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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팬텀 Ⅷ에서 느끼는 사치스러움

하이엔드 럭셔리 자동차가 응당 갖춰야 할 미학과 기술

2018.04.17

 

 

파텍필립은 시계 하나를 제작하는 데 보통 9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최고급 모델은 2년까지도 걸린다고 한다. 고급 보트 제조사인 페드라치니는 그들의 정교한 마호가니 보트를 1년에 고작 6척밖에 제작하지 못한다. 전부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한 대를 생산하는 데 6000시간이 소요된다. 롤스로이스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그들이 ‘더 갤러리(THE GALLERY)’라 이름 붙인 차세대 팬텀의 인테리어에서 광채를 뽐내는 유리 대시보드를 제작하는 데 거의 3년이나 걸렸다.


2003년 출시돼 세상 모든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7세대의 후속인 팬텀 Ⅷ은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과연 BMW는 롤스로이스가 럭셔리의 정점에 계속 군림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덕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이번 팬텀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갤러리’를 처음 본 순간 모든 의구심이 사그라들었다. BMW는 명확히 알고 있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통유리(그럴싸한 플라스틱이 아니라 진짜 유리다) 커버를 통해 롤스로이스의 뛰어난 엔지니어링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커버는 정교한 제조 과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동시에 충돌 안전 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유리 커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어떻게 만들었나’가 아니다. ‘왜 유리로 만들었나’이다. 오너는 유리 안쪽으로 그들이 선택한 예술품을 넣을 수 있다. 그러한 방식으로 그 차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차가 된다. 

 

마스터피스 다른 럭셔리카들이 목재와 가죽에 목을 매고 있을 때 팬텀은 대시보드를 하나의 통유리로 제작해 그 안에 오너들이 직접 선택한 예술품을 설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비스포크(맞춤 제작)를 새로운 의미로 끌어올리고자 했습니다.” 롤스로이스 CEO 토르스텐 뮐러-외트뵈슈의 말이다. ‘더 갤러리’의 아이디어는 롤스로이스의 디자인 디렉터 자일스 테일러가 팬텀 고객이 구매한 명화 한 점을 감상하던 중 생각해낸 것이다. “롤스로이스 고객 대부분은 수집가입니다. 많은 고객이 자동차 제작 과정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를 참여시킬 수 없겠느냐는 질문을 했어요.” ‘더 갤러리’가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물론 롤스로이스가 제공하는 기본 아트워크도 사용 가능하다. 복잡한 무늬로 접힌 실크, 기하학적 형태의 메탈 조형물, 목재 등 다양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 특별함을 원하는 고객은 롤스로이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안전성이 확보된 재질을 사용해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들 수도 있다. 낙엽을 형상화한 추상화, 흑백 세라믹으로 제작된 장미 조형, 3000개가 넘는 새의 깃털로 직조된 문양 등 ‘더 갤러리’에 적용할 수 있는 재질과 디자인의 종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한하다.


원하는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재력을 갖춘 고객을 놀래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롤스로이스는 ‘더 갤러리’의 디자인과 제작 과정뿐 아니라 제작을 위한 특별한 방(반도체를 만드는 곳과 비슷한 형태인 진공 상태의 작업실)을 따로 만드는 데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제조 과정에서 유리 커버와 대시 유닛 사이에 작은 기포나 먼지 한 톨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BMW는 ‘나만의 유일한 팬텀’을 소유하기 위해서 어떠한 비용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고객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자동차 제조사에 속하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우리는 보석과 같은 귀중품을 파는 브랜드죠.” 뮐러-외트뵈슈의 말이 맞다. 하지만 ‘더 갤러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조형물이 눈부시게 럭셔리한 자동차 디자인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약간의 젊음 이전에 비해 필러가 주는 느낌이 경쾌해졌다. 앞 그릴이 5센티미터 높아졌고 리어 데크 쪽 높이가 5센티미터 낮아지면서 브리티시 럭셔리카의 클래식한 비율이 강조됐다.

 

골든 아이 롤스로이스가 특별 제작한 이 조형물은 독일인 아티스트 토르스텐 프랑크(Thorsten Franck)가 3D 프린터를 사용해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했다. 56그램이 넘는 24캐럿 금으로 도금돼 있다.

 

대담함 새로 디자인된 그릴은 옆 라인이 부드러워졌다. 이전 모델에 비해 뒤쪽이 약간 낮다. 

