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닷지 듀랑고 2 쉐보레 타호 3 닛산 알마다 4 토요타 세쿼이아 5 포드 익스페디션

 

 

공룡의 귀환 누가 고유가와 나날이 강화되는 환경기준, 엄청난 경기 불황을 견디고 이 다섯 대의 SUV가 살아남으리라고 생각했을까? 하지만 이들은 이렇게 건재하다.

 

미국인은 가족용 차에 많은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대형 SUV처럼 분골쇄신하는 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 모인 7~8인승 SUV는 주중에는 가족을 학교, 직장, 그리고 운동장으로 나른다. 주말에는 말이나 보트를 실은 트레일러를 끌고 외딴 산길을 달려 사람들이 좋아하는 하이킹이나 사냥을 즐길 수 있게 돕는다. 

우리의 이런 ‘해주세요’ 목록 때문에 제조사들은 이들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애쓴다. 보통 커다란 V8 엔진과 네바퀴굴림 시스템, 대형 픽업에서 가져온 플랫폼 등을 사용한다. 우리의 이번 빅 테스트 역시 이런 다양한 요구를 감안해 구성했다. 일반적인 기준(다들 알고 있는 주행성능, 승차감, 핸들링, 7명의 승객과 짐을 싣는 능력, 가격 등)에 덧붙여 혼다 파이어니어 ATV를 얹은 트레일러의 견인과 거친 오프로드 장애물 코스 완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테스트 후보 선정 기준은 아주 단순했다. 3열 좌석, 최소 3175킬로그램의 견인 능력, 네바퀴굴림 시스템, 6만5000달러 이하의 가격(해당 세그먼트의 평균 가격이다) 정도가 전부였다. 

이 세그먼트의 대표 주자는 쉐보레 타호와 길이를 늘린 서버번이다. 베스트셀러 타호(사실상 GMC 유콘과 같은 차)는 3년 전 세대교체를 거친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돼왔다. 시승차는 중급 트림이지만 오프로드 타이어와 서스펜션, 개선된 범퍼, 데칼, 검정 페인트, Z71 미드나이트 에디션 패키지 등 옵션이 화려했다. 참고로 네바퀴굴림 타호는 5.3리터 V8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로 움직인다. 

그늘 속 삶은 힘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드는 신형 익스페디션이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테스트 대상인 익스페디션 XLT FX4에는 다른 익스페디션과 마찬가지로 ‘올해의 트럭’을 수상한 F-150을 개발하며 얻은 교훈이 반영돼 있다. 날렵한 차체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고 구동계는 3.5리터 V6 트윈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상시 사륜(옵션) 또는 일반 네바퀴굴림 시스템(이번 테스트 대상은 후자다)으로 구성된다.

대형 SUV는 미국 브랜드의 전유물이 아니다. 토요타는 지난 2000년부터 세쿼이아를 투입하고 있다. 현행 세대는 2008년 데뷔 이후 바뀐 것이 거의 없다. 2018년 들어 약간의 개선이 더해졌을 뿐이다. 인상이 조금 변했지만 구동계는 5.7리터 V8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네바퀴굴림 시스템(옵션)의 조합을 고수하고 있다. 

닛산 역시 알마다로 활동하고 있다. 현행 모델은 2016년 선보인 2세대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인피니티 QX80에, 전 세계적으로 닛산 패트롤에 가려 눈에 띄지 않는다. 미국 사양 알마다는 QX80의 엔진(7단 자동변속기와 엮인 난폭한 5.6리터 V8)과 인테리어를 패트롤의 외관에 녹여낸 모델이다. 테스트에 나선 모델은 옵션인 네바퀴굴림 시스템까지 갖춘 호화로운 2018년형 플래티넘이다. 

이제 마지막 후보다. 우린 ‘빅 테스트’의 명성을 생각해 대형 크로스오버와 대형 SUV의 경계에 예술적으로 걸쳐 있는 SUV를 초대했다. 바로 닷지 듀랑고다. 테스트에 나온 듀랑고 4 R/T는 중형 크로스오버보다는 약간 크고 이번에 모인 대형 SUV보다는 약간 작다(휠베이스는 타호보다 길지만 전장은 짧다). 이번 테스트에서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이 아닌 유일한 모델 듀랑고는 5.7리터 V8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지프 그랜드 체로키에서 가져온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갖췄다.

