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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역의 미친 차는 나야, 나!

707마력을 발휘하는 엔진을 얹은 지프, 무모한 도전이 자동차 세상을 바꾼다

2018.04.06

처음 만나는 자유 자갈밭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썩 멋있지 않지만 질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가즈아!”

 

고래는 놀라움으로 가득한 진화의 결과물이며 경외감이라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생물이다. 허먼 멜빌의 장편소설 <모비 딕>에 ‘고래에 대한 경외감은 이내 사그라졌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고래를 매일 뒤쫓는 포경선 선원들의 입장에서 놀라움과 흥분도 결국 가라앉고 만다는 의미다. 자동차 역시 아무리 멋진 차라 해도 반복해서 보고 타면 이와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랜드 체로키 트랙호크에 처음 올라탔을 때가 기억난다. 차에 오르자마자 1분 가까이 바보처럼 웃기만 했다. 차에 올라탄 것뿐인데 웃음이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스포트나 트랙 모드로 달린 것도 아니다. 아니, 제대로 달려보지도 않았는데 그랬다. 


천재 기타 연주자 지미 헨드릭스의 말처럼 나는 그저 느끼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강력한 힘을 말이다. 처음에는 G 63 AMG 6×6가 생각났고, 람보르기니 우루스와 LM002, BMW X6 M, 심지어 벤츠 우니목까지 연상됐다. 700마력 넘는 차를 몰아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닷지 차저 헬캣을 1년간 운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700마력이 넘는 엔진을 얹은 SUV를 본 건 근래 들어 처음이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트랙호크를 보라. 패밀리 SUV에 707마력을 내는 6.2리터 V8 슈퍼차저 엔진을 얹은 건 제정신이 아니라고? 아니다. 모든 것은 충분한 계산 아래 만들어졌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든 직업적으로든 트랙호크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차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풀 가죽 메이크업 트랙호크의 가격이 10만 달러를 넘는 건 실내를 휘감은 가죽 때문 아닐까? 어쨌든 대단히 화려해 보인다.

 

실제 주행은 어떨까? 운전석에 앉아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참고로 나는 거짓말 조금 보태 포르쉐 918로 빅 윌로 트랙에서 시속 275킬로미터, 그리고 AMG GT S로 보네빌 소금사막에서 시속 310킬로미터까지 밟아봤던, 그러니까 엄청난 성능에 익숙한 사람이다. 하지만 10만960달러짜리 지프처럼 나를 뼛속까지 흥분시킨 차는 없었다. 이렇게 신나게 웃어본 지가 얼마 만인지 짐작조차 못 할 정도였으니 말해 무엇하리오.


우선 헬캣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출발했다. 두 차는 엔진과 최고출력이 같고 최대토크 역시 트랙호크는 89.3kg·m, 헬캣은 90.0kg·m로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설명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피렐리 타이어를 신은 헬캣이 뒷바퀴로만 엄청난 연기를 내뿜는다면 트랙호크는 네바퀴굴림차답게 엔진의 강력한 힘을 골고루 지면에 쏟아부었다. 재미있고 놀라운 방식으로 균형을 잡더니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힘차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빌슈타인 서스펜션은 단단하게 설정돼 있지만 고정된 토크 분배에 따라 구동력의 70퍼센트를 뒷바퀴로 보내면서 출발할 때는 차가 뒤로 주저앉는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트랙호크를 다뤄야 운전 재미를 뽑아낼 수 있을까? 포르쉐 918을 탄 이후에 누군가 이러한 차를 어떻게 운전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빠르게, 무조건 빠르게’라고 대답해왔다. 887마력을 내는 하이브리드 하이퍼카를 몰고 윌로 스프링스 트랙을 네 바퀴나 돌았지만 지금 기억나는 건 오로지 속도뿐이었다. 트랙호크도 마찬가지였다. 출발할 때부터 속도만 염두에 뒀다. 몇몇 구간을 달려봤지만 제대로 기억나는 것은 출발할 때 속도뿐이었다. 어쨌든 엄청나게 빨랐고 코너에서조차 공격적으로 달렸다. 지나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광란의 질주를 멈출 수 없었다. 


테스트 주행에서 트랙호크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97킬로미터까지 3.3초 만에 가속했다. 제조사가 발표한 것보다 0.2초나 단축된 기록이다. SUV의 경우 트랙호크 이전에 세워진 가장 빠른 기록은 테슬라 모델 X로 3.2초며, 벤틀리 벤테이가가 3.5초, BMW X6 M이 3.7초, 메르세데스 AMG GLE 63 S 쿠페 4매틱이 3.9초를 기록했다. 전기차인 테슬라를 제외하면 트랙호크가 가장 빠르다. 


