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에서 MINI로 
미니는 영국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지금의 미니는 영국의 아이콘인 동시에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BMW의 가족이다. 1994년에 로버를 인수한 BMW는 실패의 아픈 기억과 함께 로버를 되팔았지만 ‘미니’의 상표권만은 끝까지 지켰다. BMW가 로버를 인수한 건 대중형 브랜드로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프리미엄 브랜드는 대중차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BMW는 남겨놓은 미니 브랜드를 자신들이 잘하는 프리미엄으로 활용하기로 결심한다. 3시리즈 아래의 소형차 세그먼트를 담당하면서 젊고 트렌디한 고객을 상대하도록 말이다.

그 전략은 최소한 사업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2013년 미니 브랜드는 연 판매량 30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양적 성장에 기여한 모델은 기본형인 3도어 해치, 그리고 소형 크로스오버인 컨트리맨이었다. 한국에서 미니의 성장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2005년 국내 진출 이후 수입차 시장에서 1~2퍼센트에 머무르던 점유율은 4퍼센트 이상으로 껑충 뛰어올랐으며 판매량도 2013년과 2014년 6000대를 넘었다. 이는 국내 진출 초기의 10배에 해당한다.

미니는 이제 독립된 브랜드다. 옛날의 미니가 BMC, 오스틴, 모리스 또는 로버의 모델 가운데 하나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예전 미니의 수많은 변종들은 미니의 원형을 변형시킨 파생형일 뿐 독자적 모델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특별히 중요한 임무를 가질 이유도 없었다. 반면 새로운 미니의 모델들은 변종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미니라는 ‘브랜드’의 모델 라인업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니는 3도어와 컨트리맨 등 대량 판매용 모델을 중심에 두는 한편 브랜드 이미지의 소모를 막기 위해 컨버터블, 쿠페, 로드스터, JCW 등의 이미지 모델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BMW가 매만진 미니는 자연스럽게 원조 미니 마니아들의 마음에서 멀어져 갔다. BMW가 기존 미니 마니아들에게 원성을 살 것을 잘 알면서도 이렇게 한 데는 다 생각이 있을 터. 좋아하면서도 좋아하기 싫어지는, 못마땅한 구석이 있음에도 끌리지 않을 수 없는 브랜드 미니. 이달의 해부 대상이다.

 

BMW는 전통을 살리되 달리는 즐거움에 무게중심을 두고 원조 미니보다 높은 계층을 겨냥하는 ‘매스티지’ 전략을 추구했다.

 

 소년가장, 3도어 해치 
BMW 산하의 미니가 최초로 선보인 모델은 3도어의 미니 해치백이었다. 원조 미니의 기본형도 3도어 해치백이었으니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오리지널과 다시 태어난 미니 사이엔 큰 차이가 있었다. 원조 미니는 2차 대전 이후 어려웠던 영국 국민에게 모빌리티를 제공하고 계층과 신분을 뛰어넘는 범사회적 통합의 아이콘이었다. 반면 BMW는 전통 가운데 ‘고카트 필링’으로 대표되는 달리는 즐거움에 무게중심을 두고 원조 미니보다 높은 계층을 겨냥하는 이른바 매스티지(masstige) 브랜드 전략을 추구했다.

‘브랜드 미니’의 첫 주자인 미니 해치는 어깨가 무거웠다. 미니가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면 과거의 미니와 연결된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새로운 고객층과 위치에 안착해야 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이미지 캐리어와 볼륨 메이커의 역할을 동시에 감당해야 했다. 다행히 1세대 미니 해치가 출시됐던 2001년은 폭스바겐 뉴비틀과 같은 ‘노스탤지어 모델’이 바람을 일으키던 시절이었다.

오리지널보다 커졌지만 여전히 작은 3.6미터의 1세대 미니 해치는 경쾌한 달리기로 미니의 아이덴티티를 지켰다. 하지만 인테리어 소재와 마무리, 브라질산 엔진의 세련되지 않은 감성 등은 BMW가 새롭게 설정한 프리미엄 포지셔닝에는 걸맞지 않았다. 그래도 큰 걸림돌은 없었다. 유럽에만 판매했던 첫해인 2001년 2만4980대가 팔렸고, 세계 진출을 시작한 2002년에 곧바로 15만대에 육박하는 실적을 냈다. 그리고 2005년에는 20만대를 넘었다.  이 같은 성공은 거의 전적으로 미니 해치의 성공에 의한 것이었다.

 

 

 

3세대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고급 편의장치와 크게 개선된 인테리어 품질로 프리미엄 이미지에 한층 근접했다. 원을 테마로 한 실내 디자인이나 토글 스위치 등 미니 DNA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올드 미니는 물론 1세대 뉴 미니 해치와도 성격이나 크기에서 상당한 차이가 생겼다.