 

 

승차감과 핸들링
우리는 정확한 분석을 위해 2주간 시내, 고속도로, 굽이진 길, 재포장 공사가 일상인 거친 도로 등을 달렸다. 딱히 특별한 코스는 아니었다. 여기 모인 SUV들이 캘리포니아 남부 해안 지역에서 한 달을 보내는 동안 겪을 상황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했다.

5대의 차이는 시작부터 분명했다. 쉐보레 타호는 기반으로 삼고 있는 실버라도의 플랫폼 때문에 어느 모로 트럭 같은 느낌을 준다. 테스트 대상 중 픽업 플랫폼을 사용하는 유일한 SUV는 아니지만(세쿼이아와 익스페디션은 각각 툰드라와 F-150의 사다리꼴 프레임을 사용한다) 뒤쪽 서스펜션이 픽업트럭용 라이브 액슬인 유일한 차다. 이는 뒷바퀴가 하나의 액슬로 묶여있기 때문에 한쪽 타이어에 가해지는 충격이 반대쪽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픽업트럭의 리프 스프링을 그대로 사용하진 않았다. 승차감을 위해 코일 스프링으로 교체했다. 

라이브 액슬은 핸들링과 승차감이 나쁘지만 강성이 뛰어나 픽업트럭에 어울린다. 하지만 타호에서는 비용 절감 수단으로 보인다. 타호는 딱딱하고 쉴 새 없이 흔들린다. 옵션인 오프로드 타이어는 스티어링 감각을 망친다. 쉐보레는 오프로드를 위해 넓은 트레드를 선택한 대가로 조향감각이 흐리멍덩해졌다. 

반면 닛산 알마다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뽐낸다. 대체로 나긋나긋하고 대부분의 충격을 꿀꺽 삼켜버린다. 연속되는 둔덕에서만 취미용 승마 정도로 널뛸 뿐이다. 하지만 부드러운 서스펜션 때문에 코너에서 크게 기울어지며 고정하지 않은 짐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코너에서 가장 행복한 SUV는 닷지 듀랑고다. 스포츠 지향적인 R/T 모델이라 스티어링휠이 직관적이며 반응도 좋다. 앞 타이어의 움직임은 솔직하고 언더스티어도 부드럽다. 승차감 역시 매우 훌륭하다. 타호에 비해 딱딱하지만 충격을 빠르게 처리한다. “이 중에서 가장 스포티해요.” 로드테스트 에디터 에릭 아야파나의 말이다. “하지만 비교 대상 중 가장 작고, 가볍고, 날렵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죠.”

포드는 닷지와 쉐보레의 중간 정도로 딱딱하다. 오프로드 패키지(타이어도 오프로드용이다)를 장착한 익스페디션은 타호보다 승차감과 핸들링이 낫다. “자세 제어가 인상적이에요.” 에디터 스콧 에번스의 말이다. “이렇게 큰 차임에도 롤이 놀랍도록 적어요. 코너 바깥쪽 바퀴도 항상 부드럽게 움직이죠.” 익스페디션의 핸들링은 매우 훌륭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바퀴 반응이 운전자에게 섬세하게 전달되진 않는다. 

그동안 대형 SUV들은 승차감과 핸들링 측면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다. 우린 토요타 세쿼이아를 타고 나서 이를 깨달았다. 토요타의 대형 SUV는 라이벌에 비해 이 부분이 한참 뒤떨어졌다. 별다른 변화 없이 10년을 보낸 까닭이다. 세쿼이아의 스티어링은 차선 유지를 위해 계속해서 보정해야 한다. 코너에서도 전혀 개선된 점이 없다. “세쿼이아를 몰면 토요타의 스티어링이 얼마나 나빴는지 떠올라요. 중심 감각이 너무 흐릿해서 이런 단점이 훨씬 더 두드러지죠.” 에디터 알렉스 니시모토의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승차감은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다. 하지만 수석 에디터 마크 렉틴은 “도로 위 아주 작은 둔덕에도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바람에 머리가 들썩였어요”라고 지적했다.

