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14일 폭스바겐 그룹이 마련한 ‘셰이핑 더 퓨처(Shaping the Future)’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에 갔다. 그리고 돌아오는 날 베를린에 있는 한 회사를 방문했다. 모이아(MOIA)다. “지난해 1월부터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모이아는 폭스바겐 그룹 산하에서 미래를 위한 모빌리티나 교통 시스템, 도시환경 등을 연구하는 회사입니다. 저희의 주요 과제는 세계 도로에서 차를 비롯한 모빌리티를 줄이는 것입니다.” 모이아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미카엘 피셔 팀장이 나를 프레젠테이션 룸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벽에 걸린 저 숫자는 뭔가요?” 손가락만 한 모형 자동차가 빼곡히 박힌 액자 위에 100만이라는 숫자가 써 있는 게 의아해 내가 묻자 그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의 목표입니다. 도로에서 줄이려고 하는 자동차의 숫자죠.” 자동차회사에서 자동차를 없애려는 회사를 만들다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유럽 도로는 포화 상태입니다. 1920년과 2016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모습을 보면 도시가 얼마나 복잡해졌는지, 얼마나 자동차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도시가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뀌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도시 밖으로 내보내고 그 안을 사람이 차지하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도 그의 말에 공감하는 바다.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에 꽉 막힌 도로에 갇혀 있다 보면 앞에 있는 차를 모조리 밀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곤 하니까. 하지만 차를 어떻게 도시 밖으로 내보낸다는 거지? 그러면 그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편은 어떻게 해소하고? “그래서 저희가 생각한 게 ‘온디맨드 라이드 풀링 시스템(On-Demand Ride Pooling System)’입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를 불러 원하는 곳까지 타고 가는 것 말이죠. 버스와 지하철은 정해진 곳에서만 타고 내릴 수 있습니다. 택시는 여럿이 함께 이용하기가 어렵죠. 하지만 모이아의 라이드 풀링 시스템을 이용하면 여럿이 각자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럴듯한 이야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되는 걸까? “저희는 이를 위해 여섯 명이 탈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독일 하노버에서 시범운행 중입니다. 6개월 이상 테스트를 했는데 그동안 이용객이 20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빅테이터를 모았죠. 사람들이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서 많이 이용하는지를 알면 그곳에 더 많은 자동차를 투입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왜 하노버일까? “하노버는 교통량이 많지만 전기차 인프라가 잘 마련돼 있는 도시입니다. 저희의 프로젝트에 적극 관심을 보인 도시이기도 하고요. 하노버에서 시범운행을 마치고 내년엔 함부르크에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3년 안에 1000대 이상의 모이아가 함부르크 시내를 돌아다니는 걸 보는 게 저희의 1차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조금 이해가 된다. 폭스바겐 그룹이 모이아를 지원하는 이유 말이다. 도심에서 자동차를 줄이는 대신 그 자리를 모이아가 차지하고, 그 모이아는 폭스바겐이 만든다면 결국 줄어든 생산량만큼 채워지는 것 아닌가. “모이아를 꼭 폭스바겐이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정한 건 없습니다. 다른 회사의 차도 모이아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라질 것입니다. 도시환경은 물론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도 달라지겠죠. 그에 맞게 자동차도 달라져야 합니다. 모이아는 폭스바겐이 30년 뒤에도 미래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가 있다. 콜버스다. 하지만 콜버스는 심야에만 이용할 수 있고, 딱 원하는 곳에서 타고 내릴 수도 없다. 차도 전기차가 아닌 승용 밴이다. “모이아는 우버나 카셰어링과도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우버는 애플리케이션과 자동차로 자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모이아는 도시의 교통량을 줄이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카셰어링은 차를 공유하는 것이지만 모이아는 탑승을 공유하죠. 모이아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도시 전체에서 자동차로 인한 배출가스나 소음이 줄고, 나아가 교통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원하는 곳으로 차가 와서 나를 태우고,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준다면 출퇴근 지옥에서 운전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모두의 목적지가 같지 않다면 중간중간 멈춰야 하고, 내가 원치 않는 곳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 A에서 B까지 바로 가는 것보다 당연히 시간도 더 든다. “무조건 모이아만 타라는 건 아닙니다. 바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택시나 우버를 이용하면 됩니다. 모이아는 또 다른 대중교통 수단인 거죠.” 

그러고 보니 이 서비스, 어딘가 세드릭과 닮았다. 세드릭이 자율주행차라는 것만 빼면 아주 똑같다. 그렇다면 혹시 모이아는 세드릭의 테스트 버전은 아닐까? 모이아로 더 많은 빅테이터를 모아 세드릭에 적용하려는 폭스바겐의 큰 그림은 아닐까?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승차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차를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내 말에 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모이아를 통한 승차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되더라도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은 여전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모이아로 도시가 한산해진다면 운전하는 재미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운전이 또 다른 오락이나 레저가 될 수도 있겠다. 10년 후면 우리도 조금은 다른 서울에서 살 수 있으려나?   

 

 

 

 

모터트렌드, 자동차, 폭스바겐, 모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