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마음의 평화를
RINSPEED OASIS
내겐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취미 몇 가지가 있다. 책을 읽고, 산에 오르고, 식물을 기르는 것이다. 지금도 사무실 책상 위에 두 개의 작은 화분이 있다. 혼자 사는 집에도 파키라가 있다. 2년 6개월째 무탈하게 잘 자라고 있다. 내 손길을 기다리는 식물이 있다는 것에, 그리고 그 식물이 잘 자라고 있다는 것에 소소한 행복 같은 걸 느낀다. 
린스피드 오아시스 콘셉트가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도 식물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특이하게도 차 안에서 식물을 기를 수 있다. 윈드실드 아래 작은 화단에 집에서 기르는 식물을 싣고 다닐 수 있다. 그러니까 홈가든(Home garden)이 카가든(Car garden)이 되는 것이다.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조명과 온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운전을 하면서 눈앞의 식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을까 싶다. 뭐, 당연히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차는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하는 전기차니까.

시트도 마음에 쏙 든다. 오아시스는 마치 회장님 소파 같은 암체어를 쓴다. 자율주행 시대에 맞게 이동이 곧 휴식이 되는 설정이다. 70살이 넘으면 일과 중간에도 휴식이 필요할 거다. 그때 이 폭신하고 큼지막한 암체어가 큰 역할을 해줄 것이다. 마룻바닥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차의 바닥은 진짜 나무다. 독일의 무공해 자연마루 제조사인 마이스터베르케가 제작했다. 그들은 유해 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접착 방식이 아닌 결합 방식을 고수한다. 맨발로 암체어에 앉아 식물을 바라보며 음악을 들으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다. 

못생긴 게 흠이기는 하지만 오아시스는 소소한 즐거움과 활력을 주는 차다. 30년 뒤에 이 차가 있을 리는 만무하지만 그때쯤에는 이처럼 인간의 편의와 안전 그리고 감성까지 충족시켜주는 차가 꼭 나왔으면 좋겠다. 이진우

 

 

귀여운 손자 같은 
TOYOTA CONCEPT-i 
30년 후면 내 나이 70살이다(아, 생각만 해도 무섭고 이상하다). 화끈한 자율주행 스포츠카나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자동차는 타고 싶지 않다(화끈한 차는 <모터 트렌드> 기자로 있으면서 지금 타는 것으로도 충분하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사양한다). 그때면 어차피 모든 걸 집에서 할 수 있어 밖에 나갈 일도 많지 않을 텐데 작은 자율주행 전기차면 충분하지 않을까? 단, 요즘 인공지능 스피커처럼 말을 하면 좋겠다. 혼자 타면 심심할 테니까. 날씨나 뉴스 얘기를 해주고, 내 기분에 따라 음악도 골라주고,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 얘기도 해주면 손자·손녀를 무릎에 앉혀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옆집 할머니도 부럽지 않을 거다. 목소리도 내가 원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강다니엘의 귀여운 목소리나 낮고 차분한 김수현 목소리라면(가끔 영어로 듣고 싶을 땐 맷 데이먼 버전도 추가해서) 더 바랄 게 없다. 

토요타가 지난 CES와 도쿄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 아이(i)는 바로 그런 콘셉트카다. 2인승과 4인승 모델이 있는데 모두 인공지능을 갖추고 있어 운전자의 감정을 인식하고 선호하는 것을 파악해 말을 걸고, 음악을 골라준다. 운전자가 피곤하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자율주행 모드로 바꾼다. 아쉽게도 강다니엘이나 김수현 목소리로 들을 순 없지만 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막히는 길도 덜 지루할 거다(30년 후엔 도로가 막힐 일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물론 내가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땐 내 표정을 읽고 스스로 입을 닫는 센스도 발휘하겠지? 서인수

 

 

 

운전의 즐거움은 내 것 
MINI JCW GP 
아내가 30년만 더 살다 생을 마감하고 싶다 했으니, 그녀의 바람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70대에 나는 혼자일 테지. 자식들은 20대가 되면 출가시키고(자식 뒷바라지로 남은 인생 허비하긴 싫다), 차고가 있는 작은 집으로 이사할 거다. 애들 키우느라 어쩔 수 없이 샀던 SUV(혹은 대형 세단)도 정리해야지. 나만을 위한 작은 차가 필요하다. 70대 노인이 운전석에서 내릴 거라고 상상하지도 못할 그런 차. 큰 차는 어차피 눈이 침침해서 제대로 운전하지도 못할 거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괴물은 노쇠한 몸으로 즐기기에는 버겁다.

마침 적당한 차를 작년에 미니가 내놓았다. 몬테카를로 랠리 우승 50주년을 맞아 선보인 궁극의 미니 JCW GP 콘셉트카다. 성능은 미정이다. 2012년에 나온 미니 JCW GP가 1.6리터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을 품고 215마력을 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6.3초가 걸렸으니 그것보단 빠를 거다. 

