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한국지엠 철수설이 모락모락 피어나는가 싶더니 이젠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그사이 상황이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2월 13일, GM은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올란도와 올뉴 크루즈의 내수 및 수출 물량이 줄면서 월 5~10일 정도만 공장이 가동됐고 1월부터는 완전히 중단된 상태였다. 그나마 부평 1공장과 창원공장은 월평균 20일 이상 조업하면서 공장가동률 100퍼센트를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부평과 창원 생산 물량 중 일부를 군산으로 돌리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현재 부평에선 말리부, 캡티바, 트랙스, 아베오를 포함해 모카, 뷰익 앙코르를 생산한다. 이 모델을 군산에서 생산하려면 생산라인을 다시 깔아야 하는데 수천억원이 든다. 회사 입장에선 생산량이 증가하면 모를까 생산량을 나누면서 투자금을 늘릴 이유가 없다. 

분산 생산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부평 노조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2000년 대우자동차가 부도 처리되면서 GM은 창원과 군산공장만 인수했다. 부평공장은 살아남기 위해 GM의 요구에 맞춰 노동자 1750명을 해고했다. 당시 군산과 창원은 보고만 있었다. GM의 대우 길들이기에 가장 큰 부평공장 노동자들이 고초를 겪은 것이다. 지금도 한국지엠 노조는 부평, 군산, 창원 지부가 따로 있고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낸다.

한국지엠은 노사 협의 후 미국 본사를 설득해 새차 생산량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노사의 입장 차가 극명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1월부터 시작해 2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사측은 어려운 상황인 만큼 고비용 구조를 절감하는 방면(기본급, 성과급, 통상임금, 생산직 초임, 상여금, 휴직자 임금 등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노조가 동의하면 미국 본사를 설득해 새차 배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방안을 던졌다. 그러나 노조는 생존권을 내걸고 모든 임금을 사수하고 무조건적으로 새차 배정을 요구한 상태였다. 그러다 군산에서 고름이 터졌다.

GM에게 한국지엠은 인건비(2017년 1인당 평균 9000만원)가 높으면서 내수 판매량(2017년 13만2377대)은 극히 적은 시장이다. 적자(현재 3조원 추정)는 눈덩이처럼 쌓여만 갔다. 솔직히 GM 입장에선 고비용, 저효율 공장인 한국에서 철수하는 게 상책이다. 이미 그들은 2013년 호주 철수를 시작으로 2014년 인도네시아, 2016년 태국, 러시아 생산 중단, 2017년 오펠 매각, 남아공 철수 등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제 군산을 시작으로 한국 철수 단계에 들어갔다.  

GM 본사가 노리는 건 두 가지다. 구조조정으로 노동자 고정비용을 대폭 줄이거나 한국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뻔하니 15만 명에 이르는 한국지엠 노동자들을 볼모로 잡고 국민 세금을 한국지엠에 투입하라는 것이다. 이미 군산공장 2000명과 협력업체 노동자 1만5000명을 해고 위기로 몰아넣고 정부 압박을 시작했다.  

일자리를 우선시하는 현 정부는 GM의 요구를 뿌리치기 힘들다. 노동자만 15만 명이지 가족, 협력업체, 지역 상권까지 고려하면 100만 명의 생존권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해도 한국지엠이 회생한다는 보장이 없다. 현재로서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차가 없기도 하거니와 수출 물량을 생산하려 해도 생산설비를 위해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 기간 동안 밑 빠진 독에 혈세를 들이붓는 격이다. 

2~3년을 잘 버티면 정상화가 될까? 2020년은 각 자동차 메이커가 전기차 원년으로 선포한 해다. GM도 2021년부터 전기차로 수익을 내겠다고 선언했다. 즉 한국지엠이 2~3년 후 자생 능력과 사업 영속성을 갖기 위해선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생산과 기술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또한 가능성이 희박하다. 앞서 말했듯 한국은 고비용, 저효율 공장이다. 

정부는 한국지엠의 철수를 막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까? 호주 정부는 지난 2001~2013년 GM 호주법인에 1조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돈을 퍼준다는 비판이 일자 지급을 중단했고 GM은 바로 호주에서 철수했다. 결과적으로 호주 정부는 국민 혈세만 낭비한 것이다.  글_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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