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홍익대학교에서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 2017’이 열렸다. 차세대 자동차 디자이너를 육성하고 후원한다는 뜻으로 재규어가 주최한 이 자동차 디자인 공모전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줄리언 톰슨 디렉터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현재 어드밴스드 디자인 팀을 지휘하고 있다. 디자인 수장인 이언 칼럼과 함께 재규어의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그를 행사가 있기 하루 전날 만났다. 

재규어 어드밴스드 디자인 팀은 어떤 부서인가? 차세대 차의 콘셉트나 원형을 디자인하는 부서다. 가깝게는 2023~2030년 후의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우리 팀에 있는 40명의 디자이너들은 2030년 후를 내다보고 디자인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작업하는 차는 2045년 이후에나 일반 도로에서 볼 수 있을 거다.
재규어에서는 언제부터 일했나? 2000년부터다. 지금 재규어 디자인 수장으로 있는 이언 칼럼과는 그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재규어에 와서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이 됐다. 나와 이언은 시각이 굉장히 다르지만 모든 것을 자유롭게 터놓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결국 합의점을 찾는다. 
재규어에서 일한 지 20년이 조금 안 됐다. 그동안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재규어에 입사했을 당시 이미 이런 세상을 예상했나? 환경이 달라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변화의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솔직히 전기차 세상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내년에 우리는 재규어 최초의 전기차 I 페이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술도 계속 개발 중이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은 물론 사람들이 자동차를 사용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직접 구매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지만 공유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사도 많은 적응을 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학창 시절 이력이 조금 흥미롭다.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기 전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했다던데, 왜 바로 디자인학과에 진학하지 않았나? 내가 대학에 갈 무렵엔 자동차 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학과가 두 개 정도밖에 없었다. RCA와 미국 LA에 있는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이다. 하지만 RCA는 석사과정만 있었고, 미국에 가는 건 아버지가 반대했다. 아버지가 엔지니어였는데 나도 당신처럼 엔지니어가 되길 바라셨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배운 게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그땐 정말 하기 싫은 공부였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유용한 공부였다. 실제로 자동차를 양산하려면 알아야 하는 것들이 엔지니어링에서 오니까.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기계공학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난 엔지니어들이 무조건 안 된다고 할 때 좀 더 세게 밀어붙여 내 의견을 관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될 것 같은데 안 된다고 하는 건 나한테 다 걸린다.
재규어와 랜드로버가 앞으로 콘셉트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예전엔 이런 차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하지만 요즘은 콘셉트카를 내놓으면 사람들은 2~3년 후에 그 차를 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만약 그 차가 양산되지 않으면 제조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양산하지 못할 거면서 왜 콘셉트카를 만들었어?’라는 반응이 나오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실제로 양산해낼 수 있는 차만 보여주자고 결정했다. 콘셉트카를 만들긴 하겠지만 공개하진 않을 거다. 우리 말고 다른 자동차 회사도 비슷하지 않을까?
미래의 자동차는 어떻게 달라질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좁혀지겠지만 형태는 무궁무진하게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재규어는 미래에도 아름다움이란 기본 가치를 버리지 않을 거다. 재규어를 정의하는 특징이 바로 럭셔리와 퍼포먼스, 그리고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참, 자율주행 시대가 오더라도 재규어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재미를 뺏진 않을 거다. 수동운전 모드는 꼭 넣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글_서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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