립라인에 설치해 모든 차의 이음매 간격을 확인하고, 트라이코트 페인팅으로 높은 수준의 도장면을 구현했다. 결과적으로 200은 기존 미국차의 ‘품질’과 달랐다. 프리미엄 유럽차의 품질과 완성도를 넘보게 된 것이다.

 

 200이 꿈꾸는 새로운 감각은 실내에서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다이얼 방식 기어 레버다. FCA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가능성에 집중한 흔적이다. 기어 레버가 전자식으로 바뀐 것은 스타일링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센터콘솔 아래로 남은 공간을 수납공간(패스 스루)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더 나아가 디자이너들은 컵홀더 트레이 아래로도 공간을 확장했다. SUV만큼이나 넓은 수납공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시장의 분위기에 영향을 줬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차는 가격이나 크기 측면에서 토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와 경쟁한다. 그러나 품질이나 안전·편의 장비로 비교하면 독일 프리미엄 중형차를 넘볼 정도다. FCA 코리아는 200을 크게 두 가지 모델로 나눴다. 기본인 리미티드는 200이 가진 기본 편의장비와 안전성에 충실한 트림이다. C는 리미티드에서 편의 및 안전 장비를 고급 사양으로 끌어올린다. 예컨대 센터페시아 중앙의 U 커넥트 모니터가 5.0인치에서 8.4인치로 커지고 HID 헤드램프,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 자동주차 시스템 등이 추가된다. 두 트림의 가격은 각각 3180만원과 3780만원. 비슷한 사이즈의 엔진을 가진 경쟁 모델들이 약 3300만~3400만원의 가격대에 위치한 것으로 봤을 때 ‘위’와 ‘아래’로 레인지를 넓혀 대비한 것이다. 가격이나 트림 부분에 관해 FCA 코리아 파블로 로소 대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리는 동급 최고의 기능과 함께 동급에서 유일한 기능을 가진 차를 내놨습니다. 가격적으로 일본산 중형 세단들과 경쟁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훨씬 넓은 수준을 공략합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비자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것이죠.”

 

 경쟁 그룹에서 승산이 있다는 그의 자신감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안전이나 보조 운전 장비를 비교하면 경쟁 모델과 격차가 더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200은 최신 안전장비는 거의 다 갖췄다. 8개 에어백과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레인 브레이크 서포트, 패닉 알람, 충격방지 액티브 헤드레스트, 자세제어장치, 언덕 밀림방지, 전복방지 기술, 타이어 공기압 감지, 전방 추돌 경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0C에서는 일부 첨단 안전 기술이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초음파 센서와 레이더, 카메라가 자동차 주변 360도의 위험요소를 꾸준히 감지한다. 사각지대 경보장치나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은 기본(시속 160킬로미터 이하에서는 스스로 완전히 정지할 줄 안다). 차선 이탈 경보장치(LDW+)도 진화를 거쳤다. 운전자가 졸음운전 중이라고 판단할 때 차 스스로 차선을 따라 스티어링휠을 보정해주는 기능이 포함된다. 실제로 졸음운전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 테스트한 결과 안전 부분에서 꽤 효과가 있었다. 주행속도나 스티어링휠 각도에 따라 결과는 달랐지만, 일반적으로 10초 언저리에서 차로를 유지하며 안전하게 주행했다.

 

 파워트레인도 눈여겨볼 만하다. 경쟁 모델들과 달리 200은 2.4리터 가솔린 한 가지만을 준비했다. 대신 동급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를 얹어 2리터급 엔진의 연료효율과 3리터급 엔진의 성능을 두루 커버하도록 했다. 2.4리터 멀티에어 엔진은 187마력(24.2kg·m)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0.5~10.9킬로미터. FCA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공인연비 측정 방식으로는 9단 변속기의 혜택을 크게 볼 수가 없다(테스트 중 9단이 들어가는 구간이 거의 없다)”면서 “자체 테스트 결과 실측 연비는 이보다 높은 수치가 나온다”고 전했다. 

 

 운전 감각도 여느 미국차와 분명 다르다. 촘촘한 기어비를 활용한 변속기의 도움으로 가속할 때의 펀치력이 좋다. 가속페달의 요구만큼 차가 경쾌하게 반응한다. 출력을 토하는 데 크게 스트레스가 없다. 기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아도 알아서 필요한 만큼 출력을 끌어낸다. 속도가 붙을수록 200의 장점은 한층 도드라진다. 크라이슬러에 따르면 200은 날렵한 전면 디자인을 통해 공기저항계수(Cd)를 0.26으로 줄였다. 저항이 줄었다는 것은 효율성이나 정숙성 면에서도 이점이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시속 110킬로미터 구간에서 실내는 정숙한 느낌이다. 그보다 높은 속도에서도 외부 풍절음과 노면 소음을 잘 억제한다. 안정감이 느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써서 만든 흔적이다. 알맹이까지 고급차라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자연스러운 핸들링 감각도 특징이다. 손에 느껴지는 두툼한 스티어링휠의 촉감과 달리 앞머리의 움직임은 가볍고 세련됐다. 서스펜션은 운전자보다 승객을 더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애초 패밀리 세단이니까.

 

 어쨌든 당장 200은 크게 긴장하지 않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아직 신인이니까, 잃을 것도 없고 배울 것도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0 경쟁자들은 이미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잘 구축해온 수비 진영에 갑자기 균열을 일으킬 만한 존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선 주도권을 잡는 쪽이 승리한다. 200은 당장 공격의 기회를 얻었다. 승부를 보기 위해선 과감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시장이 만들어놓은 규칙과 인식부터 깨부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