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을 너무 믿지 마라 | 아웃도어는 진정한 ‘손맛’을 펼칠 무대다. 어차피 당신은 요리책을 이해 못할 테니 간을 봐가며 손맛을 발휘해보자.

밖에서는 오래 요리하기 어렵다. 기름에 튀기거나 장시간 불로 요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자연보호를 위해서도 해서는 안 된다. 빠르게 조리할 수 있고, 기름기와 쓰레기가 배출되지 않으면서도 입맛이 돌게 하는 요리를 선택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기름 없이 달걀 프라이를 하는 편이 낫다. 팬에 기름을 두르는 것이 아니라, 물을 먼저 붓고 끓이다가 달걀을 넣으면 마치 수란처럼 익는다. 이런 방법을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평소 당신이 부엌과 친하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서 간략한 지침과 그보다 더 간단한 레시피를 준비했다. 이를 숙지한다면 늘 받아먹기만 했던 당신도 밖에서 하는 요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환경이 가장 우선이다. 아웃도어 활동 스타일에 따라 요리하기 전에 쓰레기가 배출될 수 있는 요리인지, 100퍼센트 소화 가능한 요리인지 염두에 두고 재료를 선정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쓰레기가 남는다면 봉투를 준비하자. 취사 역시 허가된 곳에서만 하시길. 손질이 가능한 재료는 미리 준비해서 진공 포장해 가져가는 편이 위생상 좋다. 채소 역시 요리에 바로 넣을 수 있도록 알맞게 썰어가면 어지간한 요리는 10분 이내 완성할 수 있다. 야외에서는 물이 귀하다. 채소 씻고, 그릇 닦고, 요리에도 들어간다. 물은 넉넉히 챙기자. 도마와 칼 대신 식용 가위를 가져가면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요리 과정을 즐기자. 돈 주고 사 먹는 현지 음식도 좋지만 어쩌면 밖에서 사람들과 함께 요리하는 과정이야말로 야외 활동의 백미다. 간단하지만 나만의 필살기를 준비해 주위의 환심을 사보자. 

치즈누룽지피자
1 재료는 다음과 같다. 버너, 소형 코펠, 밥 1/2공기, 후리가케(밥에 뿌려먹는 맛가루), 피자치즈 6큰술, 방울토마토 3개, 베이비 채소 1/2컵, 포도씨유 1큰술
2 먼저 코펠 팬에 포도씨유를 두른다. 참기름, 올리브유, 식용유, 버터로도 대신할 수 있다. 너무 얽매이지 말자. 달걀 프라이 정도는 해봤을 테니 코펠 크기에 맞게 적당히 두르면 된다. 기호와 배고픔 정도에 따라 밥과 후리가케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3 섞은 밥을 납작하게 누른다. 누룽지를 만들기 위해 약한 불로 굽는다. 센 불로 빨리 굽고 싶겠지만 인내심을 발휘하자. 밥 아래가 노릇해지면 피자치즈를 밥 위에 골고루 뿌리고 녹을 때까지 약한 불에서 뚜껑을 덮어둔다. 뚜껑이 없다면 불에 타지 않는 무언가로 덮으면 된다. 포일이 가장 괜찮은 차선이다. 수시로 치즈가 녹는 걸 확인하며 밥이 타지 않게 한다. 이것만 신경 쓰면 요리는 99퍼센트 성공이다.
4 치즈가 녹으면 끝이다. 반으로 접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먹어도 좋다. 옆에 여자가 있다면 깨끗이 씻은 베이비 채소와 방울토마토를 반으로 잘라 보기 좋게 얹어 완성한다. 고민할 것 없이 풍성하게 얹으면 제법 예쁘다. 베이비 채소와 방울토마토가 없어도 맛있다. 어때요? 참 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