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는 1년 열두 달 먹을 수 있는 흔한 먹거리 다. 봄이 와야 돼지가 살이 찌는 것도 아니고 육질 이 특별히 부드러워질 리도 만무하다. 그런 돼지 가 봄철 입맛 돋우는 요리에 보란 듯이 낀 이유는, 고백하건대 사심이 가득했음을 미리 밝힌다. 요리 재료를 골랐으니 방법을 정해야 하는데 고기면 뭐 니 뭐니 해도 갈비 아니겠나. 수소문한 끝에 귓바 퀴에 걸린 곳은 ‘전남 담양’. 

인터넷에 들어가 담양이란 글자를 입력하 면 줄줄이 뜨는 첫 번째 검색어는 죽녹원, 다섯 번 째는 떡갈비, 일곱 번째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다. 하지만 떡갈비는 쇠고기다. 다시 담양에 돼지를 이어 붙여 검색해보니 수북갈비가 완성된다. 도대체 얼마나 갈비를 많이 주기에 이름에까지 수북이란 단어가 들어갈까? 하지만 아뿔싸! 제대로 헛다리 짚었다. 전남 담양군 수북면에서 먹을 수 있는 까닭에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수북이란 단어만 듣고 담양까지 달려갈 차로 풍부한 옵션에 넓은 공간 그리고 연비까지 훌륭한 투아렉을 골랐 는데 졸지에 색이 바랬다. 

사람이 덜 붐빌 때를 골라 화요일 오후 3시 정각에 담양 수북면에 들어섰다. 도로이정표를 보 고 찾아가는데 도로가에 돼지갈비라고 내건 집이 부지기수로, 이 정도면 정말 돼지촌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수북갈비를 먹기 위해 찾아간 곳은 수북회관이다. 도착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널따란 식당에 손님이라곤 우리뿐이다. 일하는 아주머니 들은 모두 두런두런 부엌에 앉아 파를 다듬는다. 그 틈에 끼어보려고 홀에 배뚜름히 놓인 보라색 슬리퍼를 신고 옆에 철퍼덕 앉아 이것저것 물어도 진한 전라도 사투리로 씨억씨억하게 대답해준다. “이 자리에서 28년째 돼지갈비를 팔고 있는데 처 음에는 여기에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저 삼인산으로 등산 갔다 내려온 사람들이 돼 지갈비를 좋아해서 팔던 게 오늘 까지 온 겁니다. 원래 담양은 신식당의 떡갈비가 유명해요. 사실 우리랑 형제간이에 요. 네 형제가 있는데 신식당이 첫째, 우리가 넷째 죠. 떡갈비에 쓰던 양념을 그대로 가져와서 돼지 갈비를 재요. 떡갈비가 부드럽고 차지다면 돼지갈 비는 뜯어 먹는 맛이 있죠. 숯불에 한 번 구워뒀다 가 주문이 오면 한 번 더 구워서 내요.” 

요즘은 쉽게 볼 수 없는 ‘회관’이라는 이름이 재미나 물어보니 개업 당시 작명소에 가서 이름 지을 형편이 안 돼 서둘러 짓다 보니 그렇게 되었 다는 주인. 몇 해 전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 사진기 자가 “전에는 이렇게 넓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라며 갸우뚱하자 몰려드는 손님을 감당할 수 없 어 확장했다는 대답이다. 안주인은 단골손님도 있 지만 대부분이 뜨내기손님이라며 어서 들어가 앉 으라고 넉살 좋게 웃는다. 

돼지갈비 먹는 방법이 별다를 게 있겠냐만 은 그래도 먼 길을 달려왔으니 물수건에 손을 싹싹 닦고 양손으로 입 속에 쌈을 쑤셔 넣을 궁 리에 침이 고인다. 초벌구이 해놓은 ‘꿀꿀갈비’를 두벌구이 하자 금세 냄새가 콧속을 가득 채운다. 수북갈비라는 이름은 지명 때문이랬는데 담아 내 온 양도 그 이름값을 했다. 하얀 접시에 수북이 쌓 인 갈비는 우리 모두가 가슴에 24대씩 가지고 있 는 그것과 똑같은 진짜배기였다. 어찌나 뼈대에 찰싹 붙었는지 웬만큼 앞니로 뜯고 어금니로 씹 지 않고는 목구멍으로 넘기기 힘들게 생겼다. 마 파람에 게눈 감추듯 접시를 비우고 다시 돌아갈 채비를 했다. 덩치 큰 투아렉인데 기름은 절반이 나 남았다. 왜 갈비 먹은 얘기는 하다 마냐고? 사 실 콧구멍과 눈구멍을 만족시키느라 진을 뺐더니 목구멍으로 고기를 넘기던 기억이 별로 없다. 그 저 침 가득 고인 입에 우겨넣고 우물우물하다가 삼킨 기억뿐이다. 그 쫄깃하고 달착지근하며 미 끄덩거려서 자꾸만 입에 머금고 싶은 식감의 상 상은 독자들에게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