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시동을 걸었지만 고요했다. 차는 포르쉐고, 심지어 이곳은 서킷이다. 우렁찬 배기사운드가 울려 퍼져야 어울리는 그림이다. 이때, 무전기를 통해 인스트럭터의 설명이 전해진다. “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의 스타트는 전기로 구동하는 E-파워(E-Power) 모드입니다. 차분한 게 싫다면 스포츠 모드로 바꿔보세요.” 주행모드 다이얼을 스포츠에 놓자 그제야 포르쉐다운 배기음을 토해낸다. 하지만 오늘 행사는 포르쉐코리아가 친환경 자동차 시장 선두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다. 이름하여 ‘로드 투 E-퍼포먼스’. 포르쉐의 전동화 기술을 몸소 느끼기 위해 귀를 자극하는 배기사운드는 잠시 접어두고 주행모드를 다시 E-파워 모드로 전환했다.

 

포르쉐코리아가 강원도 인제스피디움까지 불러낸 이유는 분명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포르쉐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현재 하이브리드카의 대명사는 다른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지만, 사실 원조는 포르쉐가 맞다. 포르쉐는 1900년, 전기차 로너-포르쉐 젬퍼 비부스(Semper Vivus)를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했으며, 같은 해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최초의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또한 포르쉐의 하이브리드 기술력은 여러 레이스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2015~2017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경주차로 연달아 우승을 거머쥐었고, 올해엔 919 에보 경주차를 통해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형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330마력, 45.9kg·m의 힘을 내는 2.9리터 V6 바이터보 휘발유 엔진(파나메라 4S 엔진을 디튠)에 136마력짜리 전기모터가 더해진다. 모든 힘을 더한 시스템출력은 462마력, 시스템토크는 71.4kg·m에 달한다. 변속기는 8단 PDK. 순수 전기모드로 최대 33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으며, 시속 140킬로미터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출발은 여느 하이브리드카처럼 조용하고 부드럽다. 가속페달을 밟다 보면 중간에 턱하고 걸리는 느낌이 있는데, 이 저항 안에서는 오직 전기모터로만(주행모드가 E-파워일 때) 주행할 수 있다. 물론 더 세게 밟으면 엔진이 바로 개입된다. 하이브리드 모드로 변경하면 가속페달의 저항은 사라지고, 모터와 엔진의 공조가 이뤄진다. 세부적으로는 오토(Auto), E-홀드(E-Hold) 및 E-차지(E-Charge)를 선택할 수 있다. 오토는 주행상황에 맞게 알아서 모터와 엔진을 조율하고, 홀드는 배터리 잔량을 유지하면서 달린다. 그리고 차지는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엔진을 활용한다. 설명만 들어보면 연료효율 중심 세팅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달려보면 알 수 있다. 파나메라 하이브리드의 전기모터는 더 강력한 성능을 끌어내는데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그 성향은 스포츠 모드 그리고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변경할 때마다 더욱 짙어진다. 엔진이 발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는 부분은 전기모터가 즉각 메꾸면서 민첩한 반응으로 만들어낸다. 파나메라 하이브리드는 배터리가 더해지기 때문에 기본 모델보다 약 200킬로그램 더 무겁지만 가속페달에서 느껴지는 반응은 오히려 더 경쾌한 기분이다. 물론 제원상으로 따지면 파나메라 4S가 더 빠르긴 하다(0→시속 100km 가속시간: 4S 4.4초, 4 E-하이브리드 4.6초).

 

포르쉐의 움직임은 늘 물 찬 제비였다. 그리고 친환경차라고 해서 이 날카로운 성격이 변하지는 않는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고저차가 심하기로 유명한 인제스피디움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직선구간에선 든든한 하체와 긴 휠베이스가 뛰어난 직진 안정성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가격이 매력적이다. 보통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지면 가격이 오르는데 파나메라는 반대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의 가격은 1억5720만원. 같은 엔진을 얹은 4S 모델보다 약 2000만원 정도 싸다. 가속도와 최고속도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심지어 연비도 더 좋지 않은가. 앞으로 도로 위를 누비는 포르쉐를 잘 살펴봐야겠다. 옆에 ‘e-hybrid’ 딱지를 달고 맹수 같은 성격을 숨기고 있는 녀석이 많아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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