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달리는 경주차의 브레이크등이 내가 탄 차의 윈드실드를 뚫고 붉게 빛난다. 한 박자를 센 다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6단 시퀀셜 변속기로 다운시프트를 하자 뒤쪽에서 우렁찬 소리를 내는 620마력짜리 V10 엔진이 불꽃과 굉음을 분출한다. 부앙! 부앙! 람보르기니 스쿼드라 코르세의 테스트 드라이버 크리스티안 엥겔하르트는 코너 시작점에서 접지력이 한계를 벗어나기 직전까지 우라칸 퍼포만테를 몰아붙이며 트랙을 휘젓고 있다. 내가 탄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 에보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자 폐에서 공기를 뽑아낼 정도로 강하게 멈춘다. 그다음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순간 정점을 향해 돌진한다. 그렇게 코너를 가른 뒤 거대한 V10 엔진이 다시금 울부짖자 슬릭 타이어가 거머리처럼 노면을 움켜쥔다.

그 순간 난 경주의 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루이스 해밀턴과 직업을 바꾼대도 누구도 날 비웃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람보르기니의 최신 양산형 경주차는 정확히 이런 감정을 느끼도록 설계됐다. 교묘한 공기역학과 경주용 변속기, 슬릭 타이어, 카본 브레이크, 최소한의 인테리어에 FIA가 승인한 롤케이지를 단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 에보는 제대로 된 경주차다. 람보르기니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만들고 볼로냐의 산타가타에서 평범한(?) 우라칸, 아벤타도르와 함께 제작되는 정식 도로용 차이기도 하다. 29만5000달러의 수표를 끊으면 람보르기니의 친절한 직원들이 경주에 나설 준비를 마친 에보를 한 대 보내줄 거다. 더 나아가 이들은 달릴 장소도 마련해줄 것이다. 슈퍼 트로페오는 람보르기니가 우라칸을 위해 열고 홍보하는 프로-아마추어 레이스 시리즈다. 이 경주는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트랙 중 한 곳에서 취미 삼아 람보르기니로 경주에 참가하려는 돈 많은 사람들을 목표로 한다. 슈퍼 트로페오 챔피언십은 북미와 유럽, 중동, 아시아에서 열리는데 람보르기니 본사 근처에 있는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이몰라 서킷에서 시리즈를 마감하는 마지막 경주가 열린다.

겉모습은 트랙만 달릴 것처럼 우락부락하지만 슈퍼 트로페오 에보는 도로용 우라칸의 대부분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엔진과 서스펜션을 비롯해 약 70퍼센트의 부품을 공유한다. 정식 경주용 우라칸 GT3만큼 빠르지도, 한계점에서 운전하는 게 어렵지도 않다. 출력은 높아졌지만 다운포스가 덜하고, 전자기기가 최고속도를 시속 280킬로미터로 제한한다. “우리는 운전자가 힘과 토크를 즐길 여지를 남겨놨어요. 하지만 이 차의 진짜 목적은 학습용이에요. 운전자가 GT3로 올라갈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해주죠.” 람보르기니 모터스포츠 대표 조르지오 사나의 말이다. 다음은 이를 증명하는 사례다. 슈퍼 트로페오 에보의 새로운 에어로 패키지는 섀시의 균형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설계됐다. 특히 4~6단을 쓰는 고속 코너에선 강력한 우라칸 GT3보다 맛깔난 고속 질주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공기저항이 8퍼센트 줄면서 직선 도로에서의 속도는 높아졌다. 참고로 에보는 유서 깊은 몬자 그랑프리 서킷의 시험 주행에서 구형 모델보다 1.5초 빠른 랩타임을 기록했다. 

슈퍼 트로페오 경주는 아슬아슬하고 극적이며, 람보르기니에게 훌륭한 사업이다. 회사는 2015년 이래 150대의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를 제작했고 신형 에보 모델 중 거의 50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이는 람보르기니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대중의 이동수단이 자율주행차 쪽으로 흘러가는 지금, 고성능과 운전에 대한 열정으로 규정된 브랜드는 빠르고 섹시한 일반도로용 자동차 판매에만 의존할 수 없다. “경주는 삶이죠.” 스티브 매퀸은 1971년 개봉한 영화 <르망>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기 전이나 그 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저 기다림일 뿐이에요.” 람보르기니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는 슈퍼카 오너들에게 꿈을 몰아볼 뿐 아니라 꿈속의 삶을 실제로 경험하는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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