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ars&People

  • 기사
  • 이미지

주인공은 선우정아

10, 9, 8, 7, 6, 5, 4, 3, 2, 1…. 막이 오르고 선우정아가 판을 잡았다. 새로운 싱글 ‘남’으로 돌아온, 한 번도 주인공이 아닌 적이 없는 선우정아 ‘님’.

2018.03.30

도트 패턴 재킷, 레드 컬러 팬츠 모두 KIOK, 슈즈 ALDO.

 

오늘 화보 콘셉트 ‘주인공’을 완벽하게 소화해줬어요. 사실 콘셉트로 잡을 필요도 없었지요. 존재 자체가 주인공이니.

이런 콘셉트는 처음이라 재밌었어요. 미리 보내주신 시안처럼 과감한 노출도 내심 기대했는데 그건 좀 아쉽네요. 하하하.
아차, 저희가 기대를 저버렸군요. 노출을 꺼리는 줄 알았어요.

옷을 입고 있는 것보다 안 걸치고 있을 때 차라리 더 나 같다고 느껴지거든요. 2집 앨범 재킷 촬영 때 세미 누드 사진을 찍었는데, 그땐 뭘 입어도 노래랑 안 어울리는 거 같고 컬러도 살색만 떠올랐어요. 그 후로 옷이 방해가 된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노래를 불러도 선우정아는 주인공 같은 느낌이 있어요. 입을 떼는 순간 판을 뒤집어버린달까요?

노래를 부르는 순간 사람들을 집중시키고 싶다는 욕망이 늘 있어요. 그걸 제대로 해내야 무대를 끝까지 끌어갈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시작이 좋아야 퍼포먼스를 좋게 이어갈 수 있잖아요. 내겐 약간 사명감 같은 거예요. 
사명감이라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는 사명감요. 그 시작은 첫 소리, 특히 첫 곡. 처음에 어떻게 사로잡는가에 따라 공연이 달라지는 걸 느껴요. 
선우정아의 무대를 보면 힘 조절의 균형이 대단해요. 들숨과 날숨의 긴장과 이완에 제가 빨려 들어갔다가 뱉어져 나왔다가 하는 기분이라니까요. 

저라는 사람은 치즈나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었다가 하는 일종의 덩어리 같아요. 감정기복도 심하고요. 표현하고 싶은 에너지가 있으면 그걸 확장하고 극대화하는 데 확실히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반면에 절제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으니까 차분하게 끌고 가려는 훈련도 많이 해요. 
그 특유의 확장된 에너지가 <복면가왕>에서 제대로 빛을 발했죠?  
<복면가왕>이 제게 꼭 필요한 기회였구나 싶어요. 공연에서는 평소 저답게 에너지를 분출하지만 음원에서는 절제하려고 의식적으로 조절하거든요. 과함이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음원을 통해 선우정아를 아는 사람들은 <복면가왕>의 레드마우스를 보고 “절대 선우정아가 아니다. 선우정아에겐 저런 과한 면이 없다”라고 추측하더라고요. 음원으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어요. 
 

 

음악 밖의 인간 선우정아는 어떤 사람이에요?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씹으며)이런 사람요. 하하! 춥고 배고프거나 아프면 너무 예민해져요. 평소에는 옷도 고무줄 바지에 후줄근한 차림으로 다녀요. 편한 거, 몸이 편한 게 가장 우선이에요. 
의외네요. 평소에도 주인공이 되는 데 익숙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맞아요. 늘 주인공이고 싶고요. 그나마 30대가 되고 나니까 컨트롤할 수 있게 됐지만 20대만 해도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주목받으면 “남이 내 관심을 가져갔어!” 하면서 박명수 캐릭터처럼 속으로 ‘으으으~’ 하고 분노했죠. 티 내면 창피하니까 속으로 꾹꾹 삼키며. 
공교롭게 이번에 발표하는 곡도 ‘남’이네요. ‘남’은 어떻게 만든 노래예요?

2010년에 어떤 공연을 위해서 처음 만들었어요. 1회성 편곡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는데, 그 후엔 덩어리를 제가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거였죠. 덩어리를 메인 테마로 해서 멜로디도 붙이고 영어 가사도 붙여서 만들었다가 4년을 묵혔어요. 4년 지나고 다시 들어보니 ‘어, 꽤 좋은데?’ 싶은 거예요. 한글 가사를 시도해봤죠. 근데 완전히 망했어요. 처음에 막 쓴 영어 가사를 직역한 수준이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2~3년 후에 지금의 가사를 붙이게 됐어요. 한편으론 아주 심플한 곡인데 거기에 담고 싶었던 정서는 꽤 굉장히 무거웠던 거 같아요. 
이별에 관한 곡이라고 들었어요. 맞아요.

이별이란 게 그전까지는 둘 중 한 명이 상대방에게 ‘에잇 상처받아라!’ 해야지만 아프고 힘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파괴적이고 처참하고 참담한 이별이라는 무게가 꼭 둘 중 누군가 잘못해서 생기는 게 아니더라고요. 서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이별을 해야 하고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다른 의미로 처참하게 다가왔어요. 세월이 흐르고 그때의 이별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되니 지금의 가사를 쓸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이미 발표한 곡 중에 ‘남’처럼 다시 만들어보고 싶은 곡이 있어요?

