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7123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7인승, 5도어 왜건 엔진 직렬 5기통 2.5ℓ 터보, 208마력, 33.2kg·m 변속기 5단 자동 무게 2018kg 휠베이스 2860mm 길이×너비×높이 4798×1879×1783mm 연비(통합) 7.4km/ℓ CO₂ 배출량 174g/km

구입 시기 2014년 7월(중고) 총 주행거리 11만9000km 평균연비 7km/ℓ 월 주행거리 1000km 문제 발생 1~2단의 변속 충격이 심하게 발생함 점검항목 각종 오일류 한 달 유지비 18만원(연료비 15만원, 톨비 3만원)

연비왕은 아무나 하나

볼보 XC90은 자타공인 기름보일러다. 가속페달을 조금 과하게만 밟아도 연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전에 몰던 디젤 승용차와 비교하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2톤이 넘는 몸무게, 상시 네바퀴굴림의 조합은 아무리 연비 좋은 가솔린 터보 엔진이라도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고유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차가 분명하다. 가속페달 밟기를 서슴지 않았고, 고속도로 1차선만 달렸던 과거의 영광은 뒤로한 채 이제 나와 XC90은 연비 운전에 집중한다. 연비를 높이는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최대한 가속페달을 조금 밟고, 브레이크 페달을 남용하지 않는 것이다. 시내 주행에서 이런 주행 패턴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고속도로 통행이 잦기에 이런 기술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연비 주행을 하자고 마음먹은 첫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이 녀석의 전 주인은 과감한 운전 성향(ECU가 운전 패턴을 기억한다)이 있었기 때문에 변속 타이밍 세팅이 고회전에 맞춰져 있다. 낮은 엔진 회전수를 생활화해야 하는 연비 운전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세팅이다. 그래서 정비소에서 ECU 설정 값을 초기화했다. 이후 변속 시점이 조금 앞당겨졌다. rpm을 높이지 않아도 적당한 시점에 변속이 됐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를 넘지 않도록 운행하는 습관도 필요했다. 질주의 본능이 가득한 남자로서 이런 운전법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남자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다른 차의 등장이 잦은 고속도로에서 연비 주행을 하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방법은 따로 없다. 그저 연비를 높이자는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해 스스로 평정심을 유지할 수밖에. 목적지까지 규정 속도를 지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내려가지 않는 연료 게이지를 보면서 인고의 순간을 견뎠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테스트해보니 연비 주행의 핵심은 최대한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것이다. 앞차의 거리, 주변 차들의 상태(끼어드는 차를 예상)를 수시로 파악하고 커브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방법을 최대화하면 된다.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생각할 것이 많으면 결코 할 수 없는 것이 연비 주행이다.
 

결과적으로 연료 절감 효과가 있다. 주유는 평소 4일마다 하던 것을 이제는 5~6일마다 한다. 같은 기름으로 한 달에 3~4일 더 달릴 수 있다. 다만 변속기 초기화 후 변속 충격이 커진 것은 함정이다. 조만간 다시 정비소를 가야 할 것 같다. 마음이 심란하다. 연비를 쟁취하려고 변속기를 희생한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