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의 햇살을 흡수한 낮고 길게 뻗은 차체가 따뜻한 온기를 뿜어냈다. 강렬한 선홍빛의 캔디애플 레드 라인은 차콜 블랙 보디에 일종의 아우라를 부여하고 있었다. 모하비 사막은 그날따라 유난히 쌀쌀했고 우리는 추위를 피해 햇빛을 반사하는 차체 주위에 모였다. 

우리가 윌로 스프링스 레이스 트랙에서 포드 GT의 차체를 감상하며 테스트 주행을 기다리는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7주 전, 우리는 이 자리에서 검은색 GT의 테스트 주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테스트 드라이버 랜디 포브스트(Randy Pobst)가 GT의 댐퍼와 브레이크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그리고 낡은 연료펌프도 문제를 일으켰다. 문제없이 작동하는 나머지 연료펌프 덕분에 사진 촬영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만 이건 우리가 기대한 상황이 아니었다. 

모든 슈퍼카는 나름의 특별함을 갖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포드 GT는 눈에 띈다. 이유는 다양하다. 물방울 모양의 승객실과 돌출된 펜더, 펜더와 보디를 잇는 플라잉 버트레스 구조 등 그 어떤 슈퍼카보다 개성적인 모습이다. 신비로운 안티래그 시스템(터보 지체 현상을 줄여준다)과 흡기 시스템을 갖춘 V6 트윈터보 엔진도 빼놓을 수 없다. 

코일 스프링과 토션 바를 조합한 서스펜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최저 지상고를 5센티미터나 낮춘다. 안쪽에는 FIA(국제자동차연맹) 인증을 받은 롤케이지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페달과 스티어링휠은 오로지 운전자 편의에 맞게 세팅됐다. 스티어링휠 감각은 어떤 상황에서도 레이싱카와 비슷하다. 실제 레이싱카(르망 24시 처녀 출전에서 우승을 거머쥔 그 모델)를 위해 디자인됐기 때문일 것이다. 개발부터 출시까지 이례적으로 많은 시간을 소요한 까닭에 기대치가 높아졌고, 양산 버전은 공차중량 1521킬로그램(포드가 밝혔던 건조중량보다 약 136킬로그램 무겁다)으로 출시됐다. 열성 팬들은 GT가 그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콘셉트카가 최초로 공개된 지 3년, 르망 24시 레이스를 치른 지 1년 반이 흐른 지금 드디어 그 실력을 입증할 시간이 됐다.

딱 적당하다 덩치 큰 운전자들은 조심해야겠다. 콕핏은 좁고 지붕은 낮으며 스티어링휠은 키 큰 운전자가 게이지 윗부분을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만 조절된다.

계측 테스트
GT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첫 번째 테스트. 테스트 책임자 크리스 월튼은 사용이 간편한 론치 컨트롤과 휠 슬립 컨트롤을 언급하며 GT의 0→시속 97킬로미터 가속시간이 3초라고 밝혔다. 더욱 흥미로운 건 시속 80킬로미터, 그러니까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2단을 넣으며 두 번째 휠 스핀을 일으키는 시점에서 최대 부스트를 끌어낸다는 점이다. 참고로 GT는 계기판 바늘이 시속 97킬로미터를 찍은 지 8초 만에 400미터 지점을 시속 210킬로미터로 주파한다. 

400미터 드래그 테스트 결과는 지금까지 우리가 진행한 슈퍼카 테스트 랭킹에 변화를 가져왔다. GT는 GT-Rs와 911 GT3 RS의 기록을 밀어내며 650S와 675LT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그 외 기록은 0→시속 97킬로미터 가속시간 순위와 동일하다. 하지만 GT는 닷지 챌린저 SRT 데몬처럼 가속만 빠른 차가 아니다. 이 포드는 코너에서 빛을 발한다. ‘8자 주행 마스터’ 킴 레이놀즈는 놀랄 만큼 쉽고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이야.” 한계 상황에서 그가 말했다. “이런 특성을 유지하다가 코너 출구에서 적절히 가속페달을 밟아주면 돼. 다만 페달을 한발 앞서 밟지 않으면 자칫 스핀을 일으킬 수도 있어. 실제 측정 수치보다 훨씬 빠른 느낌이야.”

