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으러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선배가 한마디 툭 던졌다. “봄에는 도다리가 유명하대.” 그래, 도다리다. 그런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도다리가 뭐지?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까? 그럼 어디로 가야 하지? 차례차례 따져보니 퍼즐이 맞춰졌다. 영통 도다리쑥국이 세계 제일이란다. 영통. 감이 잘 안 온다. 그 옆에 거제도가 있다. 대학생 때 거제도 출신 동기에게 숱하게 거제도 자랑을 들었다. 공 기 좋고 물 맑은 건 기본이며, 사람들이 여유가 많 은 데다 (이유는 말하지 않고 무작정) 잘사는 동네 라고 했다. 같은 바다를 공유해서인지 거제도도 도다리쑥국이 유명하다. 당일치기 여정인지라 새 벽 5시에 거제도 성포를 목적지 삼아 남쪽으로 향 했다. 거제도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9시경. 평일 이어선지 포구가 한산했다. 성포도 여느 포구처럼 선착장을 따라 횟집이 늘어서 있다. 가게 하나하 나가 모두 맛집이라 방송 3사에서 촬영하지 않은 곳이 드물다. 얼마나 시달렸는지 전화로 취재 협 조를 구하는 곳마다 한목소리로 “우린 그런 거 안 해요”를 외친다. 미리 점찍어둔 횟집은 문을 열지 않았기에 옆집으로 발길을 옮겼는데, 그곳 역시 60년 전통의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문을 열 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아주머니 한 분이 식재 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허기진 속을 달래려 발을 들여놓자마자 도다리쑥국부터 주문했다. 이윽고 사발에 담겨 나온 토막 난 도다리와 푸릇한 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톰한 흰 살과 향긋한 쑥향, 감칠맛 나는 육수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맛에 탄성 이 절로 나왔다. 전날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속이 제대로 풀렸다. 

남해안의 봄 도다리쑥국이 유명한 이유는 도다리보다는 바닷가에서 자란 해쑥 덕이 크다. 어디서나 잘 자라 국내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쑥이 지만 해풍을 맞고 막 돋아난 봄쑥은 영양가가 높 고 향이 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우리가 먹는 도다리는 사실 도다리가 아니다. 현지에서는 참도다리라고도 부르는 문치가자미인데, 산란을 마친 봄부터 활동이 왕성해져 많이 잡힌다. 정작 문치가자미가 살이 오르는 제철은 여름부터 가을 이다. 봄에는 횟감으로의 가치가 덜하다. 해쑥철 에 맞춰 비린 맛이 덜한 도다리가 많이 잡혀서 봄 도다리쑥국이 탄생했단다.
 

한 번 주유로는 턱없이 먼 거리인 이곳에 혼다 파일럿을 데리고 왔다. 그저 거제도에 맞게 큰 차를 타고 가야 할 것 같았다. 또 다른 이유는 몸보신이 필요 한 차를 고르다 보니 혼다 파일럿이 눈 에 걸렸다. 파일럿은 북미 수출용으로 개발된 차라 일본에서는 팔지 않는다. 크기는 또 어찌나 큰지 너비가 1995밀 리미터나 된다. 그랜드카니발 너비가 1985밀리미터니 말 다했다. 주차선이 좁게 그려진 곳에는 편히 주차도 못 한다. 서울 시내를 비롯한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기에도 부침 이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휘발유 모델만 들 여왔다. SUV와 미니밴은 디젤이 필수라 생각하 는 우리나라 정서에 어긋난다. 무게는 2톤이 넘고 연비가 리터당 8.7킬로미터밖에 안 돼 부담스럽 다. 외부에서 라인업 구색 맞추기라는 힐난을 뒤집어쓰고, 혼다 내에 서는 크로스투어와 오 딧세이 사이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 하 지만 이 차가 대륙에서 인정받은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안락한 서스펜션 이 편안한 운전을 돕는다. 멀대 같은 차체 높이에 도 휘청거리거나 통통거리지 않고 방지턱이나 요철의 충격도 잘 흡수한다. 운전이 편하고 넓은 실 내 공간은 파일럿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400킬 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한 번 쉬고 도착했다면 이해가 되려나? 혼다는 2014년형 파일럿의 좌석 을 7인승에서 8인승으로 늘렸다. 그리고 전방 주 차 보조 시스템과 TPMS 등 각종 편의장치도 더 했다. 거제 바닷바람도 쐬고 도다리쑥국도 챙겨 먹었으니 올해엔 파일럿이 힘 좀 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