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올해부터 3년간 C-ITS 실증사업을 시작한다. C-ITS(Cooperative-Intelligent Transport Systems)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이다. ITS가 한 단계 진화한 형태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참고로 ITS는 교통정보 제공 서비스다. 도로 정체 정도, 사고와 공사 구간 유무 등을 띄우는 도로 위 전광판이나 버스 위치를 파악해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시스템 등이 바로 ITS다.

C-ITS의 역할도 ITS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교통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수집한 정보를 가공해 한정된 매체에만 전달하던 ITS와 달리 각종 검지기에서 얻은 결과를 기지국이 다양한 매체로 바로 보낸다. 따라서 전달 속도가 더 빠르고 효과도 더 뛰어나다. 통신방식 역시 신속하고(1초에 10회 이상) 고속주행에도 안정적인 WAVE(Wireless Access in Vehicular Environments)를 사용한다.

ITS가 도로 앞쪽의 변수를 한참 뒤에 전광판에 띄웠다면 C-ITS는 변수 발생과 동시에 그 정보를 각 차에 직접 보낸다. 내용도 더 구체적이다. ‘전방 사고’ 정도로 표현되던 정보가 ‘300미터 앞 3차로 사고차와 2차로 파편 주의’라는 식으로 바뀔 수 있다. 물론 노면 상태 변화나 정확한 GPS 신호 같은 기본 정보는 쉬지 않고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도로에 사물인터넷 개념이 적용되는 것이다. C-ITS를 접목한 도로를 ‘스마트 도로’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C-ITS의 도입으로 당장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사고 감소다. 특히 최근 경기도 성남에서 도로 결빙으로 발생한 24중 추돌과 같은 사고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C-ITS에 주목하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자율주행차다. SAE(미국자동차공학회)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는 기술 수준에 따라 레벨 0부터 5까지 6단계로 나뉜다. 지금 시판되고 있는 차는 레벨 2다. 레벨 0는 수동, 레벨 1은 특정 기능 자동주행, 레벨 2는 일부 기능 통합 자동주행을 뜻한다. 즉, 현재 기술은 차선과 속도·차간거리 정도만을 유지하는 ‘운전보조’ 시스템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주변에 대한 경계를 책임져야 하는 걸음마 단계다.

레벨 3는 조건부 자율주행이다. 고속도로와 같은 특수 환경에서 스스로 달리는 단계로 진정한 자율주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레벨 2에서 3로 넘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레벨 3부터는 주변에 대한 경계를 자동차가 책임져야 하는데, 자동차 혼자의 힘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초음파 센서 등 차체의 각종 장비로 차선과 앞차와의 간격만 파악하면 별문제가 없었지만 레벨 3를 만족하려면 교통 상황이나 노면 상태, 전방 신호 등과 같은 기초 정보는 물론이고 교차로, 횡단보도, 톨게이트, 입출구 램프, 펜스 등 도로 위 모든 사물의 정확한 위치 정보도 필요하다. C-ITS는 이런 필수 데이터를 자동차에 제공한다. 나아가 C-ITS의 통신망(WAVE)을 사용하는 차가 늘어나면 각 차간의 정보 교환도 가능해진다. 즉, C-ITS의 보급은 자율주행차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한없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자동차 시스템의 진화도 필요하다. 외부 정보와 각종 센서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합해 이를 빠른 속도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5G 네트워크를 이용해 C-ITS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도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 오차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자동차는 생명을 싣고 달리는 물건이니까.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이 융합하며 발생할 혁신적인 변화를 일컫는 4차 산업혁명에서 자율주행차가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도, 세계적인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의 메인 무대를 자율주행차가 장악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아주 정교한 인공지능 기기이자 매우 거대한 사물인터넷 장비이며 빅데이터를 꼭 필요로 하는 제품이다. 

자율주행차는 우리의 삶과 도시 풍경을 크게 바꿀 물건이다. 자율주행차가 실용화되면 우리는 운전의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며 도시는 주차 공간과 도로가 줄어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서울시의 C-ITS 실증사업은 중요하다. C-ITS를 도입한 스마트 도로는 진정한 자율주행차 시대와 ‘스마트 시티’ 구현을 위한 필수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전 세계 주요 대도시들이 스마트 도로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 ‘선구자’라는 명예는 항상 먼저 기준을 세우고 표준화를 한 자에게 돌아간다. 서울시가 이번 실증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그 표준을 세계에 수출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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