GT는 8자 테스트를 평균 0.97G의 중력가속도를 기록하며 22.7초 만에 마쳤다. 스키드 패드에서의 평균 중력가속도는 1.11G다. 이는 콜벳 Z06, 바이퍼 ACR, 488 GTB, 우라칸 퍼포만테, 675LT, 720S, 918 스파이더에 이어 상위 8위 안에 드는 기록이다. 특히 스키드패드에서의 중력가속도는 콜벳 Z06, 우라칸 퍼포만테, AMG GT R, 918 스파이더를 제외하면 가장 뛰어나다. 카마로 ZL1 1LE, 911 GT3와 같은 수치다.

“브레이크 페달은 아주 단단하고 얕은 느낌이야. 페달 안쪽 끝부분의 감각은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여.” 월튼의 말이다. GT는 시속 97킬로미터에서 29미터 만에 완전히 정지한다. 이는 슈퍼카 사이에서 중위권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윌로 스프링스 트랙에서 랩타임을 잴 차례. 하지만 GT가 멈춰 섰다. 고장난 차는 미시간으로 보내졌으며 포드에 따르면 쇼크 업소버, 배선 일부, 브레이크 부스터 등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열정적인 기자들에게 8000킬로미터 이상 괴롭힘을 당한 프로토타입에 결국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테스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 꼬임에 넘어간 포드는 랩타임 측정을 위한 대체 차를 윌로 스프링스로 보냈다. 우리는 앞선 테스트에서 얻은 수치에 나름 자신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엔 랩타임만 측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트랙 테스트
단언컨대 윌로는 매우 까다로운 트랙이다. 노면은 몹시 거칠며 가장자리도 들쭉날쭉하다. 코너 정점 표시도 없을뿐더러 출구 쪽에는 자갈로 된 안전지대도 없다. 그저 사막의 거친 잔해들과 흙먼지, 콘크리트 벽만이 존재할 뿐이다. 트랙 상황은 달릴수록 악화된다. 이 고난의 행군은 시속 225킬로미터로 기울기가 없는 8번 코너에 들어설 때 절정에 이른다. 짧은 제동 구간을 지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타이트한 9번 코너가 나타나며, 이후 직선 구간이 펼쳐진다. 직선 구간 최고속도 시속 257킬로미터는 양산차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록이다. 하지만 이를 기록하기 위해 9번 코너에서 가속페달에 너무 힘을 주면 차가 출구 쪽으로 아주 빠르게 날아갈 수도 있다(이 트랙의 백미이기도 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서부의 가장 빠른 트랙’에서 GT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스티어링휠은 랜디에게 맡겨졌고 GT는 1분 23초69를 기록했다. “움직임은 FR 모델들과 비슷한 느낌이야. 닛산 GT-R이나 AMG GT처럼 말야.” 랜디의 말이다. “실제보다 관성이 더 강하게 느껴져. 이건 분명한 장점이지. 나는 아주 마음에 들어. 차가 더 안정적이라는 뜻이거든. 미드십 모델 특유의 불안한 감각이 없어. 우리가 지금껏 테스트한 그 어떤 차보다 강력한 다운포스가 느껴져.” 물론 까다로운 측면도 있다. 랜디는 이렇게 말한다. “접지력이 조금 더 높았으면 좋겠어. 코너 출구에서 가속페달을 세게 밟으면 3단, 아니 어쩌면 4단 기어에서도 약간의 오버스티어가 나타나. 물론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해. 나름의 즐거움도 있고. 불안정한 느낌은 아니야. 과격한 오버스티어가 아니거든. 부드럽고 꾸준한 오버스티어야.”

