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아우디 TT가 세상에 나왔을 때 시장의 반응은 대단했다. 사람들은 ‘미래가 지나간다’는 표현까지 서슴없이 사용했다. 하지만 TT의 디자인도 점점 눈에 익어 사람들의 흥미는 이제 예전만 못해졌다. 하지만 스포티카(스포츠카는 아니다)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이보다 잘생긴 2+2 쿠페를 찾기 어렵다.
 

아우디는 풀모델 체인지한 3세대 TT를 내놓으며 확실한 방향을 잡았다. ‘스타일은 이대로 유지하되 성능은 지속적으로 가다듬는다’는 것. 이에 대한 첫발자국은 체중 감량이다. 북미 시장에 새로 내놓을 2016년형 신형 TT는 약 45킬로그램 가볍고 25퍼센트 단단해졌으며, 지금 모델보다 출력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부분의 외부 패널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차체만 저울에 올릴 경우 276킬로그램에 불과했다. 미국 시장에는 올해 가을께 도착할 예정이며 당연히 폭스바겐 그룹의 MQB 앞바퀴굴림 플랫폼을 사용할 것이다. 휠베이스는 현행 TT보다 36밀리미터 길지만 전체 보디 길이는 오버행이 짧아지면서 오히려 2센티미터 정도 줄었다.
 

엔진도 바뀔 예정이다. 폭스바겐 그룹의 새로운 EA888 2리터 직렬 4기통 터보엔진을 출력을 다르게 설정한 두 가지 버전으로 얹는다. 우리가 시승한 차는 유럽 시장에 판매할 초기 생산형의 기본형 TT로 227마력에 37.7kg·m의 토크를 뿜고, TTS는 306마력에 38.7kg·m의 토크를 낸다. 두 엔진 모두 기본적인 설계나 디자인은 같지만 TTS의 엔진에는 더 큰 터보차저와 독특한 피스톤, 밸브트레인 그리고 배기장치가 들어간다. 수동변속기는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미국에선 만날 수 없다. 하지만 두 엔진 모두 패들시프트만 까딱거려도 벼락같이 빠른 변속이 가능한 6단 듀얼 클러치 S 트로닉 변속기와 맞물려 있어 굳이 수동변속기가 생각나질 않는다. 또 아우디의 콰트로도 기본이며 구동방식의 컴퓨터 로직을 손봐 때에 따라 구동력을 앞쪽뿐 아니라 뒤로도 100퍼센트까지 보낼 수 있게 수정했다. 또 하나 크게 달라진 건 인테리어다. 아우디 디자이너들은 공조장치와 열선시트 스위치를 송풍구 가운데로 옮기면서 디자인적인 미를 극대화하고 버튼 수까지 줄이는 효과를 봤다.

 

 

 

 

 

 

모든 인포테인먼트 요소도 센터 스택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많은 버튼이 어디로 갔냐고? 운전대를 양손으로 쥐어보면 12.3인치짜리 풀 디지털 계기반이 보인다. 그리고 엔진회전계와 속도계 사이로 내비게이션은 물론 모든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표시되고 조작까지 가능하다. 신형 TT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형적인 스포츠 쿠페(엄밀히 말하면 해치백)처럼 뒤 시트는 사람이 타기엔 좁고 물건을 두기에나 적당하지만 꽤 실용적인 공간을 갖춘 건 여전하다. 뒷좌석도 완전히 평평하게 접을 수 있어 트렁크 공간도 넓게 쓸 수 있다.
 

스페인 마르벨라 북부지역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꼬부랑 산길을 타며 체감한 신형 모델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개선이 이뤄져 있었다. 4기통 터보 엔진은 초반 가속 시 약간의 터보 래그가 있지만 16마력 높아진 출력과 2.1kg·m 높아진 토크 그리고 가벼워진 무게 덕에 운전자로 하여금 더 강한 자극에 젖게 한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DCT가 빠르게 기어를 바꿔가며 엔진회전계가 레드존을 때리면서 변속해나가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특히 중속 영역의 토크가 인상적이어서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가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노멀 모드에서는 스티어링이 지나치게 가볍고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갑작스레 너무 단단해져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밑이 평평한 D컷 스티어링휠은 모양새와 만듦새 모두 훌륭하지만 정작 중요한 조향 느낌이 훌륭하지 않다.

 

 

 

 

 

 SPECIFICATION  기본 가격 미정  레이아웃 앞 엔진, AWD, 4인승, 2도어 해치백  엔진 직렬 4기통 2.0ℓ DOHC 터보, 306마력, 38.7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6단 자동  공차중량 1338~1383kg  휠베이스 2504mm  길이×너비×높이 4191×1831×1344(1354)mm  복합연비 13.2km/ℓ CO₂  배출량 174~180g/km

 

 

 

아우디는 TTS가 일반도로와 트랙 주행 모두에서 쫀쫀한 재미를 줄 거라고 설명했지만 트랙보다 일반도로 주행에 더 알맞은 차였다. 기본형 TT에 비해 힘도 더 강하고, 풀 스로틀로 배기구가 활짝 열리면 ‘빠방’거리며 커다란 방귀 소리도 낸다. 차체도 기본형 TT보다 10밀리미터 낮고 마그네틱 댐퍼도 기본으로 달았다. 그런 이유로 더 단단한 승차감과 코너에서의 차체 쏠림 현상을 줄였다. 우린 트랙 주행에서 아우디 엔지니어들이 누차 강조하던 ‘안정적인 언더스티어’를 기대했지만 큰 감흥이 없었다. 새로운 TT에는 ESC로 제어되는 토크 벡터링 기능이 있어 차가 과하게 바깥으로 밀려날 경우 안쪽 휠에 제동을 걸어 언더스티어를 줄인다. 하지만 비교해보기 위해 ESC를 끄려고 하자 아우디 측이 강하게 제지해 정확한 비교를 할 순 없었다. 그 탓에 훌리건 같은 색다른 움직임을 기대했지만 그저 어느 상황에서건 ‘뉴트럴’한 핸들링을 가진 차만 만나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우디는 또 하나의 떡밥을 던졌다.

 

트랙 주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RS 버전을 기다리라는 거다. 그 모델은 아우디 랠리카를 위해 태어나고 다듬어진 5기통 엔진을 후드 아래 감춰 400마력을 낼 것이라 한다. 3세대 TT가 지금까지 나온 TT 가운데 최고의 드라이빙 머신인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국에서는 하반기에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