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공간 재규어 I 페이스의 실내는 매우 스타일리시하며 편의장비도 잘 갖추고 있다. 디지털 계기반은 레이아웃을 바꿀 수 있고 레인지로버 벨라처럼 센터페시아 스크린을 통해 공조장치를 설정할 수 있다. 소음 유입이 적은 데다 시트도 편안해 장거리를 갈 때도 무척 쾌적하다.

 

최고속도 확인 독일 아우토반 무제한 속도 구역에서 I 페이스는 제원상 최고속도에 가까운 시속 199.5킬로미터를 손쉽게 찍었다. 하지만 회생제동 모드를 최고치로 높이면 도심 주행에 적합한 ‘원페달 주행’도 가능해진다. 

 

벨기에 자베케(Jabbeke)는 재규어 XK120의 고향이다. 1949년 5월 30일, 이 전설의 스포츠카는 자베케 근교 고속도로의 한 폐쇄 구간에서 시속 213.4킬로미터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로부터 약 70년이 지났다. 이 벨기에의 작은 도시는 재규어 I 페이스(XK120만큼 특별한, 재규어 최초의 네바퀴굴림 크로스오버 전기차)에게 시련을 안겨줬다. 우리는 이 지역에서 세 번째로 빠르다고 알려진 고속 충전기를 I 페이스에 연결했지만 충전 속도가 더디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주행가능거리가 20킬로미터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곳에 도착했기 때문에 밤을 새워서라도 충분히 충전을 해야 했다. 

우리가 왜 이곳에 왔느냐고? 1960년대 영국 <모터스포츠> 잡지에서 유럽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데니스 젠킨슨(Denis Jenkinson)은 재규어 E 타입을 몰고 유럽 대륙을 횡단하며 온갖 그랑프리에 참석했다. 그는 1955년 밀레 밀리아(Mille Miglia)에서 스털링 모스(Stirling Moss)가 우승했을 당시 코드라이버였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새로운 ‘E 재규어(EV 재규어)’를 몰고 새로운 타입의 e 그랑프리(포뮬러 E 챔피언십 제9 라운드)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에서 약 1127킬로미터 떨어진 베를린으로 향하는 중이다. 우리는 이미 5시간 전에 자베케에 도착했으며 도로 여행에 대한 낭만적 감상은 꽤 잦아든 참이었다. 

우린 5시간 동안 아주 많은 것을 배웠다. 유럽 내의 고속 충전소를 검색해주는 스마트폰 어플들은 대부분 사용이 불편할 뿐 아니라 정확하지도 않다. 게다가 충전료 지불 방법도 복잡하다. 충전기 공급사에 맞는 어플을 다운받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의 정보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며, 몇몇 충전기는 선불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가 찾은 벨기에 서북부 지역에서 I 페이스(아직 출시되지 않은 테스트 모델이다)와 호환되는 건 에파세스(Efacec)의 22kW 저속 충전기가 전부였다. 아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완료되지 않은 듯하다.

재규어의 기술자들은 우리에게 다른 고속 충전기를 찾아볼 것을 권했다. 충전소 검색 어플 중 하나가 겐트(Ghent)의 아우디 딜러에 있는 ABB 50kW 충전기를 찾아냈다. 전화로 확인한 결과 제대로 작동하며, 기꺼이 사용해도 된다는 답을 얻었다. 하지만 아우디 딜러 직원은 오후 6시 이후에는 충전기 전원이 차단된다고 말했다. 시계는 방금 오후 5시를 지났고, 아우디 딜러는 5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I 페이스의 현재 주행가능거리는 66킬로미터. 우리는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네트워크 오류 유럽 대륙에서 고속 충전기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주행가능거리가 한정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충전소 검색 어플이 알려주는 충전기 위치는 대부분 정확하지 않다. 

 

쉬운 충전 ABB 고속 충전기는  I 페이스의 플러그 타입을 스스로 인식하고 충전을 시작했다. 방전 상태였던 배터리를 1시간 35분 만에 100퍼센트에 가깝게 충전시켰다.

 

오후 5시 48분, 우린 주행가능거리가 15킬로미터가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우디 딜러에 도착했다. 서비스 매니저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I 페이스는 충전기를 연결하자마자 무서운 기세로 전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1시간 45분 후, 우린 계기반을 통해 배터리의 98퍼센트가 채워졌으며 372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재규어 미국 웹사이트에 표시된 최대 주행가능거리(386킬로미터)에 근접한 수치였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에게서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아올 잠재력을 지닌, 재규어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모델이 다시금 주행을 시작했다. 

스케이트보드와 유사한 I 페이스 플랫폼의 레이아웃은 평범한 편에 속한다. 플랫폼 양 끝에 위치한 전기모터는 각각 앞바퀴와 뒷바퀴를 굴리며, 가운데엔 432개의 리튬이온 셀로 이루어진 수랭식 90kWh 배터리팩이 붙어 있다. 배터리팩은 섀시의 기본적인 골조 역할도 한다. 재규어가 개발한 영구자석 동기식 모터는 변속기와 차축의 중심에 맞춰 정렬돼 있다. 최고출력은 394마력에 이르며 최대토크는 71kg·m이다. 

앞 서스펜션은 F 타입과 동일한 멀티링크다. 뒤 서스펜션은 F 페이스와 E 페이스에 사용했던 인티그럴 링크의 개선형이다. 에어서스펜션은 최저 지상고를 4센티미터까지 낮추며, 시속 105킬로미터 이상에서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1센티미터를 더 낮춘다. 물론 오프로드에선 최저 지상고를 5센티미터 가량 들어 올릴 수도 있다. 하단의 배터리팩은 완전히 밀봉돼 있어 최대 50센티미터 깊이의 물길을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다.  