 

 

 

성능
그간 대형 SUV의 성능 평가는 매우 단순했다. 크고 더딘 V8 엔진에 4단 또는 5단 변속기를 조합하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젠 좀 달라졌을까? 가장 큰 변화는 익스페디션에서 찾을 수 있다. 포드는 에코부스트 트윈터보 V6 엔진을 개발해 구형 5.4리터 V8 엔진을 내쳤다. 그리고 에코부스트 V6의 최신 버전(375마력, 64.9kg·m)과 10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알루미늄 패널로 무게를 덜어낸 차체에 신형 파워트레인을 얹은 익스페디션은 비교 대상 중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킬로미터까지 가속을 6.2초 만에 마치고 400미터 지점을 14.8초 만에 시속 147.6킬로미터로 주파한다. 이 엔진이라면 V8 엔진이 절대로 그립지 않을 것이다. 에코부스트 V6는 반응이 좋고 크고 두툼한 토크 곡선을 그린다. 변속기 역시 훌륭하다. 충격이 거의 없고 기어 선택도 적절하다. 

미국 테네시주에서 생산된 5.6리터 V8 엔진(390마력, 53.0kg·m)과 7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얹는 닛산 알마다는 익스페디션을 아주 미세한 차이로 따돌렸다. 0→시속 97킬로미터 가속 시간과 400미터 도달 시간은 익스페디션과 같지만 400미터 도달 시점의 속도가 시속 151.3킬로미터로 시속 3.7킬로미터 빨랐다. 스로틀 반응이 너무 적극적이었지만 우린 이런 성향을 좋아했다. “엔진은 강력하고 그 사실을 운전자에게 명확하게 알리죠.” 에번스의 말이다. “변속기 역시 부드럽고 똑똑해요.”

닷지 듀랑고 역시 꽤 좋은 성능을 보인다. 5.7리터 V8 엔진은 최고출력 360마력과 최대토크 53.8kg·m를 내며 변속이 빠른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킬로미터까지 가속을 6.5초 만에 끝내며 14.9초 만에 400미터 지점을 시속 149.7킬로미터로 주파한다. “듀랑고의 엔진은 힘차고 멋진 소리를 내요.” 니시모토의 말이다. “세게 밟으면 정말로 우렁차요. 하지만 평범하게 달릴 때는 차분하죠.”

토요타 세쿼이아는 10년 묵은 차치곤 파워트레인이 매우 훌륭하다. V8 엔진은 최고출력 381마력, 최대토크 55.3kg·m를 내며 6단 자동변속기가 기어를 내려 물도록 스로틀을 깊게 밟으면 꽤 화끈한 가속을 선사한다. “엔진은 멋진 소리를 내고 가속도 꽤 강렬해요. 하지만 파워트레인의 진동이 스티어링휠을 통해 전달돼요.” 아야파나의 말이다. 렉틴은 이렇게 덧붙였다. “엔진 힘은 충분하죠. 하지만 변속이 느려요. 오래된 차 느낌을 주죠.” 세쿼이아의 성능은 신형 차들 못지않다. 0→시속 97킬로미터 가속 시간은 6.8초이며 400미터 주파 기록은 15.2초, 시속 147.4킬로미터다. 

쉐보레 타호는 성능 부분에서 최하위 성적을 기록했다. 미드나이트 에디션의 전지형 타이어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엔진(5.3리터 V8, 355마력, 52.9kg·m) 출력도 비교 대상 중 가장 낮다. 그리고 몸집이 두 번째로 작지만 출력당 무게비는 가장 나쁘다. 6단 자동변속기도 더디다. 0→시속 97킬로미터 가속 시간은 7.9초이며 400미터 주파 기록은 16.2초, 시속 141.5킬로미터다. 

