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새벽 2시, 일을 마치고 여느 때처럼 집에 가기 전 그랜드 호텔에 들러 충전기를 꽂았다. 그런데 충전기 화면과 계기반에 에러 메시지가 뜨면서 충전이 안 되는 게 아닌가. 컴퓨터의 에러 메시지는 무엇이, 왜 에러가 났는지 알려주지 않고 아리송한 코드 번호만 일러줄 뿐이었다. 체념과 함께 계기반을 들여다보니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약 20킬로미터. 근처 다른 충전소로 가기에는 충분해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엔 변속기가 P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변속이 되질 않으니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시동을 껐다 켜기를 반복했지만 상태는 변하지 않는다.

다행히 한국지엠이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지 않아 전화기 너머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상담사는 상황을 듣더니 차분하게 말했다. “시동을 완전히 끄고 문을 여닫은 다음, 2분 있다가 다시 시동을 걸어보세요.” 볼트 EV는 초기화되는 데 2분이 걸리는 것 같았다. 그의 조언대로 했더니 변속기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D와 R을 아무렇지 않게 오갔다. 역시 전자기기는 잘못됐을 때 전원을 껐다가 한참 뒤에 켜야 하나 보다.

며칠 뒤 사상 최악의 폭염이 대한민국을 괴롭히던 날, 서울에서 전주로 향했다. 평소 장거리 이동에 충전 걱정을 하지 않는 편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충전기가 넉넉하게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만은 달랐다.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 위 정안휴게소에서 충전할 요량으로 충전소를 찾아갔다. 그곳엔 이미 다른 볼트 EV가 주차돼 있었다. 다행히 충전기가 안 꽂혀 있어 차를 옆에 대고 내리는데 먼저 온 볼트 EV의 차주인이 다가오더니 말을 건넸다. “이거 고장 났어요.” 아뿔싸. 다시 차에 올라타 다음 휴게소인 탄천휴게소로 향했다. 그런데 이곳 충전기도 고장. 뜨거운 뙤약볕 아래 고속도로에서 연달아 충전소 두 곳이 먹통이 되니 나의 머리도 고장 날 지경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까운 논산시청 앞 공용주차장에 있는 충전소로 운전대를 꺾었다.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전기차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고장 신고하며 수리를 촉구했다. 그런데 부품 수급이 어려워 수리에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에 본 기사 하나가 기억났다. 정부에서 전기차 충전기 입찰을 할 때 가격 경쟁력을 따져 최저 입찰가를 내민 공급사를 선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선정 업체의 제품 내구성과 유지 보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내용이었다. 전기차 충전기도 에러가 생겼을 때 껐다가 2분 뒤에 켜면 다시 작동하도록 만들어주면 좋겠다.   
조두현(프리랜서 PD)

 

 

 

CHEVROLET BOLT EV

가격 4779만원 레이아웃 앞 모터,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영구자석 AC 모터, 204마력, 36.7kg·m 무게 1620kg 휠베이스 2600mm 길이×너비×높이 4165×1765×1610mm 연비(복합) 5.5km/kWh CO₂ 배출량 0g/km 구입 시기 2018년 5월 총 주행거리 1만1000km 평균연비 5.5km/kWh 월 주행거리 40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5만원(충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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