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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찾아온 미래

쓸 만한 수소 전기차 현대 넥쏘가 한국을 수소에너지 사회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

2018.03.16

 

 

 

“2030년이면 한국에서 팔리는 신차 12대 중 1대는 수소 전기차가 차지할 겁니다.”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회장 피에르 에틴 프랑크가 힘주어 말했다. 현대 넥쏘 시승 행사에서였다. “2050년이면 수소가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20퍼센트를 차지할 거예요. 이는 이산화탄소 6기가톤 감축과 맞먹는 효과입니다.” 수소위원회는 수소 연료의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결성된 협의체다. 지난해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출범했고 다임러, BMW, 아우디, 혼다, 토요타 등의 완성차업체와 에어리퀴드, 린데, 쉘, 토탈, 이와타니 같은 에너지 기업이 공식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도 이 위원회 공식 회원사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제2차 수소위원회 공동 회장사로 활동하고 있다(피에르 에틴 프랑크는 프랑스계 에너지 기업 에어리퀴드의 부사장이다). 


수소위원회 회장사인 현대자동차가 넥쏘를 선보였다. 넥쏘는 2013년 선보인 투싼 FCEV의 뒤를 잇는 2세대 양산 수소 전기차다. 실제 판매량이 미미한 수소 전기차가 양산 체제를 갖춘 게 무슨 의미인가 싶지만,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누군가는 이런 무의미해 보이는 ‘짓’을 해야 한다. 지금은 현대차가 그러고 있고, 일본 토요타와 혼다도 뒤질 세라 척박한 땅을 개척하고 있다. 정말 무의미한 ‘짓’은 지금 누가 앞서 있고 뒤처져 있는지 따져 묻는 일이다. 수소 전기자동차, 아니 수소에너지 사회부터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이니 말이다. 자동차에 국한해 보면, 수소 전기차(FCEV)는 단숨에 배터리 전기차(BEV)에 기득권(?)을 내주었다. 3~4년 전만 해도 FCEV는 장거리·전천후, BEV는 단거리·도심 위주라는 구분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는 배터리 성능의 비약적인 향상 때문에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BEV는 쉐보레 볼트 EV를 시작으로 350~400킬로미터쯤 우습게 달리는 시대를 열었다. 미국, 중국 등이 보급에 적극적인 점도 BEV의 입지 확대에 톡톡한 몫을 했다. 


그에 비해 FCEV는 양산 시판차를 내놓은 완성차 제조사가 여전히 세 곳(현대, 토요타, 혼다)뿐이며, 수소 충전소 확충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소에너지화에 적극적인 일본이 100곳가량, 미국 캘리포니아가 약 31곳의 수소 충전소를 두고 있는 정도다. 국내의 경우 올해 안으로 36곳까지 늘려간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16곳, 그중 일반 사용이 가능한 곳은 4곳뿐이다. 나아가 FCEV는 사회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수소에너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충전기 설치가 간단한 BEV만큼 급속도로 보급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CEV는 버리고 BEV에 역량을 집중하자”는 주장은 섣부르다. 충전 시간이 길다는 BEV의 단점은 여전하며, BEV에 없어선 안 될 배터리 역시 원자재 수급과 공급 가격의 안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가정집에 충전기를 두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미래 자동차를 BEV만으로 채우는 일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FCEV와의 공존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주요 자동차 시장의 움직임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럽의 경우 독일 중심으로 수소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이 진지하게 진행 중이며,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관리국(CARB) 역시 BEV와 FCEV의 균형 있는 보급에 애쓰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자리 잡은 중국 또한 2030년까지 FCEV 100만대를 보급하겠다고 공표한 상황이다. 


부연 설명이 길었다. 수소 전기차는 이처럼 길디긴 설명 없이는 단박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자동차다. 넥쏘 역시 이런 척박한 현실을 반영한다. SUV라는 형태를 취한 것부터 그렇다. 물론 SUV는 수소 전기차의 장점을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형태이긴 하다. 크고 무거운 SUV 차체에서도 긴 항속거리라는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때문이다. 수소탱크와 연료전지 스택 등을 모두 차 바닥에 두는 설계 특성 측면에서도 FCEV에 SUV 형태는 적절하다. 게다가 SUV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넥쏘는 국내 인증 기준 609킬로미터라는 항속거리를 확보했다. 미국에선 EPA 인증 370마일(약 595.5킬로미터)을 예상하는데, 이는 기술·산업적 경쟁 모델인 혼다 클래러티 퓨얼 셀(366마일, 약 589킬로미터)이나 토요타 미라이(312마일, 약 502킬로미터)를 앞선다. 물론 석 대는 수소탱크 용량에서 차이가 적잖다. 클래러티와 미라이는 각각 5.46킬로그램, 5킬로그램가량으로 모두 넥쏘(6.33킬로그램)보다 적다. 어쨌든 넥쏘는 압축수소 1킬로그램으로 96.2킬로미터를 달리고(모던 트림 복합 기준), 세 개의 탱크를 가득 채우면 산술적으로 600킬로미터 이상을 운행할 수 있다. 


