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좋아 보여, 계한희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최연소 입학, 10년 뒤 한국을 이끌 차세대 리더 100인, 칼 라거펠트가 주목하는 신진 디자이너…. 계한희를 만나고 왔다.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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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살의 나이에 동아일보에서 선정한 ‘10년 뒤 한국을 이끌 100인’에 이름을 올렸으며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 니콜라 제스키에르 등이 주목하고 있는 디자이너 계한희는 요즘 근황을 묻자 느리지만 명료한 어조로 대답했다. “슬플 때도 슬퍼하지 않고, 기쁠 때도 기뻐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고 있어요.” 이른 나이에 성공을 거둔 젊은 디자이너의 앞날이 무궁무진한 성공으로 가득할 거라는 예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Q 패션쇼에서 봤을 때는 강해 보이는 면이 있었는데 일대일로 가까이에서 만나니 얼굴도 훨씬 예쁘고 말투도 느릿하다. 심지어 손도 예쁘게 생겼다. 스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예뻐야 하나?

A (웃음)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다. 

 

 

Q 패션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세계적인 패션 그룹인 LVMH가 올해 처음 개최한 LVMH 프라이즈에서도 최종 30인에 오르는 등 디자이너로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자이너 계한희를 향한 관심이 뜨거운데 가장 처음 유명해졌던 계기는 무엇인가?

A 아무래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1’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당시 나의 독특한 패션도 눈길을 끌었지만 아무래도 1회 때 첫 탈락자가 되었다는 것이 큰 이슈가 되었고 그게 지금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대학교 2학년 때였고 당시에는 많이 당황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잘된 일인 것 같다. 원래 우승을 목표로 했던 것도 아니었고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 나갔을 뿐이니 어린 나이에 약이 된 경험인 것 같다. 어찌됐든 ‘프런코’ 덕분에 매체에도 처음 소개되고 유명세를 타게 된 건 있다. 분명히.

 

 

Q 다른 사람들 같으면 1회 때 탈락하고 나서 의기소침해지기 쉬웠을 것 같다. 창피한 마음에 대중 앞에 나서기 힘들었을 수도 있고. 원래 좀 용감한 성격인가?

A 그런 면도 있다. 어릴 때부터 목표로 한 바는 끝까지 이루고 싶어하는 성격이 있었다. 나 역시 예민하고 감정적으로 돌변할 때가 많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힘들어도 세상은 똑같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감정적인 면이 나의 1순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늘 신경 쓴다. 

 

 

Q 견디기 힘들다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디자인 스쿨의 학부를 졸업했고 대학원 과정에 최연소로 입학하기도 했다. 또 졸업하자마자 2월 런던 패션 위크를 통해 데뷔하고 ‘주목할 만한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2012년에는 영국 패션 협회가 선정한 ‘2012년 떠오르는 탤런트상’을 수상했다. ‘카이’의 어떤 매력이 사람들로부터 환호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A 카이는 고급 스트리트 패션을 추구한다. 무겁고, 어렵고, 심지어 추하게 보일 수도 있는 현대 젊은이들의 일상을 담는다. 요즘 스트리트 패션이 인기이긴 한데 내가 원하는 것은 너무 극적인 스트리트 패션이라기보다는 하이엔드와 스트리트의 중간 정도의 지점을 찾아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나의 취향이 100% 반영된 결과물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남성복을 전공하긴 했지만 정통 남성복은 한 적이 없고 유니섹스나 캐주얼 웨어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콘셉트가 잡힌 것 같고. 웨어러블하지만 충분히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나는 게 우리 브랜드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Q 이번에 <좋아 보여>라는 책을 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디자이너 계한희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이미 많은 이들이 읽었고, 또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A 책은 1년 반 동안 썼다. 글을 쓰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이번 책을 쓰며 알게 되었다. 조금씩 디자이너로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며 패션을 전공하는 학생들로부터 엄청난 메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는 대답해주고 누구에게는 답변해주지 않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많은 메일에 일일이 답변해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고 매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까지 적게 됐다. 심지어 내가 내 얘기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도 말이다! 

 

 


진지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한 디자이너 계한희와 계한희의 자서전 <좋아 보여>


 

 

Q 베스트셀러 목록에 <좋아 보여>가 있는 것을 보았다. 꽤 많은 패션 학도들이 이 책을 읽고 디자이너 계한희로부터 답변을 받았을 거라 생각하는데, 질문 메일의 양은 좀 줄어들었나?

A 아이러니한 것은 책을 내고 나서 질문을 보내오는 이메일의 양이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세히 적어줬는데 또 궁금한 게 있을까?’ 싶지만 메일을 읽어보면 다 자기만의 고민이 있다. 그런데 결국 답은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것 같다. 

 

 

Q 책을 읽어 보면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느껴진다. 실제로 디자이너로 사는 삶은 어떤가?

