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리터 디젤 엔진을 얹은 SUV. 장르만 놓고 본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7인승’이라는 조건이 붙으면 선택의 여지는 크게 줄어든다. 특히 수입차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 틈새를 푸조가 5008 SUV로 파고들었다. 1.6리터 엔진 모델과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나온 2.0리터 엔진 모델에는 GT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렬한 인상에 개성이 뚜렷한 겉모습은 무척 현대적이고, 길이가 짧은 5인승 3008과 뒤쪽 옆모습만 다를 뿐 거의 같다. 호불호가 갈리기는 해도 좋게 평가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한동안 혼란스러웠던 푸조 디자인 흐름은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실내 디자인은 3008과 거의 비슷한데 비싸지 않은 소재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잘 살렸고, 대담한 선이 화려하게 실내를 휘감는 모습은 겉모습 이상으로 개성이 넘친다. 실내 공간 구성은 단순히 3008의 길이를 늘리고 3열 좌석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푸조는 5008을 SUV라고 강조하지만 1열 좌석 뒤쪽은 유럽형 미니밴의 속성이 진하게 드러난다. 2열에는 각자 앞뒤 거리를 따로 조절할 수 있도록 크기가 거의 같은 시트 세 개를 나란히 놓았다. 발 놓는 부분이나 앉는 부분도 높아서 머리 위는 조금 답답하다. 세 개의 좌석 중 어느 것에 앉아도 편안한 느낌이 적다. 대신 1열과 2열 좌석 사이 바닥의 수납공간이나 1열 좌석 등받이의 간이 테이블은 제법 유용하고 깔끔하다. 3열 좌석은 크기가 2열 좌석과 별 차이가 없지만 간이 좌석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2열 좌석을 한껏 앞으로 밀어도 바닥이 높은 탓에 쪼그린 자세로밖에는 앉을 수 없다. 간단히 접고 펼 수 있는 설계나 접어놓았을 때 평평한 트렁크 바닥 역할을 충실히 하는 점은 좋다. 

꾸밈새와 장비도 1.6 고급형에 해당하는 GT 라인과 거의 같다. 저속 주행 중 정지 기능이 포함된 전방 추돌 경고 장치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 방지 기능과 사각지대 경고 기능 등 다양한 ADAS 기능이 있다. 360도 카메라와 평행 및 직각 주차 기능은 2.0 GT에만 들어가는 장비다. 동급 차에서 보기 드문 운전석 마사지 기능도 마찬가지다. 기본 구성은 1.6 GT 라인과 큰 차이가 없는 만큼 달리는 느낌이 1.6리터 엔진 모델과 얼마나 다른지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린다. 가속감은 조금 묵직하다. 그러나 시원함이 덜할 뿐이지 가속은 그리 답답하지 않다. 물론 전제는 일곱 개의 좌석 모두를 사람이 앉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GT라는 이름과 달리 넘치는 힘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1.6 엔진 모델보다 가속페달을 밟는 오른발의 부담이 덜할 뿐이다. 6단 자동변속기는 제법 영리해서 스티어링휠 뒤의 변속 패들로 수동처럼 변속할 필요가 거의 없다. 스포트 모드도 마찬가지다.

18인치 휠과 어드밴스드 그립 컨트롤을 갖춘 트림도 있지만 시승차는 19인치 휠과 235/50 규격 타이어를 끼운 모델이다. 타이어 편평비가 낮은 탓에 작은 요철을 지날 때 충격이 조금 덜 걸러지지만 전반적인 승차감은 탄탄하면서도 안정적이다. 커브에서는 타이어의 끈끈한 접지력이 제 역할을 한다. 차체 높이에 비하면 코너링 때 차체가 기우는 느낌도 적고, 앞바퀴굴림 방식인데도 커브에서 요철을 만났을 때 차체 뒤쪽 움직임이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좀 더 엔진 성능을 높여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면에서 5008 GT는 SUV이면서도 유럽차, 특히 프랑스차 특유의 생기 있는 핸들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3008과 비교하면 움직임이 조금 무디긴 하다. 문제는 값이다. 요모조모 따져야 드러나는 이 차의 매력에 높은 점수를 줄 사람들도 있겠지만 숫자와 크기 등을 단순 비교해 장단점을 가리는 사람들이 국산 동급 모델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값 차이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 5008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인 디자인과 꾸밈새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면 말이다. 
글_류청희(자동차 평론가)  

PEUGEOT 5008 SUV GT
기본 가격 53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7인승, 5도어 SUV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디젤, 180마력, 40.8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725kg 휠베이스 2840mm 길이×너비×높이 4640×1845×1650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12.1, 14.2, 12.9km/ℓ CO₂ 배출량 147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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