 

2006년 선보인 2세대 미니 해치는 품질 개선과 신기술의 대폭 채용 등으로 젊고 트렌디하면서 구매력이 있는 계층에게 소유욕을 자극하는 매스티지 모델로 한층 발전했다. 2세대 미니는 컨트리맨과 같은 파생모델의 기반이 됐다는 중요한 의미도 갖는다. 판매 면에서의 비중도 크다. 클럽맨, 컨트리맨의 출시와 함께 비중이 점차 줄긴 했지만 2세대 미니 해치 3도어의 판매 비중은 여전히 40퍼센트를 상회했다. 이미지와 판매 양쪽에서 큰 임무를 맡고 있었다는 얘기다.

2014년 출시된 3세대 미니 해치는 BMW가 원했던 프리미엄 이미지에 한층 근접한 품질과 감성을 지녔다. 3도어 미니 해치(쿠퍼 S)를 시승한 뒤 가장 인상적인 건 품질이었다. 실내 내장재의 잡소리 때문에 운전할 때의 즐거운 기분을 잡치는 일은 이제 없을 것 같다. 반면 외관 디자인은 약간 아쉬운데 간결했던 1세대와 달리 2, 3세대를 거치면서 디자인보다는 데커레이션이 점차 늘어난다는 느낌이다. 특히 범퍼 스커트 부분의 복잡한 디자인이 가장 거슬린다. 미니 디자이너들이 얼마나 고심하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어야 한다. 근본적인 디자인은 건드릴 수 없고 세부 디테일만 만지다 보니 장식적 요소만 늘어날 수밖에. 이는 헤리티지가 있는 모델을 상대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공통된 고민이다.

하지만 3세대 미니 해치 3도어가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든 부분은 따로 있다. 세련된 주행 감각에선 어딘지 미니 같은 쾌활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전 세대들의 조향 감각은 거칠지만 노면의 피드백은 확실했다. 그래서 한계가 높지는 않아도 100퍼센트를 사용하기에 좋은 유쾌한 감각이었다. 반면 3세대는 한계는 확실히 높아졌는데 감각은 이전보다 무뎌진 느낌이다. 특히 옆 방향 움직임이 커진 뒤 차축이 차체의 거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전의 활달하고 경쾌한 느낌보다는 뭔가 예리하고 민감한 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데, 이것이 고카트 필링의 새로운 해석이라면 문제가 있다. 미니 특유의 달리기 감각을 주기 위해 원래 안정적인 차를 일부로 튜닝한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3세대의 UKL1 플랫폼은 BMW 1시리즈와 공유할 예정이니 이전 미니 같은 감각만 내세울 수 없다. 미니 브랜드의 중핵인 3도어 해치가 BMW 콤팩트 세그먼트 전략의 핵심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다소 우려스럽다. 작은 차 한 대에 너무 많은 기대와 계획과 생각이 담겨 있다는 느낌이다. BMW도 미니 해치 3도어 한 차종에 너무 많은 임무를 부담시키느낌는 게 위험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컨트리맨과 5도어 해치가 추가된 배경이다.

 

 컨트리맨, 디젤, 볼륨 업! 
지난해 9월 말 열린 미니 컨트리맨 페이스리프트 모델 미디어 론칭 행사에서 국내 미니 총괄 주양예 이사는 “미니의 폭발적 성장을 가져다 준 모델”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니 컨트리맨 이전에도 컨버터블과 클럽맨이 있었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해치 3도어 모델이 전체의 7할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2010년 말 출시된 컨트리맨의 효과는 대단했다. 세계적으로는 2009년에 21만7000대 규모였던 판매량이 2011년 28만5000대로 약 30퍼센트 성장했다. 한국에서는 2010년 2220대에서 2011년 단숨에 4282대, 거의 두 배 성장을 이뤘다. 거의 모든 효과가 컨트리맨 하나에서 온 셈이었다(2011년 미니 컨트리맨의 국내 판매량은 1494대로 전체의 34.9퍼센트를 차지했다).

미니 컨트리맨이 세계적으로, 그리고 특히 한국에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미니가 새로운 세그먼트에 진출한 첫 모델이라는 점이다. 클럽맨은 왜건 형태로 차체를 키우기는 했지만 너비는 여전히 기존 3도어와 같은 B세그먼트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컨트리맨은 차체의 너비와 높이가 커져 실내 공간이 실제로 커진 최초의 미니 모델이었다. 미니는 좋지만 좁아서 주저했던 유망 고객을 흡수하는 실질적 계기가 됐다. 두 번째 이유는 콤팩트 크로스오버의 세계적 돌풍이다. 기존 미니 고객보다 훨씬 많은 콤팩트 SUV 유망 고객들이 미니의 새로운 유망 고객으로 흡수됐다. 나아가 한국엔 올드 미니의 헤리티지가 거의 없고, 새 미니의 이미지와 새로운 고객이 대다수였다. 컨트리맨은 기존 미니와도 다르고, 원조 미니의 컨트리맨과도 이름 빼고는 콘셉트가 전혀 다른 모델이었다. 따라서 골수 미니 팬에겐 격렬한 반대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선 불평이 조금 있을 뿐 그 정도나 규모는 별로 크지 않았고 훨씬 수월하게 새로운 고객을 흡인할 수 있었다.

