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한 대를 사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콤팩트하고 단순한 것에 마음이 끌렸다. 나이 탓인지 모터사이클로 하는 장거리 여행은 부담스럽다. 그저 재미로 동네 마실 다닐 차가 필요하다. 커다란 가방을 양쪽에 단 듀얼 퍼포즈보다 카페레이서가 마음에 든다. 이상하게 스쿠터에는 눈이 가지 않았다. 

브랜드 이미지 때문일까, BMW는 한번 갖고 싶었다. BMW라면 수평대향 2기통 엔진과 드라이브 샤프트가 떠오르는데 R나인T는 두 가지를 모두 갖췄다. BMW의 클래식한 매력을 함축한 모델이다. 그런데 R나인T가 좀 작아 보인다. 내 덩치가 0.1톤에 달하는 탓이다. 곰이 세발자전거를 탄 모습처럼 보이지 않을까? 망설이는 동안 R나인T 패밀리에 새로 추가된 어반 G/S는 앞바퀴가 조금 커 분위기가 달랐다. 바이크가 기본 모델보다 좀 더 커 보인다. 모든 것은 조금의 차이다. 특히 모터사이클 디자인은 사소한 부분이 분위기를 많이 바꾼다.

역시 앞바퀴가 큰 R나인T 스크램블러도 모양이 그럴듯하다. 두 대의 차를 놓고 이 차가 좋을까 저 차가 좋을까 생각하면서 몇 달이 지났다. 주위의 모터사이클 타는 기자들에게 의견을 구한 결과 어반 G/S가 무난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말 나온 김에 딜러까지 소개받아 구입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마음의 준비가 된 덕분이다.

어반 G/S는 시트가 낮아 타고 내리기도 편하다. 내가 바라는 콤팩트하고 간단한 차에 딱 맞는다. 비포장도로 갈 일은 없겠지만, 껑충한 앞바퀴 펜더가 나름 터프하다. 타이어는 깍두기가 아닌 매끈한 패턴이라 포장도로에 짝 달라붙는다. 빨간색 시트는 조금 야한데, 그래서 눈에 너무 잘 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속으로 ‘너희가 1980년대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우승한 BMW 모터사이클 R80 G/S를 알아?’ 하고 혼자 되뇌일 뿐이다. 점차 눈에 익으니 화려한 빨간색은 ‘생계형’이 아니라 ‘레저용’ 모터사이클이라는 표식 같아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 

어반 GS는 그동안 내가 타던 바이크와 성격이 다르다. 다른 성격을 즐기려 산 것이다. 차가 옹골차고 힘이 넘친다. 1170cc, 110마력 엔진은 내가 가진 모터사이클 중 가장 센 출력이다. 바이크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어반 G/S만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한편으로 수평대향 2기통 엔진은 좌우 반동이 커 정차 시 스로틀을 살짝 당기면 차체가 뒤뚱거린다. 좌우로 툭 튀어나온 실린더 헤드는 쉽게 상처 날까 조심스럽다. BMW의 자랑스러운 엔진을 볼 때마다, 포르쉐 911이 엔진을 뒤에 얹고 그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것과 같아 보인다. 

1000킬로미터까지는 길들이기 기간이라 살살 달려야 하는데 신호대기에서 파란불만 켜지면 내 마음은 먼저 앞으로 튕겨 나갔다. ‘MAKE LIFE A RIDE’, ‘ALL FOR FREEDOM, FREEDOM FOR ALL’. BMW의 광고 문구가 내 마음 그대로다. 박규철

 

 

BMW RNINET URBAN G/S 

기본 가격 2090만원 엔진 공랭 4스트로크 수평대향 2기통, 110마력, 11.8kg·m 배기량 1170cc 변속기 6단 수동 무게 209kg 시트 높이 850mm 휠베이스 1527mm 시동 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탱크 용량 17ℓ 서스펜션(앞, 뒤) 텔레스코픽 도립, 캐스트 알루미늄 싱글 스윙 암 구입 시기 2018년 5월 총 주행거리 800km 평균연비 11.2km/ℓ 월 주행거리 8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10만원(유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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