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량은 145만3000대였다. 여기에 수입차 19만6000대를 더하면 162만 대다. 그런데 승합차, 소형 트럭, 버스와 덤프트럭도 포함된 수치다. 반면 수입차는 승용차만 있다. 그래서 상용차를 빼고 다시 계산하면 141만 대다. 그런데 올해 늘어날 완성차는 5만 대 수준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그렇게 전망했다. 162만 대에서 167만 대가 된다. 마찬가지로 승용차와 상용차를 합친 것인데, 사실 상용차는 크게 늘지 않는다. 과거를 비춰보아도 그렇다. 전문가들은 고작해야 1만 대 정도면 훌륭하다고 말한다. 그러니 승용차는 4만 대 증가하는 셈이다. 그리고 4만 대를 바라보는 각 사의 셈법은 제각각이다. 본격 경쟁은 시작도 안 했는데 군침부터 흘리고 본다.

승용차 4만 대 증가를 지난해와 비교하면 2.8퍼센트 증가다. 지난해 100대 팔았다면 올해는 102.8대를 팔면 된다. 그럼 평균은 한 것이니 공부 못했다고 혼날 일은 없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왜 그러냐고? 전체 평균 점수가 90점인 학생 세 명이 있다고 가정하자. A학생은 80점이었던 영어 성적을 2.8퍼센트 높여 82.2점이 됐다. B학생은 70점이었던 국어 성적을 2.8퍼센트 높여 72점이 됐고 C학생은 60점이었던 수학을 2.8퍼센트 높여 61.6점이 됐다. 모두 각 과목에서 2.8퍼센트의 성적을 높인 것은 같지만, 전체 평균은 A가 가장 높고 C가 가장 낮다. 높은 점수의 퍼센티지가 더 높기 때문이다.

같은 비율을 적용하면 기준이 높을수록 늘어나는 점수도 많아진다. 결국 동일하게 2.8퍼센트를 늘려도 어떤 차종의 판매량이 늘어나느냐에 따라 순위가 나눠지고, 성공과 실패가 구분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본적으로 숫자 놀음은 언제나 우등생과 열등생을 가리니 말이다.

자, 그럼 4만 대는 어디로 갈 것인가? 수입차는 지난해 20만 대에 육박했고, 올해 22만 대가 예상된다. 주변 전문가 누구에게 물어봐도 22만 대를 언급한다. 그럼 4만 대 중 2만 대는 수입차로 간다. 2만 대가 남는다. 그중 현대차는 아반떼와 투싼 ix 등으로 1만 대를 노린다. 그렇게 될 때 외형상 판매는 증가지만 평균 2.8퍼센트 증가에는 못 미친다. 그래도 선방이다. 점유율은 지킬 수 있으니. 그런데 기아차도 1만 대에 군침을 흘린다. K5, K7, 스포티지 R 등이 마련된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 등장한 쏘렌토 R이 탄력을 받았고, 카니발이 독주하니 자신이 생긴 모양이다. 만약 1만 대를 가져가면 증가율은 2.4퍼센트에 이르고, 평균에 근접했으니 칭찬받을 수 있다.  

이렇게 현대차가 1만 대, 기아차가 1만 대를 가져가면 밥그릇에 밥이 사라진다. 쉐보레, 르노삼성, 쌍용차는 먹을 게 없다. 먹지 못하면 배가 고프기 마련이고, 배고프면 그때부터 악바리 정신이 발현된다. 르노삼성, 쉐보레, 쌍용차에게 물었다. “가만 앉아 있을 것이냐?”고. 모두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 이들의 셈법은 무얼까? 간단하다. 평균 2.8퍼센트만 늘리면 된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대비 3사 판매량 기준으로 2.8퍼센트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추가 판매량은 8200대다. 현대차가 1만 대, 기아차가 1만 대, 나머지 3사가 8200대를 가져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2만8200대가 늘어야 한다. 하지만 여력은 2만 대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는 현대·기아의 신차 공세가 거센 반면 나머지 3사는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다. 2.8퍼센트 늘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 수입차에서 8200대를 가져올 수 있을까? 아무리 머리를 써봐도 그럴 리 만무하다. 수입차는 4만 대 중 2만 대도 적다고 난리다. 더욱이 연초부터 개별소비세율이 6퍼센트에서 5퍼센트로 내려갔으니 몸집마저 가벼워졌다. 또한 산통부의 과장 연비 때리기도 그저 거슬릴 뿐 악재가 아니다. 수입차 타는 사람이 언제부터 효율 고려했느냐는 말이 머리를 맴도는 배경이고, 실제 수입차인 데다 연비까지 좋아 타는 것이지, 연비 좋다고 수입차 타는 사람은 못 봤다.  

수입차가 호언장담하는 이유는 하이브리드에도 있다. 지난해 저탄소 협력금 제도를 도입하려던 환경부가 산업 논리에 제도 시행이 보류되자 킬로미터당 100그램 이하를 내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100만원을 주기로 했다. 최대 310만원의 세제 지원에 이어 덤으로 주는 비용이다. 하이브리드 아니라도 97그램 이하 차종이 적지 않지만 오로지 하이브리드에만 적용한다. 올해 약 3만 대를 지원할 수 있는 실탄도 확보했다.

그래서 살펴보니 대상 하이브리드 차종은 토요타 프리우스와 프리우스 V,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렉서스 CT200h가 선정됐다. 여기서 추가로 5000대가 발생할지 모른다. 지난해 1만 대 판매됐다면 올해 100만원 지원이 호재로 작용해 5000대가 더 팔릴 수 있다. 4만 대에서 5000대가 하이브리드로 모아지면 국산차든 수입차든 나머지는 3만5000대를 쪼개 먹어야 한다. 제아무리 신차 내놔도 먹을 수 있는 밥그릇의 크기가 더 줄어드는 격이다. 늘어도 줄어들 수 있는 밥그릇에 담긴 4만 대, 대체 넌 어디로 갈 것이냐, 2015년은 4만 대의 행보를 보는 게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