기아 스포티지보다 조금씩 길고(+190밀리미터) 넓고(+5밀리미터) 높은(+5밀리미터) 준중형 크기 차체는 사진보다 실물이 좀 더 다부지고 잘생겨 보인다. 그런데 새로운 시그니처 디자인(캐스케이딩 그릴)은 왜 적용하지 않았을까? 소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상’인데. 새로운 수소 전기차를 배타적 지위에 두고 싶었던 거라면 차라리 제네시스 브랜드로 내놓는 게 더 효과적이었을지 모른다. 


‘배타적인’ 현대 SUV답게 최신의 최상급 현대 모델에 없는 신기술도 대거 투입됐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그것을 떠올리는 조그셔틀 스타일 통합 인터페이스부터 주차와 출차 모두 지원하는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장치, 0~시속 150킬로미터 범위 내에서 차로 중앙을 유지시켜주는 차로 유지보조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계기반도 7인치 LCD 화면이 대신하고 있다. 차로 변경 때 뒤쪽 상황을 보여주는 후측방 모니터가 이 화면에서 구현된다. 왼쪽과 오른쪽 모두 확인이 가능한데, 실제 거울을 살피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안전·편의 기능들은 지금 당장 쓰고 싶은 것 투성이지만 움직이는 ‘자동차’로서는 글쎄, 당장 쓰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달리고 돌고 멈추는 기본은 크게 흠잡을 것 없다. 제동 초기 반응이 살짝 예민하고, (묵직한 드라이브트레인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조금 뻣뻣해진 댐퍼 때문에 뒷자리 승차감이 살짝 거칠지만 그 또한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문제는 수소 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이다. 40.3kg·m, 154마력(113kW)의 충분한 힘을 제대로 꺼내 쓸 수 없다. 추월하거나 앞차와 벌어진 간격을 좁히는 등 순간적으로 힘을 뽑아낼 때는 아무 위화감 없다. 하지만 고속도로 오르막이나 뻥 뚫린 도로 등 지속적으로 큰 힘을 내야 하는 상황에 닥치면 어김없이 출력이 제한된다. 가속페달을 바닥에 비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킥다운 스위치 같은 건 없다). 넥쏘의 출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 시간은 어림잡아 30초 동안이다. 


크기가 작은 구동용 배터리의 전력이 모두 소진된 뒤 재충전할 겨를이 없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현대차는 토요타 미라이 등 다른 수소 전기차도 그렇다는 말과 함께 이를 의도된 설계라고 설명한다. 의도라기보단 현시점 수소 전기차가 가진 한계라고 보는 게 마땅하겠다. 수소 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의 에너지 효율도 아직은 미덥잖다. 넥쏘는 경기도 고양에서 강원도 평창까지 225킬로미터 거리를 아슬아슬하게 달렸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계기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겨우 10킬로미터 남짓이었다. 

 

혼다 클래러티 퓨얼 셀

 

토요타 미라이

 

현대 넥쏘

 

HYUNDAI NEXO
기본 가격 TBA 레이아웃 앞 모터, F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전기모터/배터리+연료전지, 154마력, 40.3kg·m 공차중량 1820~1885kg 길이X너비X높이 4670x1860x1630mm 휠베이스 2790mm 최고속도 시속 179km 수소탱크 용량 6.33kg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99.5~98.9, 92.6~88.0, 96.2~93.7km/kg

 

넥쏘는 소형 수소탱크 3개로 객실과 적재공간을 넉넉히 확보했다. 대용량 탱크가 공간을 적잖이 차지하는 미라이(오른쪽 위), 클래러티 퓨얼 셀(오른쪽 아래)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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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현대차,넥쏘,수소 전기차

CREDIT Editor 김형준 Photo <Motor Trend>Photo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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