트랙호크의 무게는 2470킬로그램이 넘는다. 한때 다임러크라이슬러라는 같은 회사로 그랜드체로키와 중요 부품을 공유했던 메르세데스 AMG GLE는 그보다 40킬로그램 더 가벼운 2430킬로그램이고 경쟁 모델인 BMW X6 M은 2353킬로그램이다. 하지만 무게 덕분에 트랙호크의 가속력이 더 무시무시하게 발휘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400미터 주행의 경우 트랙호크는 시속 187킬로미터로 11.7초에 주파했는데 양산형 SUV가 400미터를 11초대에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는 아마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물론 모델 X 역시 ‘터무니없다’는 뜻의 루디크러스(Ludicrous) 모드에서 400미터를 11.7초에 주파하는 기록을 세웠으니 트랙호크의 기록 역시 터무니없는 기록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당하지 않을까? 모델 X보다 트랙호크의 속도가 시속 0.32킬로미터 더 빨랐으니 제대로 된 정면 승부를 펼쳤다면 지프가 테슬라를 앞섰을 것이다. 600마력을 내는 벤테이가는 시속 188킬로미터로 11.9초, X6 M은 그보다 느린 시속 184킬로미터(12.1초)로 400미터를 주파했다. 헬캣 4도어 모델은 시속 200킬로미터라는 가장 빠른 속도로 11.8초를 기록했다. 시간 기록은 지프가 앞섰으나 네바퀴굴림 시스템 등으로 무게가 400킬로그램 이상 더 나가 시속 13킬로미터를 손해봤다. 헬캣 2도어는 트랙호크와 같이 11.7초를 기록했고 속도는 202킬로미터였다. 헬캣 챌린저의 무게는 트랙호크보다 453킬로그램 더 가볍다. 


트랙호크의 기록이 얼마나 놀라운지는 콜벳 그랜드 스포트와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콜벳의 0→시속 97킬로미터 가속 시간은 3.9초, 400미터 주파 기록은 시속 186킬로미터에 12.2초다. 게다가 650마력를 내뿜는 엔진에 10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카마로 ZL1은 0→시속 97킬로미터까지 3.5초가 걸렸고 400미터를 시속 201킬로미터에 11.5초로 주파했다. 직선 도로에서 트랙호크의 위력은 이 정도 수준이다. 


트랙호크의 제동력은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시속 97킬로미터→0 제동거리는 32.9미터로 슈퍼카 수준은 아니지만 무게를 생각하면 준수한 수준이다. MT 8자 주행에서도 24.7초를 기록했다(헬캣 차저 3대의 기록은 각각 24.4초, 24.5초, 24.6초였다). 트랙호크의 제동 느낌은 사람마다 달랐다. “첫 번째 바퀴를 돌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밟지 않을 수 없었어. 브렘보 브레이크와 P 제로 타이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시원찮은 제동력이었거든.” 주행 테스트를 담당했던 크리스 윌튼의 말이다. “이 차가 아주 무겁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고 트랙 중간쯤 달릴 때 속도는 시속 127킬로미터였어. 코너를 앞두고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밟았는데 지프 3대 길이의 타이어 밀린 자국이 생겼다니까.”

 

윌튼의 설명은 계속됐다. “일단 속도를 줄이고 나면 차가 상당히 느리게 코너를 돌아나가고 앞바퀴에 무리가 간다는 느낌이 들더니 결국 언더스티어 현상이 나타났어. 다시 직선 구간이 나올 때까지 가속페달을 밟으면 잠시 드리프트를 하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금세 빠르게 앞으로 나가던데. 챌린저나 차저에서는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던 헬캣 엔진의 모든 출력과 토크를 지프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이용해 잘 써먹을 수 있었어.”


헬캣에 대해서라면 윌튼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1년 이상 헬캣을 시승하면서 애꿎은 타이어만 자주 갈아 끼웠다. 707마력이라는 강력한 힘을 제대로 지면까지 전달하지 못하면서 타이어 가운데 부분만 상한 결과였다. 하지만 지프 트랙호크와 함께라면 타이어 걱정은 이제 끝이다.


트랙호크가 등장하기 전, 누군가 10만 달러가 넘는 지프가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을 때 그랜드 왜거니어를 값비싸고 화려하게 재해석한 모델일 거라고 짐작했다. 지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오프로드 성능을 완벽하게 갖춘, 그러면서도 넓고 편안한 차 말이다. 이런 차에 엄청난 출력의 엔진까지 올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프는 모든 예상을 뒤엎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었을까 하는 게 모두의 생각일 거다. 하지만 막상 그 실체를 확인하니 만족스러움을 숨길 수가 없다. 제대로만 만든다면 어떤 미친 차여도 상관없다. 그저 그런 슈퍼카가 아닌, 운전자를 어린아이처럼 깔깔거리게 만드는 차 말이다. 그런 시도가 계속된다면 차에 대한 놀라움과 흥분은 절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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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지프,CHEROKEE,체로키,suv

CREDIT Editor 김선관 Photo <MotorTrend>Photo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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