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에디터 T. 저는 의류환경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여대생입니다. 우연히 의류학을 전공하게 되긴 했지만 저는 제 전공이 너무 좋고 재미있어요. 학부 공부를 끝내고 나면 유학을 갈 계획도 있습니다. 나중에 이 쪽 분야에서 인정받는 게 꿈입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는 뚜렷하게 모르겠어요. 잡지를 보면 패션 에디터가 되고 싶고, 컬렉션 사진을 보면 의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친구들은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뚜렷한 목표가 있던데 저는 패션과 관련된 일이면 뭐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도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더 크게 성공할 수 있겠죠? 제가 간접적으로라도 위의 직업들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C씨, 24세, 용인시 수지구, 대학생)

A. 전공 분야가 자신의 적성과 맞는 것은 일단 인생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생각해요. 전공과 자신의 성향이 맞지 않아 4년 내내 고민하고 방황하는 친구들도 많으니까요. 
 

저 역시 창의력 가득한 옷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들을 존경한답니다. 늘 다이내믹한 기획으로 기발한 화보를 만들어내는 패션 기자들의 상상력이 놀랍기도 하고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덕분에 패션 에디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죠. 저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잡지사 안에는 정말로 그렇게 커다란 옷 방이 있어?”라거나 “정말 편집장들은 에르메스 스카프를 하루씩 바꿔가면서 해?”라는 등의 질문 말이에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의 패션 산업 규모와 우리나라의 규모는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작업 환경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의 매거진 편집장들이 쓴 책을 읽으면 나중에 우리나라의 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실망할 가능성도 있어요. 하지만 패션 매거진과 브랜드, 디자이너들간의 관계와 이 바닥(!)의 생리를 알기 위해서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 국내에 출판된 책으로는 전설의 편집장인 리즈 틸버리스가 쓴 <나는 왜 패션을 사랑하는가>를 추천합니다. 영국 <보그>와 미국 <하퍼스 바자>의 편집장으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열정적이고 감각적인 인물로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어시스턴트로 출발해서 어떻게 편집장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리얼리티 있게 적혀 있으니 패션 에디터에 관한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과 미국의 에디터들이 거의 셀러브리티급 수준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 에디터들은 수줍음(!)이 많고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다 보니 업계에 대해 리얼하게 다룬 책은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픽션으로 나왔던 백영옥의 <스타일> 등이 전부이지요. 국내의 에디터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면 매달 패션 잡지를 꼼꼼히 열독하세요! 읽다 보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훤히 보일 테니까요.
 

옷을 분석하는 것보다는 옷을 만드는 게 더 재미있다면 디자이너가 더 적성에 맞겠죠.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은 워낙 많지만 우리나라 디자이너가 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할게요. 척박한 업계에서 살아남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쓴 책을 읽는다면 얼마만큼 열정적으로 살아야 성공할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요즘 가장 핫한 디자이너로는 계한희 씨가 있지요. 자신의 브랜드 카이를 책임지고 있는 그녀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 1의 첫 회에서 탈락하며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함께 출연했던 다른 디자이너들보다 훨씬 더 인정받고 있지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좋아 보여> 또한 의류학과 학생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힘겨웠던 유학 시절부터 어떻게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디자이너로 성공했는지 한 권의 책을 통해 알 수 있으니까요. 
 

부부 디자이너인 스티브 J와 요니 P의 <스티브&요니’s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책 또한 추천합니다. 사실 전 그들이 신인이던 시절부터 그들의 컬렉션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못하는 것보다는 중간은 가자’고 생각하는, 현실과 타협한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과감한 시도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하게 보여주었죠. 
 

저 역시도 위의 책들을 통해 삶의 열정을 다시 한번 얻게 되곤 하니 열정적인 패션 피플이 되고 싶다면 소개된 책은 물론이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통해 정보를 얻는 대학 생활 보내시길 바랍니다. 행운을 빌어요!

+ 어떤 질문도 좋습니다. 생활 속에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면 bykim@kayamedia.com으로 질문을 보내주세요. 에디터 T가 정성껏 답변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