컨트리맨은 한국 미니에 또 한 가지 중요한 기능이 있었는데, 바로 디젤의 출시다. 2011년은 한국 수입차 시장에 디젤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하던 때다. 이전에는 폭스바겐이나 푸조 등 일부 브랜드와 SUV에만 집중됐던 디젤 강세가 2012년에는 수입차 시장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대세로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미니는 젊고 트렌디하다는 점에서 덜덜거리고 느리다는 선입견을 가진 디젤 엔진을 탑재하는 것이 이미지와 상충될 우려가 있었다(아이러니하게도 승용 디젤이 친숙한 유럽에서 미니는 애초부터 디젤 모델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SUV는 디젤 엔진에 더 친숙하다. 따라서 컨트리맨이라는 SUV를 갖게 된 미니도 자연스럽게 디젤 시장에 진출할 구실을 갖게 됐다. 한국 미니는 컨트리맨 출시 다음 해인 2012년에 거의 모든 미니 모델에 디젤 엔진을 탑재했고 다음 해엔 SUV 성격이 강한 컨트리맨과 페이스맨은 디젤 모델만 판매하게 된다. 그 결과 승용 디젤 트렌드에는 후발 주자였던 미니가 2014년에는 전체 판매량의 64.4퍼센트인 4232대를 디젤 모델이 차지한다. 이는 수입차 시장 평균인 68퍼센트에 거의 근접하는 수치다. 미니의 트렌디한 브랜드 이미지, 그리고 짧은 시간을 고려하면 대단히 성공적으로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은 것이다. 컨트리맨의 성공 배경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이미지 모델과 볼륨 모델로 균형을 잡는 미니 브랜드의 철저한 이원화 전략이다. 실제로 컨트리맨을 타보면 이 투 트랙 전략에 알맞게 개발됐음을 느낄 수 있다. 1~2세대 미니 해치가 고카트 필링을 강조해 날카롭고 생동감 있는 주행 감각을 주무기로 했다면, 컨트리맨은 미니의 감각에 익숙하지 않은 신규 고객도 손쉽게 운전할 수 있는 정직함과 안정감을 주무기로 한다. 이는 미니 최초의 4WD 모델인 ALL4에서는 물론이고 앞바퀴굴림 모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참 간사한 것이 사람이다. 믿음직하고 운전하기 쉬워서 좋다던 나조차도 품질에서 일취월장한 3세대 미니를 겪어보고 나니 여전히 2세대 기반인 컨트리맨의 품질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3세대 기반의 컨트리맨은 2016년형으로 선보일 전망이다(하지만 현재의 컨트리맨도 기본 장비 수준이 높아 여전히 가격 대비 가치가 뛰어나다).

 

 컨트리맨은 미니가 좋지만 작아서 주저했던 유망 고객을 흡수하는 창구가 됐다.

 

미니에선 ‘타면 기분이 즐거워지는 차’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하기 위해 많은 요소가 유희의 대상으로 재해석된다. 사진은 차의 상태와 주행환경을 체크하는 드라이빙 익사이트먼트 기능을 단계별로 찍은 것으로,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출발신호를 보낸다.

 

 5도어와 클럽맨은 알고 있다 
2014년, 미니는 핵심 모델인 3도어 해치의 3세대 모델을 내놓고 판매 전략 차종인 컨트리맨을 페이스리프트해 선보였으며, 미니 역사 최초의 5도어 해치백인 미니 해치 5도어까지 추가했다. 지금까지의 투 트랙 전략이라는 양동작전 대신 전면전을 선택한 셈이다. 5도어 해치백이지 뭐가 대단한 사건이라고 호들갑인지 의아해할 독자가 있으리라. 하지만 그것이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미니가 얼마나 치밀하게 미니 5도어 해치를 준비했는지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결코 간단한 얘기가 아니다.

