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저는 결혼을 여섯 달 앞두고 있는 예비 신랑입니다. 예식장 예약과 상견례까지 모두 마쳤고요, 이제 나머지 결혼 준비를 하면 됩니다. 다행히도 여자 친구가 독립적인 편이라 혼수 준비나 그 밖의 크고 작은 일들은 혼자서 잘 알아보더라고요. 결정 능력도 있는 편이라 저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결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아주 커다란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집 때문이죠. 뭐, 비단 저뿐 아니라 결혼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대다수의 남성들이 갖고 있는 고민일 거라 생각합니다. 여자 친구는 강남역 근방에서, 저는 여의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거리가 좀 있다 보니 집은 아무래도 서울로 구해야 할 것 같아요. 분당이나 일산도 고려해보았지만 둘 중 한 명은 너무 고생하게 될 것 같고요. 그런데 지금 제 사정상 서울에 집을 구할 만큼 금전적인 여유가 허락되진 않아요. 부모님께 도움 받고 저축해둔 거 싹싹 모아도 한 1억 정도밖에 되지 않네요. 사실 ‘정도’라고 할 만한 금액은 아니지만, 요즘 서울 집값 어떤지 아시잖아요.

아무튼 제가 갖고 있는 돈으로는 신혼집을 구하기 어려울 것 같고 대출을 받거나 반전세를 구하거나 여자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것 같네요. 근데 여자 친구에게 입이 떨어지질 않아서요. 그 친구가 지금 혼자 원룸에 전세로 살고 있어서 그 돈이라도 좀 보태면 서울에 집 구할 엄두라도 날 것 같은데 전에 은근히 저에게 그랬었어요. “우리 집 전셋 값은 부모님이 빌려준 돈이지 내 돈이 아니다”라고요. 그러면서 혼수 장만은 이때까지 자기가 저축해놓은 돈으로 하고 부모님에겐 손 벌리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집은 당연히 제가 준비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이런 상황에 제가 여자 친구에게 집 구하는데 돈을 보태라고 말하면 여자 친구가 서운해할까요? 여자 친구네 집이 지금 전세금(1억 가까이 돼요)이 없으면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은 아니거든요. 그냥 대출을 받아야 하는 건지, 참 갑갑하네요. 원금에 이자까지 갚을 생각을 하면…. 저 어떻게 할까요? (H씨, 31세, 서울 영등포구, 회사원)

A.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인 최인철 교수가 운영하는 듀오휴먼라이프 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최근 2년간 결혼한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남성은 1억6000만원, 여성은 9400만원 정도의 결혼 비용이 들었다고 합니다. 신혼 부부가 결혼에 사용한 비용은 평균 2억5000만 원 정도가 든 것이지요. 비율로 따지면 신랑 측이 62.4% 정도의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드러납니다. 이 중에서 주택 마련에 든 비용은 평균 1억8000만원 선이었다고 해요. 2012년에 우리나라 20대의 평균 연봉이 2천400만 원 정도 된다고 하니 적어도 7년 이상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되는 금액이죠. 재수와 삼수는 기본이고, 군대 다녀오고 스펙 쌓느라 졸업을 미루는 요즘 같은 시대에 30대 초반의 남자가 1억 8천만 원을 모으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다 보니 결혼을 미루거나 부모님께 의지해야만 결혼이 가능한 거죠.

사실 많은 경우 집을 마련할 때 부모님께 도움을 받게 되지요. H씨 역시 부모님의 도움으로 1억을 마련한 것이고요. 물론 좀 더 여유 있는 상황이라면 행복하겠지만 현실적인 것들을 고려하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여자 친구에게 집 문제에 대해(사실은 돈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면 둘이 함께 살아야 할 집이잖아요. 여자 친구가 꼭 돈을 보태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서로의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최선의 집을 찾아봐야겠죠. 여자 친구도 지금 H씨의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모른 채 서울 변두리의 작은 집에서 살게 된다면 불평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어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공유해야 합니다. 다른 예산은 줄이고 집을 구하는데 돈을 합칠 수도 있고요.

대출이나 반전세 또한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합니다. 평균적인 금리가 5~7%라고 보면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까지 갚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반전세 또한 매달 월세를 내게 되니 저축은 엄두도 못 내겠죠. 한창 돈을 모아야 할 시기에 말이에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여자 친구와 돈을 합쳐서 작더라도 대출을 받지 않고 구할 수 있는 선의 집을 구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여자 친구가 집을 구하는데 도움을 주게 되면 H씨 역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는 것쯤은 알고 계시죠? 가사의 의무를 일방적으로 여자 친구가 짊어져야 한다거나 시댁에만 헌신할 것을 바라진 마세요. 여자 친구를 동등한 관계에서 대해야 합니다. 

결혼할 사람은 평생 함께해야 할 동반자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솔직하게 당신의 고민을 이야기하세요.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면 좀 더 현명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행운을 빕니다! 

+ 어떤 질문도 좋습니다. 생활 속에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면 bykim@kayamedia.com으로 질문을 보내주세요. 에디터 T가 정성껏 답변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