30년 뒤에는 이 정도 성능은 보잘것없겠지. 하지만 미니 로고만으로도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실내에 장착된 롤 케이지도 마음에 든다. 차가 전복되면 노쇠해진 몸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자율주행 기능은 당연히 빼야지. 내 손으로 운전하지 않을 거면 택시를 타는 게 낫다. 서킷에서 방금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분위기를 풍기는 차에서 잘 차려입은 70대 노인이 내리면 얼마나 멋질까? 연애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무료해질 일상에 특별한 재미를 더하기에 이만하면 충분하다. 

30년 뒤에도 도로 위엔 지금처럼 작은 차를 무시하는 녀석들이 가득할 테지. 게다가 운전자가 70대 노인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 보란 듯이 나를 앞지르려 할 것이다. 가소로운 것들. 도발에 바로 대응하거나 흥분하면 ‘어른’이 아니다. 녀석이 신나게 즐길 시간을 충분히 줘야 더 큰 굴욕을 안길 수 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가속페달에 힘을 주어 궁극의 미니가 가진 힘을 폭발시키면 그 녀석은 진정한 ‘어른’의 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난 미니가 주는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하나 더 쌓아가겠지. 구본진

 

 

황혼 노마드 라이프에 딱 
TOYOTA E-PALETTE
30년 뒤라면 은퇴를 하고 자식들도 출가했을 거다. 이제 예쁜 아내와 단 둘이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는 일만 남았다. 난 그녀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세계 여행을 떠나겠다. 함께할 차는 토요타의 이팔레트(E-palette) 콘셉트다. 이 차를 선택한 건 ‘황혼의 노마드’ 생활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가방 메고 캐리어 끌면서 기차나 버스 타고 다니면 됐지만 30년 뒤엔 체력이 받쳐주지 않을 것이다. 

이팔레트는 박스형 자율주행차다. 당연히 운전석은 없다. 탑승객이 원하는 목적지만 설정하면 알아서 간다. 실내는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 숙식이 가능한 작은 호텔방이나 푸드 트럭으로도 만들 수 있다. 자율주행차이기 때문에 당연히 운전에 대한 부담은 없다. 상상해보자. 에펠탑에 올라 파리 야경을 감상하고 방처럼 생긴 차에 들어가 한숨 자고 나면 니스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고. 이팔레트에선 이게 가능하다. 

이팔레트의 또 다른 장점은 자율주행 시스템과 지도 제조사를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조립식 컴퓨터처럼 말이다. 지금 판매되는 자동차들이 제조사마다 주행 감각이 다른 것처럼 30년 뒤엔 자율주행의 감각도 다르지 않을까? 어떤 차는 달리는지도 모르게 부드럽게 이동하는 반면, 어떤 차는 승차감이 다소 떨어져도 빠르게 이동해 시간을 절약해줄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때엔 다음 지도와 네이버 자율주행 시스템이 자율주행차의 대세 프로그램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자, 계획은 다 짰다. 이제 30년 뒤 내 옆에 있을 누군가만 찾으면 된다. 김선관

 

빠른 게 좋아 
CYCLOTRON
생각만 해도 우울하다. 30년 뒤, 그러니까 70살이 다 된 나는 그때도 아마 뼈 빠지게 일을 하고 있을 거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100살을 훌쩍 넘겼을 테고 전 세계는 고령화 사회는 물론 고령 사회도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70살이면 한창 일할 나이지”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난 변함없이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고 있겠지. 정말 내 인생은 대체 왜 이 모양일까. 

자,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자. 지금 여긴 미래다. 서울 풍경은 3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도로는 확연히 줄었다. 자율주행차 대중화로 차들의 흐름이 굉장히 빨라졌고 돈 있는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차를 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간 이동에도 혁명이 일었다. 서울에서 부산이 차로 30분 거리가 됐다. 일론 머스크의 더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가 전 세계에 깔아둔 터널 네트워크 덕분이다.

느려터진 데다 도로를 많이 차지해 교통체증만 야기하는 큰 차들은 이제 화석이 됐다. 자율주행 개발 초기에 자동차 회사들은 탑승자들이 이동 중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연구했다. 그리고 그런 기능을 담은 큰 차들을 내놨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차 안에서의 생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직 이동시간 단축만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아쉬시 툴카르(Ashish Thulkar, 산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사이클로트론(Cyclotron)처럼 작고 빠른 자율주행차가 대세로 떠올랐다. 시트가 조금 불편하고 눕지 못한다고 한들 뭐 어떤가. 난 지금 전북 부안에서 서울 강남까지 20분 만에 출근한다. 퇴근 후 집 앞 격포해수욕장 해변에 누워 노을을 보며 맥주 한잔 하는 게 내 유일한 낙이다. 여기로 이사 온 가장 큰 이유다.

아쉽게도 재택근무는 아직도 임원들이나 누릴 수 있는 특혜다. 탄력 근무? 한국에선 꿈같은 얘기다. 출근 9시, 퇴근 6시의 법칙은 여전하다. 업무 자율화가 효율이 높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고용주의 생각은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 월급 주는 사람들은 아직도 직원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일하는 걸 좋아한다.  류민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율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