우리는 북해의 광풍 속에 시속 113~ 121킬로미터를 오가며 네덜란드로 들어섰다. 고속도로 주행에 최적화돼 있는 세팅은 에코 모드였다. 공조장치를 포함한 모든 장치가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 회생제동 강도를 낮추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적당한 속도를 유지했다. 이날 주행은 밤늦은 시간 아인트호벤의 한 호텔에 도착하며 끝났다. 트립 컴퓨터를 통해 우린 I 페이스의 평균 에너지 소비량이 161킬로미터당 41.8kWh(연비로 따지면 1리터당 34킬로미터 정도에 해당한다)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 우리는 독일 국경을 넘어 ABB 50kW 충전기를 찾아냈다. 배터리를 96퍼센트까지 충전하자 주행가능거리가 356킬로미터까지 늘어났다. 다음 경유지인 하노버 폭스바겐 매장까지는 아우토반으로 약 234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우린 그곳에서 한 번 더 충전한 후 종착지인 베를린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렇듯 명확한 충전 계획을 확립하고 나니, 차의 성능을 본격적으로 시험해보고 싶은 여유가 생겼다. 

아무리 독일 아우토반이라도 대부분의 구간에는 제한속도가 있다. 따라서 우린 시속 121~129킬로미터를 유지했다. 바람은 그다지 강하게 불진 않았지만 고속주행 상태에선 에너지 소비량이 161킬로미터당 43kWh까지 올라갔다. 나는 무제한 속도 구간에서 I 페이스의 최대속도에 근접한 시속 200킬로미터까지 밀어붙여봤다. I 페이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속력을 높였지만 이 과정에서 거의 주행거리 10킬로미터만큼의 에너지를 사용했다(물론 가솔린 모델 역시 이런 상황에선 이만큼 많은 연료를 소모한다). 에너지를 너무 낭비했다는 죄책감에 속도를 다시 시속 121~129킬로미터로 낮췄다. 

대부분의 전기차처럼, I 페이스 역시 고속도로에서 느긋하게 달리기가 어렵다. 적당한 속도를 유지할 때 내연기관차보다 페달을 더 강하게 밟아야 하며 발을 떼면 회생제동 브레이크가 허겁지겁 에너지를 회수하기 시작해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하노버에 가까워진 우리는 이번 여정 중 처음으로 꽤 심각한 교통체증과 맞닥뜨렸다. 나는 I 페이스를 일반적인 자동변속기가 달린 자동차처럼 작동시키는 크립(Creep) 모드를 끄고, 회생제동 모드를 다시 최대치로 바꿨다. 이렇게 설정하면 ‘원페달 주행’이 가능해진다. 브레이크 페달은 오직 급제동이 필요할 때만 사용하면 된다. 도심 주행에서 편할 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도 높아진다. 정지와 가속을 반복하다 시속 80~96킬로미터로 유지해 하노버 인근까지 가니 에너지 소비율이 161킬로미터당 28.9kWh(연비 변환 시 1리터당 50킬로미터)까지 떨어졌다. 

마지막 경유지에서 우린 배터리를 100퍼센트까지 충전한 후, 위풍당당하게 구불구불한 도로에 들어섰다. I 페이스는 빠르고 우아하게 움직였으며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는 마치 크림처럼 부드럽게 속도를 더했다. 하지만 차체가 무거운 듯한 느낌도 들었다. 거대한 휠과 넓은 타이어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운전대 역시 예상보다 무거웠다. 대부분의 무게가 섀시 아래쪽에 모여 있어(무게 중심이 F 타입에 비해 13센티미터나 낮다) 다른 재규어와는 달리 아주 풍만한 움직임을 선사한다. 고속도로에선 회생제동 모드를 최소치로 바꿀 것을 권장한다. 내리막 주행을 원활하게 해줄뿐더러, 코너에 들어갈 때 더 분명하게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우리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아우토반 A2 구간에 진입했다. 계기반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325킬로미터가 넘었고 베를린까지 남은 거리는 258킬로미터 정도였다. 독일 아우토반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도로다. 하지만 A2 구간은 예외다. 꽤 긴 구간에서 보수공사가 진행 중인 데다 폴란드와 러시아로 향하는 대형 트럭들 때문에 교통체증이 심하다. 4시간 후 우리는 주행가능거리 32킬로미터를 남기고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게이트 근교에 위치한 호텔 주차장에 도착했다. 기진맥진할 정도로 지쳐 있었지만 편안하고 지지력이 뛰어난 시트 덕분에 몸이 쑤시지는 않았다.

우리는 총 1181킬로미터를 달렸다. 실로 귀중한 경험이었다. 우린 소요 에너지 계산과 그에 따른 경로를 설정하며 마치 아폴로 13호의 승무원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분명히 알게 된 것이 있다. 잘 빠진 재규어 I 페이스는 실로 뛰어난 ‘물건’이며, 테슬라를 위협하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무척 친환경적인 자동차인 데다 인테리어와 주행감이 굉장히 안락하다. I 페이스는 테슬라의 모델 X(P75D)와 모델 S(P75D) 사이를 완벽하게 메우는 조각처럼 보인다. 테슬라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남은 과제는 충전 인프라의 확대 구축인 듯하다.   
글_Angus MacKenzie

 

준비 완료 재규어가 밝힌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386킬로미터다. 하지만 100퍼센트 충전한 I 페이스에는 408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고 뜬다. 엔진을 단 차와 같이 주행가능거리는 운전자의 습관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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