A 어떤 직업이든 그렇겠지만 힘든 점이 참 많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면 끝까지 살아남기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린 나이에 개인 브랜드를 내게 된 것도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몰랐기 때문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 같고. 현실을 알았다면 다른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웃음). 

 

 

Q 대학원을 졸업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모두가 주목하는 개인 브랜드를 갖고 있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기쁜가?

A 기쁘다기보다는 부담감이 좀 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외부의 피드백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모두가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쁠 때 기뻐하지 않으려고 하고 슬플 때도 슬퍼하지 않으려고 마인드 컨트롤하며 살고 있다.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디자이너 계한희

 

 


Q 지드래곤과 씨엘, 이수혁 등 슈퍼 스타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K-pop 스타들이 카이의 옷을 입길 원한다. 흔히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를 제외하고 스타들이 먼저 입고 싶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A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지용이와 나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 빅뱅으로 데뷔하기 전이었지만 그는 이미 연습생 때도 연예인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지용이와 씨엘이 나의 패션쇼를 찾아주면서 큰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그때도 내가 부탁해서 온 건 아니었고 그들이 자발적인 의지로 찾은 것이다. 오히려 친구이기 때문에 더 부탁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카이 내부에는 홍보팀이 따로 있지 않아서 스타 마케팅 등을 일부러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웨어러블하지만 독특하고 멋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어서 연예인들도 입기에 좋은 옷인 것 같다.

 

 

Q 한국 시장에서 카이의 성적표는 어떤가?

A 사실 세일즈는 대부분 중국과 미국 등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카이는 중국 쪽에서 반응이 좋은데 내가 생각할 때 중국 사람들이 패션에 대해서 좀 더 용감하고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또 한류의 영향을 받아서 한국 디자이너가 인기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몇몇 편집숍에만 들어가 있다. 빨리 단독 매장을 갖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 지금은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에 더 신경 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Q 요즘 일과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인가?

A 9월에 있을 뉴욕패션위크 준비에 한창이다. 서울패션위크가 정해져 있는 틀이 많은 것에 비해 뉴욕 쇼는 좀 더 자유로운 쇼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의견을 낼 수 있는 부분도 많고. 패션위크 준비와 동시에 책이 나와서 인터뷰도 많이 하고 있다. 가급적 들어오는 인터뷰는 모두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서면으로 대신한다. 많은 분들이 내 애완견인 휘남이에 대해 묻는데 너무 바빠서 휘남이를 부모님 댁에 보냈을 정도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이 테이블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우리가 인터뷰하는 내용을 듣고 있었을 것이다.


 

Q 얼마 전 모델 김원중과 함께 2015 S/S 룩북을 촬영했다고 들었다. 이번 시즌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A 사실 이번 시즌에 김원중과 처음으로 함께 작업하게 됐다. 내가 이때까지 그의 가치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왜 사람들이 ‘킹원중, 킹원중’ 하는지 알게 됐다고나 할까? SNS나 인터넷 등을 보다가 내 브랜드와 분위기가 맞을 것 같은 사람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모델로 섭외하기도 한다. 그 사람의 직업이 모델이 아닐지라도. 예를 들어 나와 많은 작업을 하고 있는 엄건식의 경우도 내가 SNS에서 보고 연락했던 경우다.

2015 S/S 시즌의 주요 키워드는 꿀벌이다. 요즘 다큐멘터리를 보며 영감을 많이 얻고 있는데 이도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사회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다뤄왔지만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이다. 2억 년간 지구를 지켜온 꿀벌이 없어지면 생태계가 다 파괴된다고 한다. 최근 꿀벌이 사라지는 사건들이 있었는데 이는 인간 사회에 대한 경고라고 생각한다. 내 컬렉션을 통해 이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싶었다. 

 



모델 김원중과 함께 촬영한 KYE 2015 S/S 컬렉션 룩북. 

 


디자이너 계한희는 “누구에게나 배울 만한 요소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의 제자이다”라는 미국의 철학자 에머슨의 말을 늘 마음에 새기며 생활한다고 했다. 언뜻 보기엔 도도하고 새침해 보이는 그녀이지만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라도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의 러브콜에 미소로 응답해주고, 콜라보레이션을 원하는 브랜드에도 긍정적으로 답변해준다고 했다(실제로 그녀는 꽤 많은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어떤 작업이든 배울 만한 점은 있다고 생각하고,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먼저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하기도 하는 그녀의 태도는 그녀의 인생을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었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 매일매일을 놀이하듯 즐겁게 살고 있다는 디자이너 계한희. 그녀는 우리에게 남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칠지,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우리도 언젠가 좋아 보이는 인생을 살게 되지 않을까? 

 

장소협찬: 신사동 Lay Br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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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경은PHOTO : 김형원, K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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