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이 속한 B 세그먼트는 스타일에 죽고, 스타일에 산다. 지난 수년간 이 급에서 성공한 차들은 언제나 이런 원칙에 충실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있다. 아우디 A1에 걸맞은 얘기다. 나는 이 작은 아우디가 브랜드 기술력의 결정체라고 느꼈다. 여기서 ‘기술력’이란 동력을 1000분의 1초 단위로 제어하는 장치가 아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다. 저렴한 플라스틱 내장재를 고급스럽게 둔갑시키는 마법이나(오, 주여!) 제품 곳곳에 충분히 돈 쓴 티를 내는  흔적 같은 것들이다. 아우디는 이렇게 현란한 기술을 적절히 구사할 줄 안다. 경험이 많다는 소리. 그리고 이런 재주는 대형차보다 A1 같은 소형차에서 훨씬 도드라져 보인다.

아우디 A1을 만난 장소는 프랑스 남부 근처의 모나코였다. 절대 조용하지 않은 동네다. 명품 숍이 길가에 줄지었고, 집채만 한 요트 수십 척이 시내와 멀지 않은 항구에 정박해 있었다. 최고급 자동차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최고급 호텔 앞으로 모여들었다. 하긴 F1 모나코 그랑프리가 열리고 몬테카를로 랠리가 시작된 동네가 조용할 리 없다. 이런 화려한 동네에서도 A1은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도 그럴 것이 풋사과처럼 밝은 초록이나 파란색을 보디 컬러로 선택했으니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사람들은 이제 막 새로 나온(페이스리프트) 아우디 소형차를 보고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A1이 속한 B 세그먼트는 스타일에 죽고, 스타일에 산다. 과장이 아니다. 지난 수년간 이 급에서 성공한 차들은 언제나 이런 원칙에 충실했다. 알파로메오 미토, 르노 클리오, 폭스바겐 폴로, 푸조 208 등등. 모두가 뛰어난 스타일링을 앞세웠다. 이 때문에 아우디 디자인팀의 고민은 깊었을 것이다. 이번에 만난 A1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 기본 개념은 이미 충분히 자리 잡은 상태. 하지만 동시에 신선하고 더 새로워 보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차는 크게 3도어 해치백과 5도어 스포트백으로 구분된다. 둘 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이전과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변화가 있다. 헤드라이트는 면적을 줄이고 가늘게 뽑았다. 화려한 디테일로 한층 강렬한 인상이다. 테일램프는 LED 타입으로 바꿨다. 신형은 덩치를 키우고, 비율도 다듬었다. 3도어는 새로운 범퍼로 이전 모델보다 19밀리미터 길어졌다. 스포트백은 폭과 높이를 이전보다 6밀리미터 키웠다. 해치백과 스포트백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구조가 다르다. 일단 해치백쪽 도어가 크다. B 필러도 약 230밀리미터 뒤에 있다. 반면 5도어는 루프라인을 약 80밀리미터 뒤로 뽑아 뒷좌석 승객의 머리 공간을 확보한다.

신형은 크기 이외에도 여러 부분에 변화가 있다. 3가지 새로운 트림(노멀, 스포츠, S 라인 패키지)을 준비해 각각의 디자인과 패키지에 변화를 줬다. 보디 컬러는 4가지가 추가돼 총 12가지. 여기에 루프라인은 4개, 돔은 3개(루프 전체), 실내는 19가지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끝이 아니다. 17개 휠을 옵션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맞춤형 옵션(비스포크)도 공급한다. 아우디가 발표한 A1의 조합은 약 100만 가지다. 그냥 찍어서 파는 제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A1은 애초 플래그십 소형차였다. 가격 경쟁력만 탐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머리가 아닌 소비자의 가슴을 타깃으로 했다. 그래서 좀 더 과감한 보디 컬러를 준비해 시선을 잡았다. 라인업을 더 풍성하게, 옵션의 선택 범위도 넓혔다. 신형은 이 모든 것에 집중했다.

놀라운 부분은 실내다. 감각적인 디자인 기법이 돋보인다. 단순하지만 아주 정교하다. 소재는 나무랄 곳이 없다. 플라스틱 패널만으로 이렇게 고급스럽게 보이기 어려운 일이다. 송풍구나 다이얼을 예로 보자. 모양, 디테일, 소재와 색깔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새롭고 특이한 감각 속에 아우디 패밀리 룩이 뚜렷하게 살아 있다.

스티어링휠은 예상보다 작다. 경쟁 차들과 마찬가지로 손으로 느껴지는 감각을 중요시한 흔적이다. 직접적인 피드백을 기대할 수 있다. 덩치 큰 차들이 낭만적인 복고풍을 찾는 시대. A1같이 작은 차들은 오히려 더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더미 버튼이 없는 것으로 미뤄보아 우리가 시승한 차는 풀 옵션 상태. 팝업식 디스플레이와 내비게이션, 오토 에어컨, 블루투스를 비롯해 엔진 스톱앤고,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 등 없는 장비가 없다.

