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모델이 출시되면 원래 모델은 사라지는 게 수순이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명맥을 이어가는 모델이 있다. 르노삼성 SM5도 그중 하나다. SM6가 출시되면서 당연히 사라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라인업에 남아 있다. SM5는 어떻게 살아남게 됐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찾는 사람이 있어서다. 르노삼성은 SM5를 정리하는 대신 클래식이란 이름을 붙여 팔기로 했다. 엔진은 2.0리터 가솔린 하나만 남겼다. 이름은 SM5 클래식이며 기본 가격은 2195만원이다. 웬만한 국산 중형세단의 기본 가격이 2500만원 언저리부터라는 걸 생각하면(참고로 직물시트를 얹은 SM6의 기본 가격이 2450만원이다) 솔깃한 값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SM5는 지금 탄생 20주년 기념으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전 좌석 가죽시트와 앞좌석 통풍·메모리 시트를 넣은 럭셔리 패키지와 17인치 휠, 하이패스 시스템, 전자식 룸미러, 좌우 독립 오토에어컨을 담은 컨비니언스 패키지를 무료로 넣어준다. 

물론 실내에서 오래된 느낌이 폴폴 나는 건 사실이다. 플라스틱 패널을 휘감은 실내는 한없이 저렴해 보인다. 손으로 들어 올리는 주차 브레이크 레버도 요즘 중형세단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유물이다. SM5의 매력 포인트가 고급스럽고 세련된 인테리어였는데 SM5 클래식에선 그 매력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중형세단의 넉넉한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은 크다. 요즘 2000만원 초반으로 살 수 있는 중형세단은 없다. 게다가 오너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이 아니라 겉만 본다. SM5 클래식은 누가 봐도 완벽한 중형세단이다. 15만원짜리 LED 라이팅 패키지를 추가하면 요즘 중형세단처럼 보인다.

긴급제동 시스템이나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같은 안전장비가 빠져 있다는 건 아쉽다. 옵션으로 고를 수도 없다. 하지만 차값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저렴한 값 때문에 SM5 클래식을 사려는 사람들 가운데 100만원이 넘는 안전장비 패키지를 넣으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난해 국내에서 SM5는 7247대가 팔렸다. 아직 현역인 SM7이 같은 기간 5932대 팔렸다는 걸 생각하면 르노삼성의 효자모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건 풍성한 옵션과 고급스러운 실내 대신 합리적인 값의 중형세단을 원하는 사람들이 꽤 존재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전히 언덕에서 힘을 못 쓰는 141마력짜리 엔진과 리터당 11.3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 공인 복합연비(실제 연비는 이보다 낮다)만 눈감을 수 있다면 SM5 클래식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글_서인수

 

 

SPECS RENAULTSAMSUNG SM5 CLASSIC
기본 가격 2195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4기통 2.0ℓ DOHC, 141마력, 19.8kg·m 변속기 CVT 공차중량 1415kg 휠베이스 2760mm 길이×너비×높이 4885×1860×1485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10.4, 12.6, 11.3km/ℓ CO₂ 배출량 149g/km

 

 

● 나윤석 유행에 둔감한 사람만 관심을 가질 것.
● 류청희 원가절감의 흔적이 역력하다. 처절할 정도다.
● 류민 중형세단이 절실한 사람만. 난 그런 적이 없어서 매력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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