B 세그먼트에서는 5도어 해치백 모델이 매우 중요하다. 3도어 해치백이 퍼스널카의 성격이라면 5도어 해치백은 젊은 가족을 위한 영 패밀리카의 성격이기 때문이다. 미니는 3도어 해치에서 5도어 모델을 건너뛰고 컨트리맨으로 크로스오버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SUV가 강세인 세계적 트렌드를 따른다는 관점에서도, 기존 3도어 해치와의 중첩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도 합리적 결정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숨겨진 또 하나의 노림수가 있다. 미니가 5도어 해치백 모델을 만들어도 큰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컨트리맨으로 시장을 미리 정리했다는 점이다. 5도어 해치백 시장은 실용적 입장에서 접근하는 고객이 많은 시장이기 때문에 노이즈보다는 고객의 호응도(Acceptance)가 더욱 중요하다. 미니가 5도어를 3세대 모델에서야 출시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숨어 있다. 3세대는 조립 품질이나 주행 감각이 대단히 세련됐다. 합리적 시각의 고객이 많은 패밀리카 시장(5도어 해치백 시장)에 걸맞은 성격을 가진 셈이다.

 

 미니 5도어 해치는 주류 해치백 시장으로 진입하겠다는 ‘브랜드 미니’의 선전포고다.

 

 

한때 실패한 미니였던 클럽맨의 미래는 밝다. UKL2 플랫폼에서 빚어질 클럽맨은 브랜드 미니 최초의 C 세그먼트 제품으로 미니 브랜드와 라인업에 힘을 보탠다. 이제 미니에서 미니로의 업그레이드도 가능해진다.

 

미니 5도어 쿠퍼 SD를 시승하면서 느낀 점은 그동안의 3도어 해치와 캐릭터의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1세대 3도어 해치는 고카트 같은 예민함으로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하는 점이 가장 큰 캐릭터였고, 그런 차를 일상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반면 이번 5도어는 품질도 좋고 실용성도 좋고 고급스러운 자동차인데 타기에도 재미있다는 식이다. 바로 이 점이 5도어 해치백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임을 미니는 정확하게 알고 있다.

실내의 만듦새나 소재의 품질은 3도어 해치에서 보았듯 이전 세대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인 데다 길어진 휠베이스도 주행안정성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확실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3도어 해치로는 쉽지 않은 장거리 여행도 거뜬히 해치울 수 있고 피로도 적다. 미니는 타고 싶은데 예민한 주행 특성이 싫었거나 컨트리맨처럼 큰 차는 미니 같지 않다거나 혹은 아내와 어린 자식이 눈에 밟히는 사람 등 5도어 해치가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은 보편적인 소형차 시장의 거의 전체라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해 5도어 해치는 단단하지만 좁은 자기만의 시장을 벗어나 주류 해치백 시장으로 진입하겠다는 ‘브랜드 미니’의 선전포고다. 이런 보편성과 상품성 때문에 미니 5도어 해치는 폭스바겐 골프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2014년 11월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출고가 시작된 미니 5도어의 현재 성적은 나쁘지 않다. 11~12월 미니의 전체 판매 대수(1881대) 가운데 미니 5도어는 504대(28.8퍼센트)로 372대인 컨트리맨을 제치고 972대인 3도어 해치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나아가 가솔린과 디젤 모두 1.5리터 3기통 쿠퍼 모델이 다수를 차지한다. 실리 중심의 고객이 미니 브랜드에도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상대적으로 합리성이 큰 5도어 해치백 시장에서의 성패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트렌디한 시장은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쉽게 식어버리는 경우가 있는 반면, 합리성이 중요한 시장은 반응이 천천히 오다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흐름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니는 기다림 없이 중요한 신모델을 출시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미니 모델은 UKL1이라는 BMW 그룹에서 가장 작은 플랫폼에서 출발했다. 심지어는 덩치가 큰 컨트리맨도 2세대 미니 해치와 같은 기반을 공유한다. 따라서 덩치에는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현존하는 모든 미니 모델들은 유럽 B 세그먼트로 분류된다. 이 세그먼트의 벽을 허무는 최초의 미니 모델이 올해 출시된다. 신형 클럽맨이다. 이 모델은 BMW의 차세대 X1 등이 사용할 UKL2 플랫폼을 공유한다. 미니 5도어의 길이가 여전히 4미터의 벽을 넘지 않는 것에 비해 클럽맨은 이보다 27센티미터가량 길어진 4.25미터로 C 세그먼트 해치백으로도 넉넉한 길이를 갖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너비다. 3세대 미니 해치가 1709밀리미터인 것에 비해 거의 10센티미터 넓은 1800밀리미터에 달한다. 장비 수준에서는 미니 최초의 8단 자동변속기, 전동 조절식 시트, 스마트 기능이 적용된 트렁크 등 기존 미니와는 성능과 편의성에서 확연한 차별화를 이룬다.

더 큰 세그먼트의 모델을 갖게 된다는 건 라인업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거의 불가능했던 ‘미니에서 미니로’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라인업과 브랜드 충성 고객의 유지는 브랜드라면 꼭 가져야만 하는 필수적 요소. 신형 클럽맨은 미니를 진정한 브랜드로 완성하는 열쇠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