 

최신형 팬텀은 BMW 산하에서 발표된 1세대 팬텀의 외형을 거의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 출시된 지 14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여전히 도로 위에서 환상적이기 그지없다. 자일스 테일러는 팬텀 Ⅶ이 갖고 있던 호화로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감수성까지 불어넣었다. 


이는 차체 앞부분부터 시작한다. 수직으로 뻗은 그 유명한 그리스 신전 형태의 그릴이 살짝 뒤로 젖혀졌다. 점잖은 곡선을 그리는 그릴 윗부분 라인은 드라마틱한 각을 이루며 수직으로 떨어진다. 그릴 최고점이 팬텀 Ⅶ에 비해 51밀리미터 높아졌다. 반면 뒤 펜더는 51밀리미터 낮아졌다. 이로 인해 옆에서 보면 차체 뒤쪽이 살짝 내려가는 느낌을 준다. 멋진 대시-투-액슬 비율을 위해 앞바퀴 위치를 최대한 앞으로 밀었고 C 필러는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돼 트렁크를 향해 수직으로 떨어진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팬텀 Ⅶ의 전체 비율은 클래식 브리티시 럭셔리카의 전형에 가깝다. 


자일스 테일러가 가장 좋아하는 롤스로이스는 1955~1966년에 제작된 실버 클라우드다. 팬텀 Ⅷ의 앞 펜더 위에서 시작해 뒷자리 도어까지 이어지는 고풍스러운 라인 등에서 실버 클라우드의 클래식한 향취가 느껴진다. 팬텀 Ⅷ은 이전 모델에 비해 어느 정도 모던한 차임이 분명하지만 변함없이 인상적이고 거만하며 대담하다. 


팬텀 Ⅷ의 차체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고강도 알루미늄으로 주조된 신형 프레임으로 ‘럭셔리 아키텍처’라 불린다. 이 프레임은 SUV 컬리넌, 차세대 고스트, 레이스, 던 등 앞으로 출시되는 모든 롤스로이스 제품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전에 비해 용접을 3분의 1로 줄이고 접착제와 스크루, 리벳을 사용하면서 보디 강성이 30퍼센트 정도 더 좋아졌다. 거대한 알루미늄 주물 형태의 서스펜션 마운트도 보디 강성에 한몫했다. 


더욱 강해진 차체구조는 당연히 승차감과 소음의 개선으로 이어진다. 뮐러-외트뵈슈의 말에 따르면 팬텀 Ⅷ은 “돈 주고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을 갖추고 있다. 시속 100킬로미터 이하에서 스테레오 카메라가 노면 상태를 파악해 자동으로 전자제어식 스프링과 댐퍼, 액티브 안티롤 바를 조절한다. 


뒷바퀴 조향도 기본으로 들어간다. 시속 60킬로미터 이하에선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로 움직이면서 긴 휠베이스(기본형 3551밀리미터, 익스텐디드 휠베이스 3779밀리미터)를 갖추고도 시내에서 간결하게 움직일 수 있다. 
롤스로이스의 배려 덕분에 스위스에서 신형 팬텀을 탈 수 있었다. 하필 스위스라니, 별난 선택인 것은 분명하다.

스위스의 최대 장점이랄 수 있는 아름다운 산맥을 감싸는 구불구불한 도로는 스포츠카 테스트라면 모를까, 6미터 길이의 리무진을 위한 도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위스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브랜드들의 고향이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은행으로 통하는 곳 아니던가. 어쩌면 ‘롤스로이스의 나라’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제네바에 위치한 한 명의 롤스로이스 딜러가 유럽 전체 판매량을 웃도는 수의 차를 판매하고 있으니까. 

 

팬텀의 거대한 후드 속에 자리한 신형 V12 트윈터보 엔진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하다. 운전대는 요트라도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운전대 림도 이전보다 약간 두꺼워졌다. 뭉툭한 시프트 레버를 D에 맞추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거대한 차체가 천천히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롤스로이스는 아직 6.75리터로 부르고 있지만 신형 V12 엔진은 고스트, 레이스에 들어가는 6.6리터 엔진을 베이스로 스트로크를 약간 늘린 유닛이다. 최고출력이 563마력/5000rpm이고 최대토크 91.8kg·m가 고작 1900rpm에서 나온다. 최대토크는 이전 모델과 같지만 2500rpm 이하에서 50퍼센트 더 강력한 토크를 낸다. 이 추가적인 토크 덕분에 이전 모델에 비해 훨씬 수월하고 부드러운 출발과 가속이 가능해졌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V12 엔진이 잘 길들여진 사자처럼 부드러운 으르렁거림을 들려줬다. 2654킬로그램에 달하는 차체가 0→시속 97킬로미터를 5.1초에 달린다(2699킬로그램에 달하는 익스텐디드 휠베이스 모델도 이보다 0.1초 느릴 뿐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킬로미터다. 


