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의 기세가 무섭다. 중형 이하의 시장을 휩쓸고 있다. 엑센트, 프라이드는 물론 기반이 탄탄했던 아반떼의 파이마저 잘라먹고 있다. 소형 SUV의 인기가 이렇게까지 치솟은 이유는 무엇일까? 주위에 소형 SUV를 타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실용성이 뛰어나서, 옹색하지 않아서 샀단다.  

그런데 소형 SUV는 정말 실용적일까? 이런 의문이 들어 작년 소형 SUV와 준중형 해치백을 비교한 적이 있다. 차급은 달랐지만 가격은 비슷했고(보통 SUV는 동급 승용차보다 반 체급 또는 한 체급 정도 비싸다) 결과는 소형 SUV의 완패였다. 소형 SUV는 최저지상고가 높은 것 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었다. 짐 공간만큼은 넉넉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운전감각은 말할 것도 없고. 비슷한 차체로 만들었는데 바닥만 껑충 띄웠으니 운동성이 좋을 리 없다. 

사실 소형 SUV를 타는 사람들에게 소형 SUV가 정말 실용적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거다. 그들은 사실 실용성이라는 ‘명분’을 샀기 때문이다. 실내가 넉넉할 것 같고, 짐 공간이 여유로울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이런 건 정량화가 어렵다. ‘듬직해 보이는’ 외모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소형 SUV는 시장에서 가성비가 좋은 차로 통한다. 소형 SUV의 인기가 흥미로운 게 바로 이 때문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한 것 같은 만족감’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가성비, 즉 가격 대비 가치를 따질 때는 투자금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모두 정량화한 후 치밀하게 비교해보는 게 기본이다. 이런 식으로 따져보면 소형 SUV는 사실 가성비가 떨어지는 차다. 물론 쾌적한 시야나 스타일 때문에 샀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모든 소형 SUV가 이런 무형의 가치만을 내세우는 건 아니다. 소형 SUV 시장은 이제 레드오션이고 도태되는 모델도 생기기 시작했다. 기존 모델의 방식을 따라 해서는 망한다. 그래서 스토닉은 전략을 바꿨다. 타깃을 사회 초년생에 맞추고 구성을 단출하게 한 1.4리터 가솔린 모델(1655만원부터 시작한다)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스토닉 가솔린의 영상 광고를 보면 알 수 있다. 기아가 얼마나 칼을 갈고 나왔는지. 참 영리한 전략이다. 어차피 소형 SUV가 주는 만족감이라는 게 가격을 낮춘다고 한들 훼손되는 것도 아니고 극대화도 어렵기 때문이다. 

스토닉 1.4 가솔린은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참 괜찮은 차다. 든든한 느낌의 외모와 쾌적한 시야, 적당한 실용성 등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형 SUV의 핵심 가치를 모두 누릴 수 있다. 성능 역시 필요충분조건을 웃돈다. 운전재미를 논할 수준은 아니지만 도로의 흐름을 따라가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승차감이 조금 거칠다고 한들, 가속이 조금 더디다고 한들 뭐 어떤가. 애초 소형 SUV를 산 목적이 그게 아닌데.   
글_류민 

 

 

SPECS KIA STONIC 1.4 MPI
기본 가격 1655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4기통 1.4ℓ DOHC, 100마력, 13.5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150kg 휠베이스 2580mm 길이×너비×높이 4140×1760×1520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11.7, 14.6, 12.8km/ℓ CO₂ 배출량 130g/km

 

 

● 나윤석 부담 없이 타자. 앞 범퍼 긁힐 걱정도 없으니.
● 류청희 덩치가 좀 더 클 뿐 꾸밈새는 모닝과 별 차이가 없다.
● 서인수 승차감이 나쁘다. 특히 고속에선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울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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