실내 공간도 잘 뽑았다. 겉모습과 달리 실용적이다. 해치백과 스포트백 모두 뒷좌석에 키 183센티미터의 성인이 탈 만했다. 트렁크는 기본 270리터. 뒷좌석은 등받이가 둘로 갈라졌고, 모두 접으면 920리터까지 확장된다. “오, 이런 센스!” A1은 테일게이트에 테일램프가 붙어 있다. 그래서 테일게이트를 열었을 때 뒤따르는 차에게 경고하도록 보디 패널 안쪽으로 비상 브레이크, 비상등 램프를 만들어뒀다.

 

MONACO GP CIRCUIT 아우디 A1으로 막히는 시내를 돌고 돌면서 모나코 그랑프리 코스를 두 바퀴 돌았다. 모나코 그랑프리 코스는 F1의 가장 대표적인 시가지 서킷으로 총 길이가 3.340킬로미터에 이른다. 몬테카를로와 라콘다민 시내 도로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디자인  된 이곳은 평소엔 일반 도로로 쓰인다. 모나코 서킷은 대체로 도로 폭이 좁고 터널과 시케인, 블라인드 헤어핀 등으로 코스 공략이 까다롭다. F1 서킷 중 평균 주행속도가 가장 느린 동시에 위험한 곳이다. 경주차의 성능보다는 드라이버 기량이 돋보이는 코스다.

 

MONTE CARLO RALLY COURSE 아우디가 이번 행사에서 사용한 시승 코스 중 ‘가장 긴 루트’는 몬테카를로 랠리의 일부 구간(스페셜 스테이지 13~15)을 포함했다. 몬테카를로 랠리는 1911년부터 시작됐다. 모나코를 거점으로 개최되는 랠리로 통상 WRC 1전이 여기서 열린다. 유럽 각지의 출발 지점에서부터 모나코로 집결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랠리가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드라이브 셀렉트 작다고 무시하지 마라. A1은 드라이브 셀렉트가 달린다. 엔진, 서스펜션, 스티어링 세팅을 변경할 수 있다.

감각적인 실내  A1의 실내는 디자인은 간결하고, 소재 선택은 탁월하다. 한마디로 좋아보인다.

 

 

 차의 균형이 좋다. 앞뒤 62:38 무게 배분이라는 건 숫자에 불과하다. 코너를 공략할 때 앞머리가 무겁지도, 뒤가 가볍지도 않다.

 

A1은 총 4개의 직분사 엔진과 2개의 디젤로 구성된다. 신형에 얹힌 모든 엔진은 4가지 키포인트로 정리할 수 있다. 유로 6 배출가스 기준 만족, 10퍼센트 좋아진 연료효율, 10마력 상승(동일 배기량 기준), 90마력부터 192마력까지 포지션이 그것이다. 3기통 1.0리터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새로 추가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처음 시승한 모델은 1.4 TDI 울트라 해치백. 5단 수동변속기와 조합된 모델이다. 아우디는 연료효율을 최고로 끌어올린 모델에 울트라(Ultra)라는 명칭을 붙인다. 이 차에 얹힌 엔진은 90마력, 23.5kg·m를 발휘한다. 움직임이 가볍고, 진동과 소음 억제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연비? 끝내준다. 유럽 기준 연비로 리터당 29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다. 연료효율과 반비례해 파워는 부족했다. 5단 변속기의 긴 기어비도 출력 갈증을 더하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차는 가지고 싶었다. 편했다. 승차감은 고급스러웠고, 스티어링 반응은 정교했다. 주행 속도를 낮춰 일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가자 엔진과 변속기가 빛을 발했다. 실용 구간에서 기어를 내릴 때 클러치를 확 붙여도 ‘꿀렁’이지 않았다.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잘 다듬어진 흔적이었다.

