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2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뻔하게’ 만들지 않아서다. 이 차는 다른 M 모델처럼 체계적인 업그레이드 방식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추측해보면 M2를 기획한 개발자들은 기발한 고성능차를 만들고 싶어 했을 거다. 어쩌면 술자리에서 갑자기 이런 아이디어를 내놨을지도 모른다. “M3나 M4에 쓰는 고성능 부품을 M2에 그대로 이식하면 어때? 욱여넣는 과정은 힘들어도 운전하기에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라고 말이다.

실제로 M2의 앞뒤 서브 프레임과 서스펜션, 전자식 스티어링휠과 전자제어 차동제한장치는 M3와 M4의 것을 활용했다. M2의 좌우 바퀴 사이 간격은 M4에 비해 뒤쪽이 불과 2밀리미터 좁을 뿐이다(앞뒤 각각 1579, 1601밀리미터). 물론 같은 휠까지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M2의 차체가 상대적으로 좁은 만큼 휠이 밖으로 불쑥 튀어나올 테니까. 그래서 타이어 폭은 M4보다 앞뒤 모두 20밀리미터씩 좁게 세팅했다. 휠은 플러스 오프셋 세팅으로 바꿔 차체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차 길이가 200밀리미터, 휠베이스가 100밀리미터나 짧은 차에, M4용 서브 프레임을 그대로 넣다니. 발상부터가 흥미롭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M2에는 독특한 주행 감각이 존재한다. 코너링 속도의 한계가 예상보다 훨씬 높다. 차를 제대로 다룬다면, 웬만한 코너에서는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코너를 무지막지한 속도로 가로지를 때 뒷바퀴가 그립을 쉽게 잃지 않는다는 얘기다. 엔진 출력(370마력, 47.4kg·m)을 노면으로 모두 쏟아부으며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차를 제어하려 하지 않고 함께 호흡을 맞추면 가능하다. 자세제어장치? 그런 바보 같은 기술에 도움을 바라지 않는 게 좋다. 모든 전자제어장치(DSC)를 해제할 때, M2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M2의 자세제어장치는 깐깐하고 변덕스러운 회계사 같다. 마음대로 차를 제어할 수 없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DSC의 개입은 엔진 출력을 제한할 뿐 아니라 각 브레이크가 독립적으로 간섭해 코너링 주파 능력을 잃게 만든다. 

물론 자세제어장치가 없는 M2는 절대로 얌전하지 않다. 스로틀을 일부러 과하게 열 때 곧바로 엉덩이를 코너 밖으로 빼고 드리프트 자세에 들어간다. 그 순간은 찰나다. 하지만 경계는 확실하다. 모든 움직임을 운전자가 정확하게 느끼고, 의도하는 만큼 제어할 수 있다. 내 기준에 달리기를 목적으로 한다고 모두가 ‘스포츠카’라고 불릴 수 없다. 내가 만나본 많은 쿠페형 고성능 자동차는 ‘빠른 쿠페’라는 설명에 오히려 더 적합했다. M2는? 이 차는 완전한 스포츠카다.
김태영(<에스콰이어> 피처 디렉터)

BMW M2

가격 756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2+2인승, 2도어 쿠페 엔진 직렬 6기통 3.0ℓ DOHC 트윈터보, 370마력, 47.4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무게 1590kg 휠베이스 2693mm 길이×너비×높이 4468×1854×1410mm 연비(복합) 9.4km/ℓ CO₂ 배출량 184g/km 구입 시기 2018년 4월 총 주행거리 3112km 평균연비 7.1km/ℓ 월 주행거리 55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15만원(유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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