대형 SUV 평가에선 견인 능력이 중요하다. 이런 차를 타면 1년에 한 번쯤은 무언가를 끌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두 대의 혼다 파이어니어를 실은 트레일러(2132킬로그램)를 빌려 테스트했다. 견인 능력은 익스페디션(4173킬로그램)이 가장 뛰어났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픽업트럭인 F-150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익스페디션은 고속도로에서 가장 빨랐고 추월할 때의 반응도 가장 좋았다. “언덕에서 밀어붙이는 힘이 엄청나요. 내리막에서는 엔진 브레이크를 훌륭하게 걸죠.” 아야파나의 말이다. 알마다는 견인 테스트에서 근소하게 2위를 기록했다(테스트 결과는 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프로드 코스 주파 능력은 운전자들이 눈길, 국립공원 오솔길, 흙길,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대처하는 능력 등과 연관돼 있다. 오프로드 패키지와 타이어로 무장한 익스페디션과 타호는 테스트 도중 자세제어 작동 경고등을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다. 듀랑고는 낮은 최저지상고와 앞 범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반면 닛산과 토요타는 실망스러웠다. 3대의 미국제 SUV가 코스를 헤쳐나가는 동안 2대의 일본제 SUV는 몇몇 코스에 걸렸다. 우리는 시내용 타이어가 주된 문제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듀랑고는 비슷한 조건의 타이어를 달고 코스를 훌륭하게 완주했다.

 

 

연비
대형 SUV 평가에서 연비는 종종 무시된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휘발유 가격이 다시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섰다는 점과 이 세그먼트의 연료탱크 평균 사이즈가 95.6리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비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EPA(미국 환경보호국) 연비를 보면 익스페디션의 시내, 고속도로, 복합 등 연비가 리터당 7.2, 9.4, 8.1킬로미터로 가장 좋다. 그 뒤는 타호와 듀랑고가 따르고 있고 알마다와 세쿼이아는 뒤로 처져 있다. 정부 발표에 만족할 수 없는 우리는 시험 장비를 연결해 5대의 실제 연비를 따져보기로 했다.

EPA 수치는 대체로 정확했다. 2위, 4위, 5위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드와 닷지의 자리가 바뀌었다. 듀랑고의 실제 연비는 리터당 6.8, 10.7, 8.1킬로미터로 가장 뛰어났고 터보 엔진의 익스페디션은 리터당 6.2, 9.5, 7.3킬로미터를 기록해 3위로 떨어졌다(시내, 고속도로, 복합). 

 

 

운전석과 실내 공간
여행용 크루저와 일상용 셔틀로 사용되는 대형 SUV의 특성을 감안하면 승객 편의는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 내 평균 편도 출근 시간은 25.4분이다. 우린 좌석을 가득 채우고 세심하게 실내 공간을 평가했다. 

각 제조사의 인테리어 철학은 다르다. 럭셔리한 경험을 원한다면 알마다 외에는 볼 필요가 없다. 호화롭게 빛나는 오렌지색 시트와 격자무늬 가죽 도어 트림을 단 알마다 플래티넘 모델의 첫인상은 훌륭하다. 좌석은 편안하고 1~2열 공간도 넉넉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알마다의 인테리어는 가장 럭셔리해요. 마치 이전 세대의 인피니티처럼 말이죠. 그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계기반의 작은 흑백 디스플레이와 버튼으로 도배한 복잡한 센터페시아, 철 지난 그래픽을 띄우는 작은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알아보겠죠.” 의아한 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전부가 아니다. 알마다의 3열에 앉는 사람은 천장에 머리를 문지르고 무릎을 가슴 쪽으로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3열 공간 크기와 편의성만 보면 타호는 알마다와 같은 수준이다(타호가 약간 넉넉하다). 하지만 나머지 실내 공간의 완성도는 상당히 뛰어나다. “타호의 가장 큰 장점은 인테리어죠.” 니시모토의 말이다. “현대적이고 소재도 좋아요. 실내 곳곳에 USB 단자도 있고 수납공간도 풍부해요.” 타호는 카플레이 친화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여행 중 모든 탑승자가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핫스팟도 장비하고 있다.