2집 <It’s Okay, Dear> 앨범 중 ‘비온다’는 나이 들어서 꼭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만든 곡이거든요. 성인이 된 나와 어린 시절의 내가 공존해서 서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노래고요. 10대에 자아 혼란을 느끼면서 만든 가사를 20대의 나, 30대의 나, 40대의 내가 대면하는 ‘비온다’는 어떨까? 같은 책도 몇 년 뒤에 읽으면 감회가 다른데, 내 삶이 이렇게 달라졌구나 새삼 느끼게 되는 척도가 될 거 같아요. 
 

어른이 되었다고 깨달은 순간이 언제예요?
어른이 되기엔 전 아직도 먼 거 같지만, 그래도 이제는 ‘빼박캔트’ 어른이야 라고 절실히 느끼게 된 건 32세쯤이에요. 세상 사람들에게 철없는 행동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예전처럼 욕하고 철없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내 모습이 불편해졌어요. 불현듯 찾아왔어요, 그런 순간이. 마치 ‘내 머리가 언제 이렇게 길었지?’ 싶게. 

 

이너로 입은 시스루 톱 &OTHERSTORIES, 선우정아가 손에 든 잔과 테이블 위의 오브제는 LONPANEW, 드레스, 골드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른이 된다는 게 오히려 음악적으로 한계를 가져오지는 않아요?

다행히 그러진 않아요. 음악을 하고 무대 위에 있을 때가 유일하게 제 나이가 상관없을 때잖아요. 귀여운 척도 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애교도 부릴 수 있고 섹시한 척도 할 수 있고 멋있는 척도 할 수 있고. 음악이나 무대는 오히려 나이를 벗어던질 수 있는 기회이자 도망갈 수 있는 곳이에요. 도피처이자 동시에 직업이니까 행복하죠. 축복받은 거예요. 
아 정말 부러운데요! 앞으로 어떤 도전을 하고 싶어요?

실험적인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옛날에 덜 유명할 때 그런 열망이 훨씬 강했는데. 작은 규모이지만 2014년에 재밌는 시도를 한 번 한 적 있어요. 상상마당에서 주최한 ‘웬즈데이 프로젝트’라는 공연인데, 5일 동안 똑같은 셋리스트를 전부 다른 편곡, 편성으로 무대에 올렸어요. 첫째 날은 베이스 두 명이랑, 둘째 날은 오르간이나 아코디언이랑, 셋째 날은 스트링 세 명이랑, 넷째 날은 트럼본이랑, 마지막 날에는 제가 피아노 치고 퍼커션이랑 함께하는 식으로요.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런 공연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하지만 거기서 생기는 에너지는 그 이상이에요. 
그보다 더 실험적인 공연이라면? 완전히 하얗고 쨍한 곳, 이를테면 런웨이 같은 곳에서 혼자 덩그러니 서서 노래해보고 싶어요. 가수처럼 춤추는 게 아니라 어떠한 약속에 따라 움직이고 그에 맞게 조명이 짠하고 변하는 실험적인 형태의 공연요. 사운드만 받쳐준다면 미술관 같은 곳에서 해도 멋질 거 같아요. 
선우정아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쉽지 않지만 달리 생각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내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의무감도 있어요. 낯선 면도 가진 저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낯선 뮤지션도 아니니까요. 제가 시작한다면 그 후에 재능도, 오라도 넘치게 품고 있는데 저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은 뮤지션에게도 공간이 열릴 테고요.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공연 스타일도 더 많아지는 거잖아요. 누군가 이왕 한다면, 제가 처음이고 싶어요. 
올해 가장 기대되는 일이 있다면요?

여름에 단독 공연을 할 계획이에요. 아무래도 <복면가왕>의 영향으로 판이 좀 더 커지지 않을까 싶어요. 공연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맥락은 아직 못 정했어요. 인디 뮤지션에서 이제 대중 가수의 영역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니까 더 어렵더라고요. 어떤 주제를 잡고 어떤 흐름과 무드로 풀어 나가야 할지…. 
대중 가수 선우정아라, 낯설지만 멋지네요. 좋은 길로 접어든 거, 맞죠?

네, 제가 원했던 거예요. 아주 옛날에 이상한 노래를 부를 때부터 난 대중 가수야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때 제가 정의한 대중 가수의 척도는 사람들과 많이 달랐겠지만(웃음). 어쨌든 좋아요. 대중음악인인 거. 항상 많은 사람들에게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Photographer 곽기곤 Styling 이은진 Hair&Makeup 장해인 Assistant 윤혜연

 

 

 

 

더네이버, 인터뷰, 선우정아

What do you think?
좋아요

TAGS 선우정아,인터뷰,가수,아티스트,복면가왕

CREDIT Editor 전희란 Photo 곽기곤 출처 THE NEIGHBOR

Film

film 더보기
SUBSCRIBE
  • 메인페이지
  • PlayBoy Korea
  • MOTOR TREND
  • neighbor
  • 東方流行 China

RSS KAYA SCHOOL OF MAGAZINE

Copyright Kayamedia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