이런 현상은 가속페달 세팅에서 비롯된다. “가속페달의 마지막 20퍼센트 부근에 모든 힘이 모여 있는 느낌이야.” 랜디의 말이다. “그 부분에 도달하면 파워가 50퍼센트 이상 증가하기도 해.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마치 다른 엔진이 깨어나는 느낌이지. 조금 더 일찍, 원하는 만큼의 파워가 전달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 대부분의 터보 모델들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기 전에 ‘풀 부스트’에 도달하는 반면 GT는 가속페달이 마지막 20퍼센트에 도달하기 전엔 부스트를 다 채우지 않는 느낌이야. 그리고 부스트가 치솟는 감각이 급작스러워. 그러니까 힘을 내는 과정에 일관성이 조금 부족한 듯해.” 하지만 랜디는 페달을 깊게 밟으면 흠잡을 곳이 없다고 말한다. “약간의 지체 현상이 있지만 탄력이 붙으면 강력한 힘을 꾸준하게 쏟아내. 조작법은 여느 터보 엔진과 다르지 않아. 스풀 업을 고려해 한 템포 일찍 밟는 거지. 그래서 약간 빈티지한 느낌이 들어. 마치 클래식 터보 엔진과 비슷한 느낌이야. 회전 한계가 아주 높고, 고회전에서 두터운 파워 밴드를 뽐내며 중반 영역 또한 매우 훌륭하지.”

랜디가 지적한 가장 큰 문제는 브레이크였다. “자신 있게 브레이크를 깊이 밟을 수 없어. 페달을 힘껏 밟았을 때 내가 예상했던 것만큼의 반응이 느껴지지 않거든. 우리가 이 차에 원하는 건 ‘팍!’ 하고 서는 제동 감각이라고. 시속 257킬로미터로 달리다가도 그 즉시 멈출 수 있어야 해. 제동력은 나쁘지 않지만 밟는 즉시 반응하질 않아. 약간의 시간차가 느껴져.”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시속 257킬로미터로 달리고 있을 땐 별의별 걱정이 다 들기 마련이야. ‘이 속도 그대로 코너를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 같은 것들 말이지. 분명 적절한 타이밍에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예상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만큼 자신감이 떨어지게 돼.”

랜디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부분들도 있었다. “슈퍼카치고는 매우 부드러운 느낌이야. 스풀 밸브 댐퍼의 장점을 잘 살린 셈이지. 트랙 위에서도 거친 느낌이 없어. 이 코스의 브레이크 존은 울퉁불퉁한데, 그곳에서도 매우 안정적이야. 요철을 효과적으로 흡수해. 이렇게 낮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몇몇 슈퍼카들이 덜컹거리는 8번 코너도 매끄럽게 소화해.” 변속기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자동변속기 프로그램은 트랙 주행에 걸맞지 않아. 그래서 수동 모드로 달렸는데 아주 훌륭하더군. 파워밴드가 넓고 반응도 결코 까칠하지 않았어. 기어비 역시 완벽에 가까웠지. 상황에 맞는 기어를 찾고 변속하는 것이 굉장히 수월하더군.”

오랜만에 나의 감상과 랜디의 감상이 일치했다. 랜디는 언제나 우리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영역까지 차를 몰아붙인다.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빠른 차’와 랜디 기준의 ‘빠른 차’ 사이에는 약간의 간극이 존재했다. 하지만 포드 GT의 윌로 스프링스 트랙 테스트에서는 의견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GT는 가속페달 세팅이 약간 엉성하고 브레이크 반응이 약간 느렸지만 미국에서 노면이 가장 거친 트랙에서 쉽게 속력을 높이고 아주 매끈하게 달릴 수 있는 머신이었다. 실제 도로에서 이 차를 몰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포드는 트랙 테스트만 진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마지막 질문이다. GT는 가격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차인가? 가격이 20만 달러였다면 이런 의문은 갖지 않았을 것이다. 포드 GT의 기본 가격은 45만3750달러이며 추가 타이어 세트가 포함된 시승차의 가격은 50만 달러에 육박한다. 물론 이렇게 비싼 차라도 가격 대비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이 정도로 비싼 차는 아주 드물다. 따라서 차를 이루는 구성 요소 하나하나가 특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포드 GT 역시 가격에 어울리는 모습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그간 테스트한 차들 중 가장 날렵하거나 빠르진 않았지만 그들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특별했다. GT는 이제껏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아주 신선한 느낌의 슈퍼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경쟁 모델 중에서도 돋보이는 레이아웃과 디자인, 그리고 유럽식 사고방식과 감성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재에는 찾아보기 힘든 매우 미국적인 태도까지. 이 차는 완벽하진 않을지라도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   
글_Scott 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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