듀랑고는 비교 대상 중 몸집이 가장 작다. 하지만 내부도 그렇진 않다. 듀랑고의 3열과 적재 공간 평가는 중위권을 기록했다. 2열이 다소 작은 편이지만 우리가 바라는 모든 편의장치가 준비돼 있다. 3열에 들어서는 것도 쉬우며 급할 때는 성인도 탈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카플레이 친화적이며 비교 대상 중 기능이 가장 풍부하다. 물론 개선할 점도 있다. 옵션인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선택하면 앞좌석 센터콘솔에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달리며 원래 있던 수납공간이 사라진다. 3열에 USB 단자가 없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닷지는 2010년 데뷔한 듀랑고의 내부를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토요타는 이를 해내지 못했다. 세쿼이아에 올라타면 타임머신에 들어선 느낌이다. 벨벳 느낌을 낸 직물 시트는 2005년형 캠리와 똑같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하려면 실내를 가로질러 손을 뻗어야 한다. USB 단자도 1개밖에 없다. 니시모토는 기능은 떨어지지만 기본기는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특히 실내 공간이 매우 넉넉하다. “3열에 성인 남성을 태울 수 있어요.” 렉틴의 말이다. “문제는 USB 단자나 아이들(또는 성인 남성)이 몰두할 만한 게 전혀 없다는 점이죠. ‘찌찌뽕’이나 해야 하나요?” 

익스페디션은 이 부분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비교 대상 중 가장 최근에 세대교체를 거쳤기 때문이다. F-150에서 가져온 실내는 어마어마한 수납공간과 다수의 컵홀더를 자랑한다. 2~3열 시트 모두 등받이를 기울일 수 있고 3열 접근성도 굉장히 뛰어나다. 레버를 가볍게 건드리면 2열 시트가 앞으로 밀려나며 길이 열린다. 익스페디션은 ‘21세기 SUV’라고 할 만하다. 1~3열 모두에 USB 단자, 충전 단자, 수납공간 등이 충분하고 2열 승객도 센터콘솔 뒤의 조작부를 통해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애플 카플레이 동기화도 가능하다. 

 

 

모두를 위한 SUV 요란스럽고 당당한 닷지에서부터 모던하기 그지없는 익스페디션에 이르기까지. 개성이 확실한 이 SUV들은 제각각 다른 우리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켰다.

 

 

안전성
안전성 부분에선 충돌 테스트 결과와 능동적 안전장비 기술 수준 등 두 가지 측면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5대 중 3대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또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 타호는 NHTSA의 종합 테스트에서 별 5개 만점 중 4개를 받았다. 듀랑고는 NHTSA에서 별 4개를 받고 IIHS의 테스트 대부분에서 최고 등급인 ‘우수’(Good) 등급을 받았다. 

5대 모두 안전운전을 위해 고안된 능동적 안전장비를 갖추고 있다. 기본 트림(XLT)이라 사각지대 경보장치와 후방카메라가 전부인 익스페디션을 제외하면(전방충돌 경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어시스트 등은 더 높은 트림에 적용된다) 대부분의 시스템은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작동했다. 

하지만 알마다와 세쿼이아는 두 가지 작은 불만이 있었다. 안전성 기술이 가장 뛰어난 알마다는 지능형 거리 제어(Intelligent Distance Control) 시스템 때문에 교통량이 많아지면 속도가 느려지곤 했다. 교통 상황이 해소돼도 속도 회복이 끔찍할 정도로 느렸다. 우리는 시스템을 종료시키려 했지만 운전 중 닛산의 디지털 계기반을 뒤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세쿼이아도 마찬가지. 차로 유지 어시스트는 운전자에게 생각 없이 경고음만 울렸고 우리는 즉시 이를 종료시켰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시스템처럼 보였다. 

 

 

가치
가치는 까다로운 주제다. 누군가는 가격이 중요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기능이나 공간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세쿼이아(5만5535달러)와 듀랑고(5만6555달러)에 붙은 저렴한 가격표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다. 전자는 가격 대비 훌륭한 실내 공간을 제공하며(그 외에는 얻는 것이 거의 없다) 후자는 합리적이고 넉넉한 실내에 가죽 인테리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어시스트,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대응하는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등을 제공한다. 6만4220달러의 익스페디션은 균형 잡힌 실내를 뽐낸다. 공간 크기나 편의성 모두 훌륭하다. 닛산은 쓸모없는 3열 때문에, 타호는 비좁은 실내와 비싼 값 때문에 가치가 떨어진다.

