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늦잠을 잤다. 어젯밤 늦게까지(아니 오늘 새벽까지) 댓글을 다느라 정신이 없었다. 요즘 흥 미진진한 일이 펼쳐지고 있다. 모 사이트에서 누군가 BMW M3와 포르쉐 카이맨 S의 경주를 제안 했다. 100만원 내기란다. 모두들 내기가 성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급하게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모든 댓글을 읽어보니 6:4 정도로 M3가 우세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이건 섣부른 판단이다. 가장 중요한 건 드라이버의 스킬이다. 타이어 그립을 최대한 끌어올려 한계점까지 차를 밀어붙 이는 쪽이 승리할 것이 분명하다. 두 드라이버의 스킬이 비슷하다면 토크가 좀 더 높은 M3쪽이 우세할 거다. 제로백(이들은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이렇게 부른다)만 보더라도 M3가 약간 더 빠르다. 문제는 갑자기 터져 나오는 터보로 인한 휠슬립을 어떻게 줄이느냐에 달렸다. 드래그레이스가 아닌 롤링에서는 엔진이 가운데 있는 카이맨 이 약간 더 우세할 것이 확실하다. 뭣도 모르는 것 들이 무턱대고 출력 운운하는 것을 보자니 배알이 꼴린다. 어떤 놈은 “자기가 재규어 F 타입을 타는 데 얼마 전 카이맨을 점으로 만들었다”고 꼴값을 떤다. 악플을 안달 수 가 없다. 이런 놈들 때문에 나처럼 순수하게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누구 말마따나 자동차 마니아 자격시험을 둬서 합격한 사람만 댓글을 달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버스가 안 온다. 비가 와서 많이 막히나 보다. 오늘도 지각할 것 같다. 부장한테 한 소리들을 것이 분명하다. 어제도 부장이 “차도 없는 놈이 자동차 댓글질 좀 그만하라”고 잔소리를 늘어 놨다. 부장은 싼타페를 탄다. 맞다. 올해 내가 붐업 을 시킨 그 ‘수타페’다. 각종 포털 및 자동차 관련 사이트에 분노의 악플짓을 하면서 내가 ‘수타페’ 를 완성했다. 사람들에게 이런 나의 업적을 널리 알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나처럼 의식 있는 네티즌이 많아야 현대차가 정신을 차릴 테니까. 그래서 현대차 기사를 쓴 기자놈부터 욕을 하고 시작한다. 돈을 받아먹은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니 이것도 세상에 알려야 한다. 기사 내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포일처럼 얇은 강판과 물새는 현상을 띄어놓고 욕을 한 바가지로 해주면 된다. 그러면 나와 같은 생각을 지닌 의식 있는 동지들이 ‘추천’을 누르고 맞장구 댓글을 단다. 이런 댓글을 볼 때마다 짜릿하고 흥분된다. 지 금 확인해보니 어제 단 댓글에 추천이 다섯 개나 달렸다.

그나저나 비 오는 날은 버스를 타는 게 정말 힘 들다. 우산에 치이고 바닥은 미끄럽고 버스 안습도가 높아 머리카락이 축축 늘어진다. 정말 차한대 사야겠다. V8의 고결한 숨소리를 지닌 M3도 괜찮을 것 같고 수평대향 미드십 구조의 카이맨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매일 밤 두 머신을 타고 뉘 르부르크링을 질주하는 상상을 한다. 물론 두 차 를 한 번도 타보지 못했다. 나처럼 자동차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닌 사람은 운전도 잘할 것이 분 명하다. 그나저나 일주일 전에 부장차 빼놓다가 오른쪽 뒤 범퍼를 살짝 긁은 건 부장이 아직 눈치 채지 못한 것 같다. 차가 껑충해서 도통 폭을 가늠 하기 힘들었다. 역시 난 시트포지션이 낮은 스포 츠카가 잘 맞는다. 

오늘 포털사이트 자동차 페이지에 기사가 한 가득 올라왔다. 다 읽냐고? 어떻게 이 많은 글을 다 읽을 수 있나. 그저 제목만 본다. 현대와 기아 내 용을 찾아 기사는 읽지 않고 댓글을 먼저 훑어본 후에 나와 뜻이 다르고 노선을 같지 않은 몰상식 한 종족들에게 철퇴를 가한다. 오늘 하루도 아주 보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모터 트렌드>에 이진우라는 놈의 기사는 요새 도통 보기가 힘들다. 아마도 내 악플에 내상을 크게 입은 것 같다. 그 기사가 무슨 내용 인지는 모르지만 현대·기아 이야기가 나온 걸 보 니 그놈도 돈을 받아먹은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