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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꼬마의 마법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월드. 그 건너편으로 빛바랜 모텔 ‘매직 캐슬’이 있다. 그곳엔 여섯 살 꼬마 무니가 산다. 그곳에 펼쳐진 마법, <플로리다 프로젝트>다.

2018.03.15

 

디즈니월드에 가고 싶다는 꿈을 꿔보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꿈과 환상의 나라, 아름다운 동화가 현실로 눈앞에 펼쳐지는 곳에서 뛰어노는 상상을 해보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여기, 그 누구보다 디즈니월드 가까이에 살면서도 동화 같은 꿈을 꿔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아이가 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무니(브루클린 프린스 분)다. ‘매직 캐슬’이라는 이름의 연보라색 옛 모텔 건물에서 20대 초반인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트 분)와 단둘이 살고 있다. 디즈니월드가 막 지어지던 때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근처의 모텔들은 이제 쇠락해 미국 극빈층의 주거지가 됐다. 제대로 된 집에 거주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임시 거처에서 당장의 하루만을 살아간다. 그런 삶 속에서도, 무니의 일상은 모험으로 가득하다. 뜨거운 햇살에 바래지 않도록 온통 원색으로 칠해진 플로리다는 무니의 디즈니월드다. 가끔 위험하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불행한 일상일 수 있지만, 여섯 살 무니의 눈높이로 본 세상은 아직 찬란하다. 
아이폰5S로 찍은 영화 <탠저린>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증명한 바 있는 션 베이커 감독은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통해 런던과 뉴욕의 비평가 협회 감독상을 수상하며 주목할 만한 감독 그 이상의 수준으로 올라섰다. 전작에서도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연민하거나 시혜의 눈길로 바라보지 않았던 베이커 감독의 시선은 이 영화에서도 동일하다. 관객은 매직 캐슬의 매니저인 바비(윌렘 데포 분)가 되어 이 아슬아슬한 모녀를,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다. 이들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없다는 점에서 바비와 관객은 같은 마음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뿐 아니라 어떤 미디어도 제대로 카메라를 비추지 못하는 지점에 멈추어 선 션 베이커 감독의 렌즈를 통해 본 세상은, 앞으로 이 감독이 어떤 영화를 찍고 또 어떤 질문을 스크린으로 가져오게 될지를 두려운 마음으로 기대하게 만든다. 이 빛나는 재능과 영화적인 성취에 응답하여, <뉴욕 타임스>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2017년 최고의 영화로 꼽았다. 
무엇보다 무니 역을 맡은 배우 브루클린 프린스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고는 이 영화에 대해서 온전히 말할 수 없다. “나는 엄마 노릇 실격인가 봐.” 엄마 핼리의 말에 해맑게 웃으며 “맞아. 엄마 실격이야”라고 답하는 무니에게서, 가난한 환경에서 오는 그늘은 찾아볼 수가 없다. 무니는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형편 안에서 즐겁게 살기를 택한 아이다. 동시에 어른들의 얼굴에서 슬픔의 기미를 볼 줄 아는 영민하고 예민한 아이이기도 하다. 이미 어느 정도 세상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아직 플로리다의 햇살처럼 밝은 무니를, 브루클린 프린스는 있는 그대로 표현해낸다. 사랑스러운 얼굴을 구기며 울고 웃고, 때로 나쁜 말과 예상치 못한 표현도 쓴다. 단순히 가난한 싱글맘의 딸이 아니라, 무니라는 이름의 한 사람으로, 영화 속 캐릭터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 이 연기를 통해 브루클린 프린스는 올해 크리틱스 초이스 신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역대 최연소 수상자였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프린스는 오래 회자될 수상 소감을 남겼다. “저와 함께 후보에 오른 모든 배우들 정말 멋져요. 시상식이 끝나면 우리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요.” 그리고 이 상을 핼리와 무니에게 바친다고 덧붙였다. ‘진짜 문제’를 겪고 있는 그들, 미국의 싱글맘과 아이들에게 말이다. 이들에게는 분명히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영화는 동시에 이들의 삶에도 불꽃처럼 터지는 사랑스러움과 눈부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이들도 모두와 똑같이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절실하게, ‘나아질 거야, 곧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이 현실처럼 들리지 않을지라도 위로받으며, 곧 사라지고 마는 무지개를 향해 달려가면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가슴이 무너질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진다면 바로 그 점 때문일 것이다. 

※ 이 글을 쓴 윤이나는 영화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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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플로리다 프로젝트,영화,매직 캐슬,영화 칼럼니스트,윤이나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오드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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