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한 줄기 아린 바람이 불었다. 아득히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이라면 아무래도 SUV다. 인피니티 오디오가 들어간 쌍용 코란도 C를 타고 떠났다. 함께할 음반으로 인디 뮤지션 조 한(Joe Han)의 <시작>과 국내에 처음 앨범을 발매한 일본의 슈게이징 밴드 주버나일 주버나일(Juvenile Juvenile)의 <Our Great Escape>, 국내에 처음 소개된 호주의 어쿠스틱 듀오 허스키(Husky)의 <Punchbuzz>를 골랐다. 그러고 보니 모두 이번에 시작한 이들이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나섰다. 다 내려놓고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고 조 한의 앨범 <시작>을 틀었다. 마침 첫 곡부터 ‘굿모닝 투 유’다. 내겐 그리 좋은 아침은 아니었지만 듣고 있으니 점점 좋은 아침이 되어갔다. 음악이 산뜻했다. 간소한 편곡과 군더더기 없는 멜로디, 상쾌한 가사가 복잡한 일상을 홀가분하게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진솔한 조 한의 목소리에는 또 정감이 어렸다. 덕분에 떠나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어지는 ‘청춘예찬’은 따뜻했다. 소리 자체가 푸릇푸릇하다. 다만 단출한 포크 사운드에 복고적 느낌이 내려앉으니 다가올 봄보다는 이미 지난 봄을 생각나게 했다. 하모니카 소리까지 얹었다면 유년의 봄까지 떠올랐을 거다.
온몸을 나른하게 하는 ‘자장가’와 경쾌한 ‘주말 잠’, 발랄한 ‘살랑살랑’까지 단번에 쭉 흘러간다. 조 한의 데뷔 앨범 <시작>은 이렇게 딱 다섯 곡으로만 채워져 너무 금방 지나는 것 같다. 포근한 기분을 좀 더 이어가면 좋을 텐데 살짝 아쉽다. 그런데 코란도 C에 들어간 인피니티 오디오만의 특별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조 한의 앨범이 인피니티의 특징을 끌어내지 못한 걸까?

135만원이나 하는 옵션인데 이렇게 무난하진 않을 거란 믿음을 갖고 일본의 슈게이징 밴드 주버나일 주버나일의 <Our Great Escape>를 틀었다. 슈게이징(Shoegazing)이란 장르의 이름은 밴드가 연주하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자신의 신발만 바라본다(gazing at their shoes)’고 해서 붙여졌다. 디스토션(Distortion)과 이펙터(Effector)가 강하게 걸린 기타 사운드를 바탕으로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힘없이 웅엉거리는 보컬이 특징이다.

슈게이징의 대표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중반까지 활동한 아일랜드 출신의 밴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My Bloody Valentine)이다. 대체로 지저분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강하다. 그 밖에 다른 슈게이징 밴드도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주버나일 주버나일은 다르다. 청량하다. 이들의 사운드도 대체로 기타가 끌어가는데 소리가 매우 청명하다. <Our Great Escape>의 첫 곡 ‘Swirling’에서부터 U2의 디 에지(The Edge)와 닮은 소리가 들린다. 공명감이 깊은 베이스 소리도 그렇다. 애덤 클래이톤(Adam Clayton)의 느낌이 살짝 묻었다. 하지만 U2처럼 단호한 연주는 아니다. 때문에 연주에서부터 사운드의 뿌리가 어디인지 느껴진다.

<Our Great Escape>가 끝나가도록 인피니티 오디오의 특징이 드러나질 않는다. 기본형 오디오보다 감당하는 영역이 넓고 세밀하다는 느낌은 드는데 단순히 스피커 성능만 높인 것 같다. 그 밖에 고유한 느낌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 더 세밀한 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호주의 어쿠스틱 듀오 허스키를 틀었다. <Punchbuzz>는 이제 막 나온 따끈한 신보다. 이전에는 화음과 소리의 조화에 많이 공들이던 허스키였는데 이번엔 사운드의 변화가 크다. 여전히 포크에 기대지만 전자적인 소리가 많이 들린다. 그리고 좀 더 리드미컬하다. 약간의 긴장감도 추가됐다. 그래선지 여행과 더 잘 어울린다. 자꾸만 한 발씩 내딛게 한다. 눈앞에 펼쳐질 풍경이 어떨지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란도 C의 인피니티는 계속해서 무덤덤하다. 다른 음악을 틀어주고 새로운 길을 향해도 소리에 변화가 없다. 코란도 C를 구매할 때 인피니티 오디오 시스템을 선택했다면 앰프를 추가해야 할 거다. 물론 쌍용에서 제공하는 옵션은 아니다. 아쉽다. 135만원인데.   글_고정식(객원 에디터) 

코란도 C에는 하만그룹의 인피니티 사운드 시스템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기본으로 제공되는 오디오 시스템보다 섬세하고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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