차가 너무 조용하고 부드럽게 달리는 바람에 속도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금세 시속 180킬로미터를 넘어갔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볼썽사납게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스티어링, 브레이크, 액셀을 어떻게 조작해도 팬텀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정체가 심한 도로에서도 한 마리 거만한 범고래처럼 우아하게 헤엄친다. ZF 8단 자동변속기는 위성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연계되어 노면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기어를 자동으로 찾아낸다. 


롤스로이스 경영진은 줄곧 팬텀의 승차감을 ‘마법의 양탄자(magic carpet ride)’라며 치켜세웠다. 그런데 이 진부한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팬텀의 승차감은 실로 마법 같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정제돼 있으며 차체가 마치 거대한 벨벳에 감싸인 듯 부드럽게 속도를 조절한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땐 아주 작은 소음이 느껴지는데, 이마저도 파티에서 주인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집사처럼 차분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놀라운 개선점은 바로 더 정밀해진 휠 컨트롤과 충돌 시의 불쾌감을 상쇄시킨 타이어다. 이 두 개선점이야말로 초자연적일 정도로 정숙한 팬텀의 승차감을 가능하게 한 주인공일 것이다.


그렇다고 신형 팬텀을 주행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차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운전대는 이전 모델에 비해 약간 무거워졌으며 노면 감각도 잘 전달된다. 앞 타이어에 닿는 노면 상태를 더 상세히 느낄 수 있고 덕분에 코너링에서 거대한 차체를 조종하기 수월해졌다. 브레이크 페달 역시 섬세하게 작동한다. 아무리 느린 속도에서도 부드럽게 차를 정지시킬 수 있다. 페달은 매우 가볍고 발에 착 달라붙는다. 덕분에 스위스의 구불구불한 푸르카 패스에서도 문제없이 달렸다. 참고로 이곳은 1964년 영화 <007 골드핑거>에서 유릭 골드핑거가 블랙-옐로 투톤 컬러의 팬텀 Ⅲ로 추격 장면을 찍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롤스로이스에 따르면 팬텀 오너의 80퍼센트가 직접 차를 운전한다고 한다. 그런데 익스텐디드 휠베이스 버전의 경우 거의 모든 차에 전속 기사가 있다. 두 모델 모두 잊을 수 없는 뒷자리 승차감을 선사한다. 운전석보다 높게 위치한 좌석에 앉아 윈드실드를 통해 원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그릴에서 3.65미터 떨어진 곳에서 느끼는 속도감은 일종의 환희를 불러일으킨다. 전자식 조절장치가 달린 시트(익스텐디드 휠베이스 모델)는 풋레스트 길이도 조절할 수 있고 가운데 암레스트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앞 시트 뒤에 있는 테이블이 자동으로 내려온다. 인터넷 접속, 영화 감상 등이 가능한 12인치 스크린도 있다. 이 스크린을 통해 위성 내비게이션 확인도 가능하다. 


팬텀의 뒷자리엔 정말 많은 기능이 있지만 오너 대부분은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정숙한 승차감을 즐길 뿐이다. 신형 팬텀의 뒷자리에 앉아 1~2킬로미터만 타본다면 이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깥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져 가지만 팬텀 안에서의 당신은 편안하고 아늑하며, 무엇보다 안전하다.


롤스로이스 팬텀 Ⅷ에 타고 있으면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기분이 든다. 이게 바로 롤스로이스가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자동차로 불리는 이유다. 진정한 사치란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 시간이야말로 최고의 사치품이 아니던가.  글_Angus MacKenzie

 

SILENT SPEED 2722킬로그램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V12 엔진을 장착한 팬텀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킬로미터까지 5.1초 만에 달린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킬로미터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롤스로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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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롤스로이스 팬텀,팬텀 Ⅷ,2018 롤스로이스 팬텀

CREDIT Editor 이진우 Photo <MotorTrend>Photo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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