 

 

유지비용
유지비용 평가 방법은 다양하다. 따라서 유지비용 항목 전체를 정리한 표(인텔리초이스)를 참조하길 바란다. 5년간 드는 비용을 보면 타호가 2만5393달러로 가장 저렴하고 익스페디션이 2만5636달러로 그 뒤를 따른다. 토요타와 닷지는 쉐보레와 포드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지만 닛산은 큰 차이로 떨어진다. 높은 보험료, 연비, 수리비 때문에 알마다 보유자는 같은 기간 동안 3만1848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2018 CHEVROLET TAHOE Z71 
커다란 몸집과 좁은 실내

쉐보레 타호는 실버라도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까닭에 트럭 같은 느낌을 준다. 

 

 

1 인테리어는 구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딱딱한 시트나 운전석 중앙과 맞지 않는 스티어링휠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2 타호는 큰 덩치로 유명하다. 하지만 실내는 답답하다. 특히 2열 무릎공간과 머리 위 공간이 가장 좁았다. 뒷좌석 편의장비 수준은 괜찮다. 접이식 스크린, HDMI 단자, USB 충전 단자, 전자동 공조장치 등이 있다. 바깥쪽 시트에는 열선 기능도 있다. 
3 3열에 들어서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앉는 것이 문제다. 타호의 3열은 비교 대상 중 가장 비좁은 편에 속한다. 10살이 넘은 사람이라면 무릎을 가슴에 댄 채로 앉게 될 것이다. 좌석을 세웠을 때의 적재공간도 가장 작다.

 

 

2018 DODGE DURANGO 4 R/T
제대로 된 실내 구성

닷지 듀랑고는 스포티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며 연비도 좋고 안전하다. 

 

 

 

1 운전석 완성도가 가장 뛰어나다. 실내 전체 분위기도 운전자에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이다.
2 2열 공간 크기는 비교 대상 중 중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닷지의 엔지니어들은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헤드레스트 내장 스크린, HDMI와 AV 단자 등 편의장비도 화려하다. 센터콘솔의 수납공간도 실용적이다.
3 3열 진입은 쉽지 않다. 하지만 공간 크기는 넉넉하다. 어른도 앉을 수 있다(조금 불편하긴 하다). 3열의 행복한 두 영혼을 위해 컵홀더가 마련돼 있지만 스마트폰을 충전할 방법은 없다.

 

 

2018 FORD EXPEDITION XLT FX4
F-150 혹시 너야?

익스페디션은 팔방미인이다. 무슨 일을 시켜도 쉽게 해치울 것이다. 

 

 

 

1 대시보드는 F-150와 판박이다(좋다는 이야기다). 좌석은 넉넉하고 수납공간도 충분하다. 하지만 로터리식 변속 레버는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2 2열 편의성은 가장 뛰어나다. 좌석이 넉넉한 데다 등받이를 눕힐 수도 있다. USB 단자와 충전 단자도 충분하다. 가운데 팔걸이가 없는 게 흠. 독립형 캡틴 시트는 옵션이다.
3 3열 역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무릎공간이 여유롭다. 등받이도 기울일 수 있다. 적재공간을 그리 많이 잡아먹지도 않는다. 또한 3열에도 USB 단자가 있다.

 

 

2018 NISSAN ARMADA PLATINUM
음? 인피니티?

닛산 알마다의 승차감은 대체로 탄력 있다. 과도한 충격이 반복되지 않는 한 가볍게 통과한다.

 

 

 

1 알마다는 두툼하고 부드러운 가죽으로 감싼 편안한 시트와 매력적인 우드트림이 장점이다. 하지만 편의성이 떨어지고 오래된 느낌을 준다.
2 2열은 시간을 보내기 아주 멋진 곳이다. 넉넉하고 포근한 시트는 열선 기능도 갖춘다. USB 단자, 충전 단자 등 충전에 대한 대비책도 완벽하다.
3 닛산이 왜 이랬는지 모르겠다. 3열이 타호보다 못하다. 다리와 무릎공간이 부족한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머리 위 공간이 이렇게 좁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트렁크 공간 크기도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2018 TOYOTA SEQUOIA TRD SPORT
이젠 박물관 소장품