1.6 TDI 스포트백 5단 수동 모델로 바꿔 탔다. 116마력, 25.5kg·m를 발휘한다. 올해 국내에 들어올 가장 유력한 모델이다(해치백, 스포트백 모두 1.6 TDI 예상). 확실히 1.4보다 힘이 느껴진다. 익숙하다. 여느 TDI 엔진과 소리도, 감각도 비슷하다. 5단 수동변속기 기준으로 리터당 28킬로미터, 7단 S 트로닉은 리터당 27킬로미터 연비를 발휘한다(유럽 기준). 사실 이 순간 연비는 중요하지 않다. WRC 몬테카를로 랠리 코스를 따라 달렸기 때문. 깎아지른 절벽에 연속 헤어핀을 따라 굽이치는 시골길을 가로지르는 수십 킬로미터짜리 코스다. 있는 힘, 없는 힘을 모두 모아 속도로 연결한다. 코너의 정점을 향해 차를 밀어붙인다. 제법이다. 언더스티어 성향이 크지 않다. 스티어링을 감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차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다. 앞바퀴굴림에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방식. 전기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은 매우 직접적이다. 필요할 때 약간 무거운 느낌도 확실히 전해줬다. 똑똑한 전자제어 토크벡터링이 차를 코너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폭 185밀리미터 타이어라고는 믿기 어려운 접지력이다. 움직임이 담백하다. 차의 균형이 좋다. 앞뒤 62:38 무게 배분이라는 건 숫자에 불과하다. 코너를 공략할 때 앞머리가 무겁지도, 뒤가 가볍지도 않다. 자세제어장치의 도움 없이도 이런 탄탄한 주행성능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코너에서 일부러 페달을 심하게 밟아도 의도한 라인을 충실히 따른다. 롤링이나 피칭이 크지 않다. 접지력이 부족한 구간에서 앞바퀴가 노면을 긁으며 그립을 재빠르게 찾아간다. 기본 브레이크의 성능도 만족스러웠다. 뒤따르는 일행을 따돌리기 위해 안전 마지노선까지 다운힐 코스를 공략했음에도 쉽게 페이드가 오지 않았다. 언덕을 내려와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브레이크 패드에서 마치 불이 날 것처럼 연기가 났다. 헤어핀 코너를 계속해서 공략한 주행법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A1은 끝까지 제동성능을 확보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본기에 내심 놀랐다. A1 1.6 TDI는 출력이나 반응 면에서 부족함 없었다. 잘 숙성됐다. 단, 5단 수동변속기의 긴 기어비와 조합은 애매했다. 7단 S 트로닉에는 기대를 걸 만하겠다.

마지막으로 1.0 TFSI 3도어, 7단 자동변속기 모델이다. 사실 타보기 전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1.0리터도 안 되는 엔진(999cc)의 출력으로 달리는 느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니까(95마력, 16.3kg·m).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다. 깜짝 놀랄 만했다. 가속력은 가볍고 예상보다 훨씬 잘 달렸다. 실제로 비교해보니 5단 변속기를 장착한 1.4나 1.6 TDI보다도 빨랐다. 출력만 낮다고 생각했지 가벼워진 무게를 잊었다. 엔진의 무게(건조)가 고작 88킬로그램이다. 130킬로그램 이상 나가는 다른 사이즈 엔진들에 비하면 충분히 주목받을 만 하다. 인터쿨러와 흡기 매니폴드의 통합으로 배기가스의 경로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부스트압을 최대 1.4바까지 쓰지만 터보 래그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스풀업이 진행될 때 ‘약간’ 지연되는 구간만 있을 뿐. 이 엔진은 7단 S 트로닉 변속기와도 잘 어울린다(건식 타입이라 무게도 가볍고 연료효율도 좋다). 변속은 100분의 1초 만에 이뤄지기 때문에 부스 압력이 크게 줄거나, 반응이 늘어지지 않는다. 기어비는 저속은 짧고 고속은 길다. 그래서 속도를 꾸준히 붙이기 좋다. 단, 클리핑 구간에서 약간 버벅거리는 느낌이 있다. 뭐든지 일장일단이 있다. 효율을 강조하고 반응성을 끌어올린 구조에서 오는 문제니 어쩔 수 없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는데 나는 모나코 GP 상설 코스를 따라 시내를 달렸다. 들뜬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었다. A1은 절대 주머니가 가벼운 고객을 위한 ‘싸구려’가 아니었다. 차체 크기가 값에 비례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했다. 그래야 ‘가치’가 보인다. 한국 예상 판매가격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은 부족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이 차를 원하는 고객은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다. 고급 편의장비와 다양한 옵션의 조합처럼 제품을 빛나게 할 마케팅 전략이 뒷받침돼야겠다. 음, 그래서 값은….

 

 

스포트백의 속내 A1의 승차 정원은 4명이다. 엔지니어들은 5명이 억지로 앉지 않길 바라며 뒷좌석 중간에 적당한 장치(?)를 마련했다.

 

SPECIFICATIONS

AUDI A1 1.0 TFSI ULTRA  기본 가격 1만4315~1만6290유로 레이아웃 앞 엔진, FWD, 4인승, 2도어 해치백 엔진 3기통 1.0ℓ DOHC 직분사 터보, 95마력, 16.3kg·m 변속기 5단 수동/듀얼클러치 7단 자동 휠베이스 2469mm 길이×너비×높이 3973×1740×1416mm 연비(유럽 복합) 22~23km/ℓ  CO₂ 배출량(유럽) 99~103g/km 한국 판매 시기 미정

AUDI A1 1.6 TDI SPORTBACK  기본 가격 1만5390~1만9360유로 레이아웃 앞 엔진, FWD, 4인승, 4도어 해치백 엔진 4기통 1.6ℓ DOHC 터보 디젤, 116마력, 25.5kg·m 변속기 5단 수동/듀얼클러치 7단 자동 휠베이스 2469mm 길이×너비×높이 3973×1746×1422mm 연비(유럽 복합) 27~28km/ℓ CO₂ 배출량(유럽) 92~97g/km 한국 판매 시기 2015년 2~3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