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국토교통부가 현대·기아차의 5개 차종 23만8000여 대에 대해 강제 리콜 명령을 내렸다. 현대차가 정부의 자발적 리콜 요구를 거부한 데 따른 조치로 국내에서 강제 리콜 명령이 내려진 건 1991년 2월 리콜제도가 생긴 이후 처음이다. 

이번 리콜은 지난해 9월, 현대차 직원이었던 김광호 전 부장이 현대·기아차의 제작 결함 32건이 담긴 내부 문건을 제보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국토부는 이 문건을 토대로 지속적인 기술조사를 했고 싼타페와 엑시언트, 세타 2 엔진의 자발적 리콜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번 아반떼 진공파이프 손상, 모하비 허브 너트 풀림, 제네시스·에쿠스 캐니스터 저항 과다, R 엔진 연료호스 손상, 쏘나타(LF) 제동등 불량 등에 대해서도 현대차에 자발적 리콜을 권고했다. 이에 현대차는 청문회를 요청해 “운행에 지장이 없다”며 “무상 수리로도 충분해 리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국토부는 소비자 보호 의무를 들어 현대차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현대차가 결함 사실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현대차는 강제 리콜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 등으로 중국 판매량이 떨어지고 여기에 지난 4월 결정된 세타 2 엔진 자발적 리콜 물량도 17만기에 이른다. 단순 수리가 아닌 엔진을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 현대차는 약 3600억원의 리콜 비용을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북미에 판매된 세타 2 엔진도 130만기나 된다. 이 또한 리콜 대상이다.

한국과 북미에서만 141만대의 차를 무상 수리 및 부품 교체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개 모델 24만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수용하라는 국토부의 요청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니 현대차는 어떻게든 추가적인 리콜을 막기 위해 청문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결과는 현대차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강제 리콜이 떨어졌다. 

김광호 전 부장이 제보한 현대·기아차 제작결함 의심 사례는 32건이나 된다. 이미 세타 2 엔진을 포함한 8개 사안에 대해 자발적 또는 강제적 리콜 명령을 받았다. 더불어 유니버스 클러치 부스트 고정 볼트 손상, 아반떼 앞 코일스프링 손상, 7단 DCT 불량, R 엔진 연료호스 누유 등 9개 사안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무상 수리를 해줘야 한다. 32개 사안 중 절반이 넘는 17개가 의심이 아닌 제작 결함으로 판명된 것이다. 여기에 국토부는 쏘렌토 에어백 스프링 경고등 불량, 제네시스와 봉고3 ECU 불량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나머지 12개 사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가 생산 판매하고 있는 차 대부분이 제작 결함이 의심되거나 크고 작은 결함이 있다고 판명된 상태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결함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세타 2 엔진 소음과 시동 꺼짐 증상에 대해 “미국 공장의 청결도 문제로 국내는 문제없다”며 똑같은 증상을 두고 미국에서만 리콜하고 국내에선 리콜을 진행하지 않다가 국토부 조사가 나오자 자발적 리콜로 돌아섰다. 이번 5개 사안에 대해서도 리콜을 피하려는 꼼수를 부리다 국내 최초의 강제 리콜 철퇴를 맞았고 사실 은폐 의혹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이자 기업의 존재 이유다”라고 말하며 품질경영을 내세웠던 정몽구 회장의 경영 철학은 어떻게 된 것인가? 현대차가 기업 오너의 철학적 이념과 가치관대로 운영됐다면 지금처럼 소비자들의 제품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기업 이미지가 무참히 내팽개쳐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차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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