모조 벨벳 직물 시트를 단 토요타 세쿼이아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 2018년형은 실내 공간이 개선됐다. 하지만 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라디오 선국과 같은 간단한 일도 어렵게 만든다. 
2 직물 시트는 세쿼이아가 얼마나 오래된 차인지를 증명한다. 디자인과 느낌이 2005년형 캠리와 비슷하다. 좌석은 충분히 편안하다. 하지만 USB 충전 단자와 같은 편의장비가 전혀 없다. 
오토 에어콘 정도가 우릴 위로할 뿐이다. 
3 넉넉한 3열은 자랑거리다. 편의장비는 부족하지만 타고 내릴 때 약간이나마 품위를 지킬 수 있다.

 

 

 

 

 

 

 

결론
성능, 승차감, 실내 구성, 연비, 가치 등이 가장 조화로운 SUV를 결정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반영하기로 했다. 3열 승자는 토요타 세쿼이아가 차지했다. 우리는 세쿼이아의 넉넉함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승차감과 인테리어 디자인, 소재에 이르기까지 세쿼이아의 모든 것은 낡게 느껴졌다. 비교 대상 중 가장 저렴하지만 돈을 더 내고 다른 차를 타는 게 훨씬 더 낫다. 

쉐보레와 닛산의 치열한 3위 경쟁 끝에 동메달은 타호에게 돌아갔다. 알마다는 파워트레인과 승차감, 견인 능력 등이 매력적이었지만 타호의 3열이 조금 더 실용적이었으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오프로드 성능(더 높은 연비와 낮은 유지비를 무시하더라도)도 타호가 더 뛰어났다. “골프처럼 좋은 샷을 날리는 문제가 아니에요.” 렉틴의 말이다. “나쁜 샷이 적어야죠. 타호의 단점은 알마다만큼 심각하지 않았어요.”

2위는 체급을 뛰어넘는 묵직한 펀치를 자랑한 듀랑고가 차지했다. 듀랑고는 비교 대상 중 몸집이 가장 작았지만 우승자와 비교해도 손색없었다. 스포티하되 고급스러운 느낌을 뽐냈으며 연비도 뛰어나고 안전했다. 약간 좁은 실내 공간과 높은 유지비 때문에 1위를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

포드 익스페디션은 진정한 팔방미인이다. 무슨 일을 시켜도 쉽게 해낼 것이다. 시내와 고속도로 주행 감각, 오프로드 성능, 견인 능력 등 잘 잡힌 균형을 자랑한다. 뉴욕의 소형 아파트보다 넓은 실내 공간에 현대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비교 대상 중 가장 연비가 좋아 장기 유지비도 싼 편이다. 포드 익스페디션은 출근과 여가 생활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혁신적인 존재이자 이번 빅 테스트에서 만장일치로 선정된 진정한 우승자다. 
글_Christian Seabaugh

 

 

 

WINNER Ford Expedition XLT FX4 
익스페디션은 팔방미인이다. 넉넉하고 영리하고, 편안하고 빠르고, 연비가 좋으며 포장도로, 오프로드, 견인 등 못하는 일이 없다. 해당 클래스 최고의 차다. 

 

2ND Dodge Durango 4 R/T
데뷔 몇 년이 흘렀지만 닷지는 듀랑고의 신선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실내 공간 일부에서 부족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훌륭한 주행 감각과 멋진 소재, 저렴한 가격 등이 매력적이다. 

3RD Chevrolet Tahoe Z71
베스트셀러 타호는 조금이나마 더 나은 3열과 연비, 그리고 오프로드 성능과 현대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덕분에 겨우 3위를 차지했다.

4TH Nissan Armada Platinum
편안한 승차감과 뛰어난 파워트레인에도 불구하고 무용지물에 가까운 3열과 복잡한 전자장비, 높은 유지비 때문에 4위로 밀려났다.

5TH Toyota Sequoia TRD Sport
데뷔 10년이 지났고 실제로도 10년 묵은 느낌이다. 세쿼이아는 크고 저렴하다. 원하는 게 그거라면 선택해도 좋다. 그 이상은 기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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